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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Jan 04. 2017

인도를 노래하다

#35 술 한잔

술 한잔(우다이푸르)


술 한잔에

모든 것을 잊혀 본다

힘겹고 외롭고 아프고

영영 잊히지 않음이 분명함에도

한 잔 두 잔

그 독하고 뜨거운 한 잔의 술이

영원과의 연을 끊어 주길

찰나처럼 찬란하길

잊어 본다

잊혀 본다





나의 장거리 이동은

늘 불편하고 불안하다


불편한 목으로 오는 고통과 좁은 공간 속이 두렵다

아마도 그 이유에서 일 것이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기나긴 여정은 15 시간이란 흐름 뒤에 끝이 났다


끝은 곧 시작 이만


아우랑가바드에서 아메다바드

1000만에서 500만의 인구

대도시답게 엄청난 릭샤들이 등에 빨대를 꽂을 준비를 하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끌어당겨지는 배낭

구겨지는 인상 안으로

 

예민해진다 날카로워진다


몹시도 지쳐있고

비정상적인 컨디션이 자의반 타의반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대도시로 인도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울 때면

나의 몸은 힘이 빠져 주저앉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은 주질 않는다


주위를 둘러보면 안식처 같은 적당한 짜이 가게가 있다

그다음 천천히 생각하면 된다

(인도에 와서 터득하게 된 셀프 처방)


근데

도저히 모르겠다

그럴 때면 나의 직감을 믿는다

(직진본능, 대책 없이 앞만 보고 걷는 미련한 기술이 장착되어 있다)


그렇게 앞만 보고

한참을 걷고 걷다 보니 큰 시장이 나온다


분명 500만이 넘는 도시지만

관광지가 아니기에 이방인이 있을 리 만무하고

지극히도 메마른 남자가 자기만 한 배낭을 메고 다닌다는 건

더 신기한지도 모르겠다


뭘 하나 물어볼라치면 엄청난 인원이 휘몰아쳤고

나는 짐 가지를 간수하느라 이것도 저것도 되질 않았다


또 다른 짜이 가게에서

지도를 폈다


외계인의 보물지도라도 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지도 주위를 에워싸고

버스터미널 한마디에 손가락들을 서로 다른 방향을 표했다


더 더 혼란스러워졌다



어쩔 수 없이 릭샤를 타는 수밖에 없다

가격을 알아야 타지 분명 바가지요금일 것임에 분명할 테니까


어느 정도의 가격인지 시장에서 충분히 알아 놨지만 

역시나 현지인과 이방인의 가격은 달랐다

외국인세를 받으려는 악덕한 놈들

 

발품을 팔아 절충가를 협상하고

시끄러움과 공해와 무질서한 혼란 속으로 들어간다

30분이 넘는 엄청난 거리다


대도시는 대도시다


엄청난 트래픽 잼 소음과 공해, 자비가 없는 사나운 운전들

미치기 직전에 내려다 준 허접한 버스정류장엔 버스 보다도 원숭이가 더 많다


굿럭이라며

30분 뒤에 우다이푸르행 버스가 있다는 것


이게 정말 굿럭일까..

연이어 7시간의 또 장거리다


이내 몸 꼭 우다이푸르에 당도하면 한사코 움직이지 않으리

다짐에 다짐을 한다


버스만 쉼 없이 달린다


하루가 또 넘어간다


지겹고 버거운 긴 시간도

아주 천천히 흘렀지만 결국엔 끝으로 향해 흐른다


원하고 원하던 우다이푸르에 도착을 했다


시야에 들어온 겨우 2대의 릭샤

이젠 통밥으로 릭샤만 봐도 동네의 사이즈가 가늠이 된다


가트 주변

강이 내려다 보이고 적당히 조용하며 그 속에서 편의함이 있어야 하는

그런 곳을 찾다 보니 또 한 번의 예민함의 이가 다시 드러났다


지쳐 너덜너덜해진 몸뚱이로 적당한 곳에 둥지를 틀고 보니

인도인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이다

신께서 여기로 인도한 것엔 다 이유가 있을 터

그래도 한식은 아껴야 해 

입이 적응을 하는 순간 너무나도 힘들어질 여정이 될 것임을 잘 알기에


몸도 마음도

24시간이 넘는 대이동으로 지칠 대로 지쳐있다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한해 한 해가 다르다

(무릎에 힘도 아니 들어가고..)


추운데 따뜻한 물이 안 나온다

따신물이 콸콸 나온다더만 낚였다.. 모든 게 비협조적인

바보 같은 하루와 나


이빨을 꽉 깨물고 샤워를 했다

이것저것 정리하고 배낭 깊숙한 곳에서 

제법 두터운 옷을 입었다

(인도에 계절이 몇 개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타타와 올가가 부른다

기분이 어떻냐고 컨디션은 괜찮냐고


괜찮다고 피곤해서 그런 거라고

윗 지방으로 올라와서 그런지 조금 춥다고


올가님

방에 가더니 뭔가를 주섬주섬 챙겨서 나오신다


러시아 럼주


한잔 스트레이트로 따라준다

러시아 스타일답다


춥고 피곤하고 컨디션이 별로 일 땐

럼 한잔하면 컨디션도 회복이 되고 릴랙스가 된다고


술 한잔에 벌컥 마신 것처럼 가슴이 뜨거워졌다


너무너무 고맙소 올가 

스바시바 (이건 러시아 땡큐)


고단했던 25시간이 지난 시간

잔잔하게 흐르는 호수가 보이는 루프탑에서 좋은 친구와 럼 한잔


지독하게도 독한 럼 한잔이지만

지난 일에 작은 마음과 움츠려졌던 생각들

부디 잊혀지길

내일의 평화가 찾아오길


조금 늦었지만 되돌아온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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