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두환 Nov 19. 2023

엄마의 선행, 고향사랑기부제

우리 엄마 고액 후원, 배우자공제 통해 환급받을거라 기대중


엄마는 착한 사람이다.


적십자에서 지로 용지 날라오면 은행에 가서 기어코 그 돈을 내곤 했다. 안 내도 되는 돈이라고 해도 언젠가 말했는데, 그래도 한 동안 그 돈을 내곤 했다. 적십자는 지로에 딱한 사연 짧게나마 넣어서 보내곤 했는데, 그게 마음에는 늘 걸렸나 보다.


엄마는 만학도로 공부해서,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장을 땄다. 나이 먹고 그게 만만찮았을텐데, 아들이 소개해주고 들여다보며 다닌 야학을 부지런히 다녔다. 야학은 늘 운영이 어려웠다. 엄마가 졸업장을 딴 건 십 수년 전인데, 여전히 야학에 꼬박꼬박 후원금을 보낸다. '야학은 요즘 운영이 괜찮냐?', '지금까지 후원금 보냈으면 이제 그만 보내도 되지 않겠냐?'고 읊조리는 엄마를 보면서, 결국 보낼거라 생각한다.


아들이 선생님이나 공무원이 되길 바랐던 우리 엄마. 대학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하고, 재난 현장으로 분쟁 현장으로 기자 한답시고, 봉사 한답시고 돌아다니는 아들을 보며 매번 마음을 졸였다. 아들은 젊은 나이에 크게 두어 번 아팠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평범하게 살지도 못했다. 


돌고돌아 착한 사람의 아들은 결국 누군가에게 기부 받는 사람이 되었다. 



아들이 기부를 받기 시작한 건, 태국에서 탁아소를 맡을 때 부터였다. 태국 북부에 위치한 탁아소엔 여러 이유로 부모가 없거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많았다. 눈 앞에 보이는 걸 닥치는대로 돕는다고 사고 꽤나 치던 시절, 떠벌리기 좋아하는 아들은 이곳저곳 이야기하며 엄마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렇게 엄마의 선행은 시작됐다. (참고로, 가족에게 권유한다고 일반인에게 권유하는 것보다 기부 받을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35951&CMPT_CD=SEARCH


코로나19, 서슬퍼런 시절, 아들이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는다며 전쟁 접경지역을 제법 왔다갔다 했다. 오가며 코로나19 걸리고, 트라우마에 정신이 부유하고 다닐 때 였다. 엄마 얼굴 한 번은 봐야해서 집에 갔는데, 휴대폰이 안 된다며 뭘 좀 봐달라고 건넨 엄마폰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아들 활동 사진도 보내고 영상도 보내며, 겸연쩍게 기부를 권유하는 엄마의 흔적을 봤다. 아들 팔자 사납다며, 혀를 끌끌 찰만한데도.


https://www.youtube.com/watch?v=-8VCKXkNHr0


우리 엄마, 언젠가 배우자공제라는 것을 익히고 연말정산에 민감해졌다. 본인이 쓰는 돈도 여전히 사회생활 중인 아버지를 통해 환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부터였다. 기부금영수증을 챙기거나, 국세청 홈택스에 엄마 카드가 아버지에게 등록되어 있는지 등을 꼼꼼히 확인했다.


세상 일에 현혹되어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여전히 흐리는... 한심한 불혹(不惑) 아들의 도전을 여전히 응원하는 엄마, 이번에는 고향사랑기부제에 도전했다.


엄마는 아들이 권유해도 아들이 활동하는 단체보다 기부자에게 피드백이 좋거나 사업이 우수하다고 판단하면... 아들에겐 말하지 않고 은근슬쩍 다른 단체에 기부한다. 엄마에겐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할 두 개의 선택지가 있었다. '위기브(wegive)' '고향사랑e음'. 싱겁게 위기브에게 기부하게 되었는데,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https://www.wegive.co.kr/

https://ilovegohyang.go.kr



1)위기브가 기부하기 쉬었다. 절차가 훨씬 간단했고, 무엇보다 오류가 덜했다. 간편 결재로 손쉽게 기부 끝.


2)우리 엄마는 늘 해피빈이나 같이가치 같은 포맷에서 기부를 했다. 기부금이 어디 쓰이는지 자세히 안내 받고, 그 중 마음에 드는 단체와 사업에 기부한 셈이다. 위기브에서 '발달장애인 청소년 야구단을 지원한다'는 모금함이 엄마는 제법 마음에 들었다. 고향사랑e음은 기부금을 어디 쓰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위기브였다.

https://www.wegive.co.kr/shop/donationProduct/0000000195

https://www.wegive.co.kr/wezine/detail/356#page1&bbs_ix=356&bbs_type=wezine




언젠가부터 집에 그림을 걸기 시작한 엄마, 액운을 막아주는 익살스런 호랑이 한 마리가 필요하다며 거금 2백만원 기부하고 답례품으로 받은 판화, 독일 브레멘국립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해학을 주제로 인상적인 예술활동을 이어가는 정승원 작가의 <책가도-숯장수와 소금장수>라는 작품을 선택했다. 사실 2백만원까지 기부할 생각은 없었나 본데, 그림이 제법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https://www.wegive.co.kr/event/eventDetail/13


엄마는 10만원 기부할 요량이었다.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되고, 무료로 받는 답례품으로 한우나 삼겹살을 받아볼 요량이었다.


https://www.wegive.co.kr/shop/goodsView/0000000714

https://www.wegive.co.kr/shop/goodsView/0000000716


2백만원 기부->10만원 전액 세액 공제(100,000원)+190만원 16.5% 공제(313,500원)+기부금액 30%까지 답례품(600,000원) = 우리 엄마는 실제로 986,500원을 기부한 셈이다.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기부제도 중, 단연코 혜택이 많은게 고향사랑기부제다.



오랜만에 집에 가니 그림은 내 방에 떡하니 걸려 있다. 우리집에 모든 액운은 내가 가지고 있던 셈이다. 밤에 자려고 불을 끄니... 정승원 작가가 액운을 막고자 하는 마음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판화는... 야광이다. 그래서 그런가, 잠을 늘 설치는데 꿀잠잤다.



엄마는 조만간 본인이 후원한 발달장애인 야구단이 잘 굴러가는지 묻기 시작할테다. 스마트폰 사용이 나만큼이나 능숙하시니 하나씩 찾아볼테다. 


액운을 막으려면 집에 자주가야 할텐데... 나이 먹은 엄마가 늘 부산하게 움직여야하니... 뚱뚱한 아들에게 밥도 먹이고, 간식도 먹이고, 그리고 나선 또 먹이고, 그 후에 또 먹이고... 가는게 별 도움이 되나 싶다. 엄마가 너무 착해 야속할 때도 있었는데, 내가 벌써 그 나이가 됐다. 시간은 참.


이번 엄마의 선행은 뜻 깊었고, 혜택이 남달랐고, 액운을 막게 되었다. 내년 2월이 되면, 환급을 받았다 말할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작가의 이전글 <늦가을-초겨울, 익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