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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Jan 29. 2017

인도를 노래하다

#41 B-612

B-612 (자이살메르)


어린왕자처럼

어딘지 모를곳으로 떨어진다면

나는 무엇을 제일 먼저 찾아야 할까

그래 행운을 찾는 거야

제일 먼저 친구를 만들어야겠다

서로 의지하고

서로 좋은걸 같이 공유 할 수 있는

절망뿐인 세상일지라도

장미밭 같을 행운 말이야





AM 7시 알람

번쩍 뜨여진 눈이 멋쩍게

움직여지지 않는 무거운 몸덩이


무슨 스케줄이 있을 때라치면

아는지 모르는지 몸이 천근만근인 이유는

알 수 없는 딜레마다


어제 예약한

사막 낙타 투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생존에 관여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쟁여 넣으며

기다리는 빨래


혹시나 해서

당부에 당부를 더 했던 빨래

무슨 일이 있어도

7시에 준다던 그 빨래

8시 30분이 넘도록

깜깜무소식인 그 빨래


9시면 투어 약속시간인데

인도의 느긋함에 다시 한번 소름이 돋는다


스스로 자의적인 선택을 했건만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

또 다른 선택의 기로에서

짧은 순간 다른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

타의적 자의적인 선택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 또한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어떻든 좋지 않은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


똑똑똑


너무나 해맑게

웃으며 나타난 시간


8시 50분


화가 난다.

화가 난다..

화가 난다...


부리나케 뛰어간 여행사

멀지 않아 다행이었다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평화로움이 넘친다


또 한 번 인도의 느긋함에

다시 한번 더 소름이 돋는 순간이었다


아침은 먹었냐며 선한 얼굴의 사장님

(아직까진 선하다, 우다이푸르 나라얀 이후로 의심의 끈을 놓지 않기로 했다)


빨래 때문에 못 먹었다니

성문 입구에 괜찮은 빵집이 맛있다며

먹고 있으면 나 가는 길에 픽업을 하겠단다

(부디 지금처럼 오늘의 투어도 젠틀하길)


다행으로

게으른 다른 나라의 친구들 덕분에

촉박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빵으로 가득 찬 배를 보며

기분 좋아진 나를 보고 있다


머리 위로 비둘기들이 날아오른다


호주. 아르헨티나. 한국의 조합으로 떠나는 사파리 투어

지프를 타고 원웨이를 달린다

겨우 차량한대 달릴 수 있을 정도의

왜 이렇게 만들어 놨는지

그 넓은 땅을 두고 말이다


나는 분명 행복한 사람이란걸


운전기사는

운전보다도

휴대전화에 더 신경이 많이 쓴다

(불빛 하나 없는 어둠을 어둠으로 뚫고 나가는 느낌)


나뿐만 아니다

동행하는 이방인 친구들도 모두 운전자의 휴대폰을 바라보면

몹시도 관리가 되질 않는 표정이다


흙먼지를 날리며 도착한 작은 마을

마을이라 하기에도 너무나 부족하다

겨우 몇 채의 집

집이라 부르기도 너무한..

어린이 포함 20여 명 정도 부락 수준


여기서 낙타를 타고 이동한다는데

낙타를 기다린다


기다림 뒤에 나타난 낙타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낙타를 탈 때엔

엎드려 있는 낙타에 올라타

약간의 중심력과 조금의 담력만 있으면 된다

 

그렇게 시작된 사막투어


1시간쯤

아무 말없이 이동했다

엉덩이와 허벅지 허리가 아파온다

사막은 보이질 않고

길잡이꾼은

1시간쯤 더 이동해야 한다며

낙타들을 정렬시킨다



사람은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


그렇게 또 한 시간을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 곳은 커다란 나무 한그루와 넝쿨들이 적당히 있던 곳


사막이라 모든 게 녹을 만큼의 더위가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생각만큼의 더위는 없었고 모래바람만이 눈을 아프게 할 뿐이었다


적당한 위치에 자리를 잡고

점심준비를 한다


도마 하나 없이도 곧 잘한다

리얼 야생

점심은 야채 카레와 짜파티

근사한 식사는 상상하지 않았다

소박하지만 음식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또 초원에서 마시는 짜이란 정말 숨 막힐 정도의 감동이었다


볕이 있었지만 덥지도 뜨겁지도 않아

허름한 카펫을 침대 삼아 누웠는데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길어진 나무 그림자가 나를 덮었고

음지의 차가움에 눈을 떴다


사막 길잡이 친구는 모래로 설거지 중이었다

환경에 적응한 모습에 감탄을 한다


투어 시작부터

낙오자처럼 늦게 따라오던 호주 친구

cath

식사 후 이동 준비를 하는데 같이 가자며 부탁을 한다

그렇겠노라 말을 했지만

낙타들은 놀리기라도 하듯 기다려 주질 않았다


그렇게 또 한참을 걸었나 보다

뒤통수가 지릿지릿 전기가 타

뒤돌아 보는 순간


호주 그 친구가


낙타에서 떨어졌다

갑자기 낙타가 주저앉아버린 것이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동공이 팽창을 하고 손끝과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찰나였다


많은 양의 모래 바람이 일어났고

헬프미 헬프미라는 탁음과 함께

모든 것은 일순간 멈춰버렸다


잠시 멈춘 장면은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상태를 보아하니

충분히 골절로 사료된다

다른 여행자가 안정시키려 웃으게 소리를 하니

울다 웃다를 반복하다가

기절 아닌 기절을 해버렸다


같이 가자던 마지막 말이 오랫동안 남았다


결국 지프에 실려 다시 자이살메르로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사라지는 듯

투어에 속한 여행자들은 모두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고

분위기가 분위기 인지라

나도 가겠다


코리아는 괜찮단다


....

코리아는 괜찮다니..


다른 3팀이 모일 거니

걱정 말라고


걱정이 된다

이것도 저것도


그렇게 괜찮은 코리아는 다시 낙타를 타고 걷는다


엉덩이와 허벅지 안쪽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마음은 벌써 지프를 타고 자이살메르로 간지 오래


조금 전의 상황으로

사막의 일몰은 보기가 힘들 것 같고

불편과 불안과 몹쓸 예민함으로

긴 한숨이 나온다


그 와중에 사슴이 통통 뛰어가네

약간은 멍하니 어릴 적 도전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가 같이 뛰어갔다


해는 점점 기우는데

사막은 보이질 않고

언덕에 언덕을 또 넘는다


순정마초 사막길잡이 친구


몇 개의 언덕을 넘고

또 작은 언덕을 넘고

그냥 포기다 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에


바로 눈앞에 사막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황금빛으로 일렁이고 있다


두 번째 사막이지만 또 다른 느낌의 사막

붉은 해가 딱 넘어가기 직전이다


메리 크리스마스


많은 사람들의 버켓리스트로

사막에서의 일출과 일몰, 하룻밤을 보내는 게 평생의 소원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그 어려운 것을 나는 해낸다

두 번이나


붉은 태양은

그 붉음을

황금빛 모래 언덕 뒤로

넣고는 사라져 버렸다


푸르스름한 파랑의 어둠이 내리고

그 뒤로 바통을 넘겨받은 보름달이 떴다


해가 졌음에도 밝음은 여전하다

풀문의 사막


적당한 곳에 모닥불을 피워 앉은자리

스코틀랜드. 러시아. 아르헨티나. 호주. 한국. 적은 인원이지만 참 글로벌스럽다


한켠에 부엌이 만들어지고

모래와 불로 모든 것이 탄생한다

저녁 또한 카레와 짜파티다

여전히 소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따뜻하다


정말이지 별거 없는 할거 없는 사막에서의 하룻밤


모닥불이 점점 불길을 잃어가고

모두의 침묵 속으로 올려다보는 하늘

고요함 속 별들의 외침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깊어만 간다

익어만 간다


가장자리에 두터운 담요를 깔고

침낭으로 들어가 하늘을 본다

풀문이라 별빛이 희미하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무렵

하나둘씩 빛나는 별들

불빛도 인적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 누워있다

귀를 기울인다면 충분히 별들의 속 사귐도 들릴 듯하다


크리스마스이브

사막에서의 하룻밤

언젠가 호수에 비친 하늘을 보며

닮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자이살메르의 사막도 꼭 닮아 있다

모래처럼 빛나는 하늘의 별처럼

동화 같은 이야기는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 동화 같은 하루


기다란 꼬리를 만들어

나에게로 별이 떨어진다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충분할 것만 같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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