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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임차차 Jun 19. 2016

버스타고 제주여행

03 행복해지는 조건

01

종달리 게스트하우스의 마지막 날, 마지막 조식. 소박하고 아담하게 담겨 든든하게 아침을 시작했다. 짐을 꾸리고, 전날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게스트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다시 여행을 시작한다.

제주도의 소화전은 왠지모를 상큼함까지 느껴진다

종달리. 이름도 예쁜 종달리. 라는 동네-

어쩌면 이때 이후로 난 꼭 종달리를 찾는다. 제주에 살면서도 꼭 찾았던 작지만 마음 편해지던 예쁜 동네. 특별한 관광지가 있는것도, 그렇다고 바다가 보이는 것도 아닌 동네에 그야말로 흠뻑 빠져들어 천천히 느긋하게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남은 이틀을 보낼 곳은 서쪽. 그러니까 지도를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공항을 기점으로 왼쪽으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동일주 라인에서 서일주 라인으로 넘어갈 때는 701번을 타고 다시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702번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02

지금보다 조금 덜 유명했던 봄날 카페를 가려 702번을 타서 한담동에서 하차했다. 봄날 바로 옆 공터에 놓여있던 그냥 의자. 그저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의자였으나- 제주의 바다와 어우러져 꽤나 그럴듯한 분위기를 주고 있었다.

이 사진으로 제주를 주제로 한 1300k 공모전에서 아주 작은 상도 받았었더랬다.

그만큼 애정 있는 사진이다. (그만큼 도용도 많고) 같은 풍경에 같은 구도가 나올 순 있지만 내가 찍은 사진은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 법. 그래서 누군가 내 사진을 본인 사진처럼 올려둔 것을 보고 나면 참으로 씁쓸해졌다.

이러나 저러나 지금까지도 쭈욱 유명한 봄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내가 도착한 시간은 12시가 되기 30분 전. 아 - 오픈 시간 확인을 안 한 내 탓이다. 휴무와 오픈 시간, 클로징 시간은 꼭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난 문닫힌 봄날만 바라보다 발길을 돌렸더랬다. 이미 사람들은 하나 둘 많이 모이는 중이었으므로 이쯤 봤으면 봄날 다 보았네-라는 생각이었다.

03

꼭 들러보고 싶던 카페 태희로 가기 위해 버스 대신 한담 해안산책로를 택했다. 아니 사실 작정하고 택한 길은 아니었다. 손에 들려있는 핸드폰속의 지도에 '산책로' 라는 단어를 보고 내려갔던 길이었다.

산책이라함은 그저 아파트 단지내를 빙글빙글 돌거나, 다른 곳 보다 그저 건물들이 덜 있는 곳을 걷는게 전부였던 일상이었으나 제주의 바다를 풍경삼는 산책이 나는 해보고싶던거였다.

4월 중순 한낮의 햇살은 뜨거웠다. 제주도는 겨울에도 따뜻할꺼야 ! 라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추위를 무척이나 타는 나는 이때에 유니클로 히트텍까지 챙겨갔더랬다. 물론 꺼내입을 일은 없었지만, 해를 피할 큰 건물이나 또 나무들이 많은게 아니므로 까맣게 살이 타는걸 원치 않는다면 얇은 긴팔옷을 추천해본다.

곽지과물해변의 카페태희

04

그러니까 나는 밖에서 혼자 알콜성분의 음료를 마셔본적은 없었다. 그 처음을 제주에서 꼭 해보고 싶었다. 그냥 방구석이 아니라, 푸르른 바다가 보이는 이곳에서 꼭 맥주한잔 하고 싶었다.

최근엔 내부 인테리어가 조금 바뀌어서 더 넓게 앉을 수 있는 것 같다.

*피쉬앤칩스도 있고 커피랑, 맥주종류도 꽤 많은편이라 너무 든든한 점심말고 분위기 있는 맥주한잔이 더 땡긴다면 이곳을 추천.


아쉬운건 이제 이 뷰는 볼 수 없다.(건물이 앞에 들어섰음)
익살맞은 표정의 메가님은 이제 달걀같은 민머리를 하고계신다.

05

또 다른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  협재바다와 아주 가깝게 위치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이다. 만화가 메가쇼킹님이 사장님이다. (사실 나는 웹툰을 잘 보지 않아서 몰랐었다.) 그는 이 여행에서 볼 수 없었지만 이젠 개인번호도 알정도로 나름 조금 .. 개인적으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사이. 


비양도가 거실 창문 프레임에 그림같이도 보여지던 게스트하우스 쫄깃센터.

재미있는 분위기라고 하여 기대반 설렘 반 예약했었는데 - 김영갑갤러리에서 그렇게 수다를 떨었던 언니와 이곳에서 다시 재회를 하게 되었고, 덕분에 일정이 없던 나는 짐만 내려두고 일행의 차에 동승하여 더럭분교로 향했다. 새삼느끼지만 버스여행을 좋아하지만 편한걸로치자면 역시 랜트카.


* 제주 협재리에 위치한 쫄깃센터. 내가 갔을때보다 더 흥겨운 분위기의 게스트하우스이며 - 따로 저녁시간 바베큐를 하지 않지만 게스트들이 삼삼오오 모여 그들만의 파티가 열린다. 혼자온 사람들에겐 즐거운 저녁을 보낼 수 있는곳 - 메가님이 낮술을 마시고 있어도 당황하지 마시라. 일정이 없다면 슬쩍 함께 낮술을 하자 권해도 좋을터. ( 내가 그렇게 오후4시부터 막걸리를 마신적이 있음)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는 분들에겐 추천하지 않음.
애월읍 더럭분교
벚꽃이 한창일때 온다면 더 좋았을 터


색이 칠해지지 않았었지만 지금은 예쁜 색 옷을 입었다.
구석구석 귀여운 학교.

06

가보고싶던 곳이었으나 버스로가기엔 참 애매했던 곳이었다. 언니가 전날 미리 친해진 동생과 오빠 덕분에 편하게 와서 사진도 찍고 이 아기자기한 학교를 볼 수 있었다.

한창 수업중이던 아이들이 하교하던 시간.


제주에서 나고 자라는 중의 아이들은 이렇게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별일이 없다면 제주라는 섬에서 자랄것이다. 이 아이들은 사춘기를 맞이하여 매일보는 하늘과 바다와 제주의 돌담이 지겨워질것이며 도시에 대한 로망이 자꾸 자라날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높은 빌딩들의 등지고 푸르른 제주에 대한 로망을 채워가는 것과 같은 이치이겠지. 


잔디에 앉아 언니오빠 동생들과 이런이야기를 나누었다. [ 이 아이들은 지금 제주에 지내는게 답답하겠지만 퍽퍽하지 않은 환경에 크는게 참 좋은거란걸 아주 나중에야 알게 되겠지.] 라며 - 부디 아름다운 이 섬에서 좋은 공기 멋진 풍경보며 잘 자라길. 이라는 생각과 함께 숙소로 돌아와 다른 게스트들과 밤 늦도록 맥주와 소주를 번갈아가며 신나게도 마셨다. 재미있던 시간이었어.


한림공원

07

다음날 - 이제 제주를 떠나야하는 날이었다. 시간 여유가 많이 남아 바다를 한번 보고 가까운 곳에 있던 한림공원을 갔다. 조금 비싼 입장료이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굉장히 컸었고 봄은 봄이구나 싶을 정도로 꽃들이 지천이었다. 가물거리지만 짧은 동굴 같은 곳도 있었던 것 같고.

어르신들이나 아이들과 함께가서 이것저것 보기엔 참 좋을 공간인것같다.

08

백수가 되고 처음으로 떠났던 이 여행이 편도행 티켓만으로 갔었다면, 어쩌면 아주 조금은 달라졌을까. 생각해봤다. 서울로 올라오는 비행기안 - 혼자 내륙을 여기저기 쏘다녔던 그 시간들보다 무언가 서서히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 정말 행복했어 여기서.' 이런 말도 절로 나올정도였으니-


5년남짓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지 고작 일주일 - 19살부터 스물여덟이 된 그 순간까지 나는 참 열심히 달려왔고 이제 겨우 모든걸 다 내려두고 숨을 돌린지 일주일이었던거다. 그 순간들이 너무도 익숙했던걸까. 마음편히 쉬지 못한채 다시 구직사이트를 켜두고 마우스를 달칵거렸더랬다.  해야만 하는 일들로 온전히 마음 내려두고 쉬지 못한채 다시 일상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지금 서른 -

그 사이에 제주도에 수도 없이 다녔었고, 지난해는 기어코 약 5개월정도 살아보기도 했다.

하지 못한 말들이 많으며 다 내어 보여주기에 아직도 벅찰만큼의 제주는 여전히 나에겐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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