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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유산은 어떤 책인가?

by 상상

책 『엄마의 유산』프로젝트에 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다가오는 11월 출간을 목표로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추석 연휴라서 너무 좋다. 마음껏 글에 몰입할 수 있다.
허리가 아플 때까지 써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친구 집에 가거나 캠핑을 떠나서, 오랜만에 빈방이 생겼다.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마침 좋은 기회다.
밥을 먹거나 집안일을 하는 잠깐의 시간을 제외하면 내내 책상에 앉아 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은 마치 백두장사급 씨름선수와 같다.
이미 여러 판을 겨뤘지만 승부는 나지 않았다.
오늘은 그나마 비긴 정도일까.


『엄마의 유산』은 2024년 12월, 브런치 지담 작가님에 의해 처음 세상에 나왔다.
작가님은 5년간의 새벽독서에서 만난 책 속 성현들의 가르침을 자녀에게 보내는 편지 30통에 담았다.

올해 7월에는 두 번째 권이 나왔다.
12명의 작가님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길어올린 사색을 편지 형식으로 엮어, ‘엄마의 정신’을 훌륭히 계승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책은 세 번째 『엄마의 유산』이 될 것이다.

‘엄마의 유산’은 어떤 책일까.
서문을 다시 읽어본다.


'거대한 우주 속, 작기 작은 점 같은 너와 엄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너에게 뭔가를 전해주고 싶어, 남기고 싶어 이 편지를 쓴단다. 누구나 그렇듯이 부모에 대한 기억은 결코 지울 수 없는 잔상으로 남게 되지. 엄마 역시 너에게 그렇겠지. 이런 의미에서 엄마는 지나온 시간보다 지금부터의 시간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선지 네가 성인이 되면서 엄마삶의 수면에 둥둥 떠오른 몇 가지 질문을 건져서 들여다보게 되었어.


‘어른의 어른’이 되려면 나는 무엇을 더 배우고 쌓아가야 할 것인가?

‘어른이 된 자녀’의 눈에 비친 ‘엄마라는 어른’은 어떤 사람으로 보여야 할 것인가?

그리고 나중에 이 세상에 없는 엄마를 네가 어떻게 기억하길 바라는가?


사실 우리는 스스로가 알고 있는 자신보다 훨씬 위대한 존재란다. 너 역시 그렇단다. 이는 앞으로 네 앞에 펼쳐질 어른으로의 세상에서 네가 증명해야 할 평제이고 또 이 명제를 믿음으로 지니고 산다면 삶의 어떤 파도에도 네 인생은 흔들리지 않겠지 (주1)'


나는 글을 잘 써서 『엄마의 유산』에 참여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글을 쓰기에는 실력이 너무 부족했다.
그래서 새벽독서에 참여했고, 인문학을 배우며 글을 써보겠다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아이가 어른이 되면서 대화의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가끔 이야기를 나누면, 나는 ‘어른의 어른’으로서 대답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한다.
처음 맡아보는 역할이라, 배워서라도 제대로 이야기해주고 싶다.

‘엄마라는 어른’은, 비록 작은 지렁이 같은 존재일지라도, 자식에게 남겨주고 싶은 이야기와 마음이 있다.
그 마음과 정신을 글에 담아 『엄마의 유산』으로 남긴다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이다.



'하나의 물방울이 땅에서 샘솟았어. 말라버리기 전에 다른 물방울을 만나고 또 만난다면 거대한 바라도 향하겠지. 이 편지는 그 첫 물방울인 셈이야. 엄마는 두 번째 세 번째 물방울을 만나게 되길 바란단다. 시작은 미약해. 하지만 옳은 시작이라면 결코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인 강인한 힘으로 영원을 향할 거야.... (주2)'


땅에서 샘솟은 첫 번째 물방울이 마르기 전에 두 번째 물방울을 만났다.
나는 세 번째 물방울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네 번째, 다섯 번째, n번째 물방울을 만나 바다로 향하고 싶다.

이 또한 옳은 시작이기에, 결코 사라지지 않고 강인한 힘으로 계승될 것이다.


(주1)(주2) 엄마의 유산, 김주원, 건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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