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지금은 육지, 그러니까 도심의 블럭같이 쌓여져있는 빌딩 숲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일반 직장인이 되어있다.
꼭 일년 전 7월- 나는 자발적 백수를 자처하며 제주로 내려가 살아보기로 하였다. 그렇다고 돈이 넘치게 많은 것도 아니었으며 - 할 일이 있었던것도 아니었고, 단지 제주였고 난 꼭 살아보고싶던, 그래 로망이 컸었다. 운이 좋아 지낼 집도 있었으니, 이십대 마지막 29살을 조금은 철 없이 그저 즐겨보기로 한거다.
일년 전의 여름-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여기저기 참 많이 다녔으나, 바싹 마른 뜨거운 여름날의 제주를 떠올렸을때 - 김녕과 협재가 생각나는데 그중 김녕 사진을 올려본다.
김녕 성세기해변.
제주 첫 여행에서 하얀백사장에 푸른- 아니 숨이 멎을 듯 한 옥빛을 지닌 바다를 바라보고 첫눈에 반했었다. 그 뒤 김녕을 꽤나 좋아하게 되었다.
백사장쪽말고 동네로 들어가는 쪽으로 걸어보자 싶어 이날 손에 캔맥주 하나 들고 뜨거운 햇빛을 받아가며 걸었었다.
잠시 앉아 바다를 바라보고있자니, 눈 앞에 셀프웨딩사진 촬영을 하는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아름답고 예뻤다.
그들은 이토록 아름다운 바다를 함께 바라보며 자신들의 모습까지 함께 담긴 이날의 사진을 두고두고 바라보며 행복할터이다.
행복의 조건은 역시, 그리 호화스럽지 않다.
사진에 100%가 다 담기지 못한다. 제주바다는- 그만큼 맑으며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푸르르기에.
복작거리는 백사장을 벗어나면 이렇게 한적하게 김녕의 모습을 오롯이 다 담을 수 있다.
이제 마을로 들어가보기로 한다.
역시 마을 이곳저곳 지나가다 어른신들과 인사도 나누고 동네 멍멍이들과 잠시나마 장난을 치는게 소박하지만 나에게 딱 맞는 제주여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넓디 넓게 펼쳐진 바다와 해안도로도 참으로 좋지만, 온전히 그 지역을 느껴보고 싶다면 과감히 관광지투어를 내려두고 마을 곳곳을 돌아보길 추천한다. 돌담 밑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우뭇가사리도, 빨랫줄에 널린 어르신들 내의가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도- 동네 꼬맹이들이 건네는 씩씩한 '안녕하세요!' 인사 모두 여행에서 얻고 가는 따듯한 마음들이다.
그래서 난 이 동네여행을 참- 좋아한다.
별 뜻 없이 칠했을지도 모를 이 핑크집은 날씨와 김녕과 잘 어울렸다.
돌담집이야말로 가장 제주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꼼꼼하게 쌓여져있는 돌담은 볼때마다 신기하다. 해풍을 막아주고 비바람에도 든든히 자리를 잘 잡고 있으니말이다.
어쩐지 저런 상회 간판마저 맘에 쏙들었다.
김녕리- 아마도 김녕은 김녕성세기해변만 보려고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것이다. 하지만 빨간 등대를 바라보며 그 쪽으로 걸어가 동네까지 훑어본다면 좀 더 알찬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