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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임차차 Jul 04. 2016

04. 절반,

떠난 자리에 남겨진 것들이 무수히도 많아 그 조각들을 애써 외면하다가 겨우겨우 하나둘 포개어 차곡차곡 서랍에 넣어두는 시간 동안 일년의 절반을 지났다.
일년의 절반을 모두 다 소모한것은 아니지만 몇개월의 시간은 소모한 것이다. 깨끗해지지 않은 상태. 조금 더 정리할 시간이 내겐 필요했다. 

원룸에 하나 있는 창문 밖의 풍경은 그리 나쁘지 않다. 곧 캄캄해져 어두운 하늘이 해를 삼키려 할때의 그 시간. 온통 주황빛으로 물드는 시간을 나는 참 좋아한다. 이날은 비가 갠 뒤여서인지 웅장함마저 느껴졌었다. 그리고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존재에게 짧은 편지를 썼다. 

어쩌면 내가 나 자신에게도 해야만 했던 말들 이었던 것 같다.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말. 

장맛비가 시작할거다.
그렇게 몇 번의 더위와 비를 보내고나면 코끝 알싸해지는 가을이 올거고.
일년의 절반을 이미 넘겨렸으니 얼마 남지않았을거다. 

뜨거웠던 지난해의 기억은 지금을 살아가는 중요한 윤활유가 되어준다. 계절은 뜨거웠으나 - 나에겐 너무 뜨겁지 않고, 너무 차갑지도 않아서 언제고 꺼내보아도 좋을만큼의 온도를 지닌 기억들.

변종모작가 말처럼- 다가올 시간은 좀 더 새로운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진부한 말로 마음먹기에따라 다르므로. 성가시고 묵직한 것들은 애써 떠올리지 않으려한다. 


서른의 절반. 오늘 더 담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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