드디어 방학이 되었다.
교사라는 직업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방학이 있다는 것이다.
방학하면 그동안 긴장했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병부터 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를 데리고 치과며 안과니 병원 순례 다니는 사람도 있고 장기 여행을 훌훌 떠나는 사람도 있다. 빠듯한 학사 업무에 방학으로의 길이 워낙 멀고도 험하여 다 마무리하지 못한 학교생활기록부의 작성과 점검으로 인해 허리를 펴지 못하는 나 같은 교사도 많을 듯하다.
대학 수시 입시 중 학교생활기록부 종합 전형에 응시하는 학생들에게 학교생활기록부는 매우 소중한 입시 자료이기에 학생들이 활동한 내용을 놓치지 않고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표현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해마다 1년간의 교육활동을 마무리하는 생기부 입력 작업은 부담스럽고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또한, 한 반의 생기부 출력물을 검토하면서 입력하면 안 되는 금지어나 학교나 지역을 짐작할 수 있는 단어, 외부에서 받은 상이나 봉사활동 실적은 입력할 수 없으므로 주의 깊게 검토하고 혹시 실수로 빠뜨린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없는지, 출결이나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의 창의적 체험활동 상황이 누락되지는 않았는지 특히 올해부터 실시된 자율 교육과정에서 학생들이 탐구한 내용이 개인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잘 반영되어 있는지 등을 살펴보다 보면 눈이 침침해지고 마음이 무거워지는 게 사실이다.
모든 교사가 글쓰기 능력이 뛰어나고 묘사를 작가처럼 잘할 수 있다면 학생들의 활동이 더 돋보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영 어색한 문장과 반복된 단어들로 채워진 분량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평소에 교육과정 구성과 수업, 평가와 기록이 그때그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학교는 왜 이리 많은 보고 공문과 새로운 교육 사업들로 바쁜지 그것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차분하고 내실 있게 학생들을 교육하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성장하도록 이끌고 학생들이 중심이 되는 교육이 되도록 하고 이를 평가하며 이런 과정들이 생기부에 녹아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수많은 교사의 업무 중에서 참으로 중요한 부분인데 그럴만한 시간을 받지 못하고 결국 방학이라는 금쪽같은 시간을 할애하여 생기부를 다듬고 검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 입학사정관이 원하는 활동과 선택 과목이 무엇인지, 학생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고 입시에 도움이 되는 교육 활동이 무엇인지, 행동 발달 및 특기사항에는 어떠한 내용이 기록되면 좋은지 이러한 지식들이 학생들이 진로를 정하고 학교 생활에 임하는 목표와 방향을 잡는 디딤돌이 되도록,
아무리 바빠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고 또 한숨 돌리고 다시 한 해를 시작할 준비를 해야겠다. 그리고 정말 생기부를 잘 쓰는 교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