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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Jan 10. 2017

인도를 노래하다

#37 불편과 불행

불편과 불행 사이 (우다이푸르)


욕심에 만족이 있을까

불만족에 충족이 있을까

그대들은 만족하는가

아니면 충족되는 불만족에 사시는가

순간에 감사한 일들이 넘쳐흐르는 지금에

우리는 찰나를 놓치며 영원만을 바라본다

내일과 다음 생 중에 먼저 오는 것은 분명 

지금일 것이다

지금이란 찰나들이 모여 살이 되고 뼈가 되어

감사와 사랑의 싹이 터 영원이라는 열매를 맺겠지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는

소박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뜨거운 마음을 가진 어느 나라의 작은 아이처럼








꿈을 꿨다


노아의 방주

커다란 장어통발 배였지만

아찔한 순간 꿈에서 깼고

식은땀은 오전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침은 왜 이렇게 추운지

어제의 난감함에 한껏 당하고도 미련하게 또 당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단 말

진리다


숙소밖에 핫 샤워라고 적힌 표지판은 확실히 나빴다


이틀째 미지근에도 못 미치는 물

뜨거운 한숨이 나온다


인도 여행이 끝이 나면 네팔이라는 나라로 넘어갈 건데

이렇게 추위를 못 견디면 심히 염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지도 않은 걱정에 깊은 뜨거운 한숨이 거듭난다



차가운 물은 잠시 안녕을 하고


얼굴에 잔뜩 묻은 피로와

간밤에 난리가 난 뒤엉킨 머리칼도

잠시만 안녕


대충의 옷과 눌러쓴 모자 



오래된 건물들과 좁은 골목 사이로

흘러 들어온 넉살 좋은 햇살이 

다시금 호수에 비춰져 

모든 것을 감싸 안고 스쳐 지났다


가을이었다



어제 보아둔 작은 로컬 빵집엔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행객들이 앉아 있다


무언가를 주문받을 때면


숙련된 아저씨의 손에서

밀가루들이 춤을 추고

달걀들은 와락 얼싸안고선 서로의 옷을 벗겼다

소금과 후추가 샹그릴라가 되어 프라이팬 위에서 파티가 한창이다

버터와 잼으로 옷을 다시 얇은 입고 다시금 입속에서 파티가 이뤄진다


기분 좋은 바람

기분 좋은 푸드 파워



아무것도 어떤 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한참을 멍하니 호수만 바라보다

이렇게 좋은 날

이렇게 좋지 않은 날

좋지 않게 좋은 날

그냥 호수에 빠져도 좋겠다 싶은 날 


간사하게도 이런 날은 또 걷고 싶어 진다

작은 물 한 통 들고 무작정 걷다 걷다


내가 머물고 거닐던 곳들이

작은 성곽 안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성곽 밖으로 나서을 땐


많은 현지인들이 상주를 하고 소박하고 부지런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안과 밖이 달라도 너무 달라

조금은 황당하고 당황스러움이 교차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이라는 것이

성벽이라는 울타리로 금을 그어 놓았다



아무것도 아니던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에

비루하기 그지없는 나의 문장으로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가슴속에 따뜻한 어떤 무언가가 응어리가 되어 들어옴을 느꼈다


더 멀리 더 바깥으로

현저하게 외국인들의 줄어들고

기어이 이방인들이 보이지 않을 땐 

비로소 이곳이 진짜 인도


호화로움과 외국인들의 비유를 맞추기 위한 어설픈 정리 같은 것도 없다

그들의 삶은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아니 너무 다르다


언젠가 내가 왜 하필 인도에 와서 이런 개고생을 했는가에 대해서

그래도 나는 외국인들을 위해 나름 신식으로 리모델링되어 살만하고

먹을만하고 그런 곳에 있었구나라는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다









인도인들을 볼 때면

불편하겠지만 불행하지는 않은

소박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그런 기분이 너무나 많이 든다



시간 흐름의 감각이 무뎌질 때쯤

육체의 허기짐이 시간의 흐름을 알려준다


리틀 프린스 레스토랑

한국말을 너무도 잘하던 인도 총각

여기 맛있어 칼국수 수제비를 외치며 앉아 앉자를 연신 외친다

그래 간만에 한식 좀 먹자


그러면서 뒤편을 가리키며 칼국수 정말 맛있다를 앵무새처럼 되뇌었다


몸이 조금은 불편하신 중년의 부부

사실 어제도 3번이나 스쳐 지났는데 

난 단번에 알았는데 그분들은 나를 일본인으로 알고 그냥 지나쳤다고..



서로가 너무 반가운 듯 말이 길어져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이러지 말고 식사가 끝난 후에 차를 한잔 하기로 했다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 늦게 시작한 식사를 

내가 조금 마셨다

속도를 위한 것도 있었지만 제법 맛이 있었다 


한국사람은 한식이 한식 힘이 나는구먼


그렇게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옮겼다


아버님은 키가 작으셨고 목발을 짚으셨고

어머님 역시도 키가 작으셨고 아버님보다 조금은 더 불편한 장애를 겪고 계셨다


안타까움이 묻어났지만 표현할 수 없었고

그런 안타까움은 아무것도 아닌 듯

서로를 의지해 서로를 도우고 속도를 맞추고 눈높이를 낮추고

부러움도 잔뜩 묻어났지만 그 또한 표현할 수 없었다


찰나였지만 아주 작은 충격에 멍하니 걸으며

나도 모르는 사이 속도를 맞추고 있었다


두 분, 굳이 그러실 필요 없다며 웃으셨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조금 얼굴이 붉어졌다


계단이 많아도 문제가 없으시다던 아버님과 어머님

그래도 계단이 많으면 이동의 불편이 있을 것 같아

조금은 외지지만 한적하고 꽤 괜찮은 분위기가 있는 곳으로 자리했다



반대편에서 보는 우다이푸르도 이쁘다


여행으로 만나 

겨우 차 한잔 하는 것이었지만

서로가 인도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그 이야기에서 또 현실 이야기에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고 

외동딸의 고민에 모든 신경이 쏠려 있는 모습에

여느 대한민국의 부모들이 가지는 똑같은 숙제의 모습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참으로 인간미가 넘친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아버님은 오래 앉아있음 민폐라 좌불안석이고

어머님은 이렇게 좋은 곳에 있는데 더 있고 싶은 요량이다

아이고 아버님 한국 정서가 이곳에서 먹히던가요? 괜찮습니다

이곳은 인도이고 이런 곳에 선 그런 거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참 예의를 따지는 나라도 대한민국 뿐이구나

나쁜 건 아니지만 여유로움을 느끼고 싶을 땐 그저 나만 생각하면 된다 

그것이 나에게 주는 참 여행이니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음료값을 계산하셨다 LTE급의 광속이었다

너무 좋고 감사한 이야기들

 

챙겨줘서 고맙다고 

감사한 건 오히려 나인데 

여러모로 


아버님 어머님은 그렇게 떠나셨다



당신들의 부족함을 늘 서로가 채우듯 

자식의 부족함도 채워질 테니 너무 걱정 마시라고

언제나 지금처럼만

현재를 즐기시라고

부디 여행이 끝날 때까지

건강하시기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붉은 해거름을 남기며 넘어가는 해

약속이라도 한 듯 반대편에서 눈썹 같은 달이 나타났다


계절처럼 황당하게 하더니

기온 역시도 달뜨자 찬바람이 불어온다


그러고 보니 

유독 이곳에 약국들이 많더니

매일 같은 환절기에 적응하지 못한 나 같은 미련한 사람들이 많나 보다


돌아온 숙소에 타타와 올가

오늘 어땠냐고 물어보니 최고였다며 

여전히 엄지 척


2주 정도 같이 있다 보니 닮는구나

그대들이 좋았다니 나도 좋소


참 평온한 하루 속에

참을 되돌아보게 하는 하루


매일을 순간을 불평하고 

가지지 못한 것에 누리지 못한 것에 

한숨짓고 참 작던 나


소박하지만 가난하지 않는

불편할진 모르지만 불행하지 않는 


여기는 인도


별 하나  부끄러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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