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건 그냥 버리세요
너무 오래 입어서 엉덩이 부분이 날근날근하고,
여기저기 해진 곳을 대충 꿰맨 쥐색 7부바지
섬유유연제를 때려 부어도 땀 냄새가 빠지지 않는
보라색 티셔츠는 그가 가장 애정했던 착장이다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꾸미는 일에 무심했던 그가 야속했다
괜히 싸움도 걸어보고, 서운함도 표현해 봤지만
결국 쥐색 바지와 보라색 티셔츠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가을, 겨울 유니폼은 또 달랐다
전체적으로 보풀이 올라온 검은색 후드 집업은
마치 원래 그런 디자인인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후드 집업을 벗으면
검정 바탕에 군데군데 빨간 줄이 그려진
등산 티셔츠가 짜잔-
다행히 보풀은 일어나지 않는 재질이었다
"오빠, 그 옷 되게 좋아하나 봐?"
"이거 집에 세 장이나 있다?
엄청 편하고 좋아~ 하나 갖다줄까?"
"제발 낡은 옷은 좀 버리면 안 돼?"
그는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지? 근데 정이 많이 들어서 도저히 못 버리겠어"
다 해지고, 찢어지고, 색이 바랜 옷도
그놈의 정 때문에 못 버리던 그가
나를 버렸다,
3년을 함께 한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