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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어부 Feb 08. 2017

인도를 노래하다

#43 김종욱 찾기

김종욱 찾기 (조드푸르)


첫사랑의 짧은 추억만으로

그곳의 날씨와 그날의 향기

그 모든 날의 기억들을 찾는다

그가 아니면 안 되는 것 말고

내가 아니면 안 되는 것 말고

우리여야만 했던 그 날

따뜻했던 그 때를 되돌아

나를 그곳으로 인도한다

한때 내 삶의 전부였던

내 모든 것의 모든 것이었던

그 날의 날씨와 그날의 향기

그 모든 날의 모든 것들








썸머 크리스마스라

더울 줄만 알았던 그날의 날씨는

생각만큼이나 혼란스러웠다

찬란했던 밤은 지났고

모래로 가득한 보고 있자니

까슬까슬한 것이 몹시나 신경이 쓰였다


체크아웃 시간을 감안해서

전전날 미리 조드푸르행 버스를 미리 예약해 놨다


생각만큼

예상만큼

모든 것을 비켜가는 인도니

더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하룻밤을 묵었던 그곳에

본인 스스로 자이살메르에서 요리라면 최고라던 그 젊은 숙소 사장

꼭 아침을 먹고 가라고 한다

후회한다며


나는 니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어제 너의 짜이 맛을 내 혀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몹시도 무거웠던 집이지만

까슬까슬 모래들이 밀도를 더 높여

조금은 더 무거워진 듯한 배낭


무릎아 오늘도 잘 버텨주길 바란다


마음만큼은 여유롭게


자이살메르 성문 입구에 있던 GERMER 베이커리

진정 이곳이 자타공인 자이살메르의 자랑이지


젊은 사장

몇 번 봤다고 기억해주니 감사하고

어제 너의 산타모 귀여웠다고 말해주니

고맙다며 부끄럽듯 감사해한다


하늘과 구름을 이어주는 무지개 다리


따뜻한 짜이 한잔과 샌드위치


꽤나 높아진 자이살메르의 밀도 속

이른 아침부터 많은 관광객과 그들의 머리 위를 가득 채우는 비둘기들

하늘과 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피어 있다


시작이 좋다


부디 내가 가는 길은

꽃길이길



하프 슬리핑 버스


낮에 타긴 처음이지만

인도란 늘 일상이 이상으로 느껴진다

무엇을 상상하던 언제나 그 이상이었다


위태하게 출발하는 버스

입석에 입석에 또 입석에 또 입석

강한 흔들림에도 한치의 오차 없이 앉아서 주무시는 할아버지

또 어디선가에선 멀미를 하고

나의 앉은키엔 몹시 낮은 천장

허리가 길어 슬픈 동물은 사슴만이 아니었다

아프고 아팠다


불가촉천민으로 인증되는 외국인인 나는

체크인된 자리에서 밀려 더 낡고 허름한 자리에 배정이 됐고

5시간 소요된다던 조드푸르행은 1시간 반을 더 오버했다


어제 낙타를 탈 때 보다 더 강력한 불편함으로 시작해 끝을 봤다



조드푸르..



그곳은

내가 인도라는 나라를 알게 했고

내가 인도라는 나라를 가게 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은 꼭 가리라 다짐했던 곳


이유는 단순하게도 영화 때문이다

공유와 임수정의 "김종욱 찾기"라는 영화

이 영화를 1번 보고선 재밌다 했고

횟수가 거듭날수록 인도라는 나라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곳의 날씨와 그곳의 향기가 몹시도 궁금했다

그중에서 조드푸르라는 동네를


김종욱이라도 찾을 것처럼


그곳의 향기

그곳의 날씨

그곳의  모든 것이 궁금했다


허나 인도 중에서도 너무 저평가되어있던 이 곳은

별 볼일이 없이 반나절 코스로 스치듯 끝나버린다는 것에

더더욱 가고 싶었다



엄청 엄청 가보고 싶은 도시였지만

이 곳이 인도임을 잠시 헤아리지 못했다

도착의 순간부터 순조롭지 않은

이 곳은 인도였다


집요하다 못해 집착 증세까지 보이는 릭샤꾼

오랜만에 나오는 나의 더럽고 지저분한 인상질로 단칼에 내쳤지만

굴하지 않는 릭샤꾼이 더 굴하지 않은 나를 대면하고선 끝내 침을 뱉고 사라졌다


아무리 생계유지를 위해서 그런다 치지만

적당한 선을 지켜줘야 하는 건 아닌가 하지만

이곳은 나의 어떠한 상식도 통하지 않는 인도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물었다

불을 붙이고 주위를 바라다보니


이곳은 어디인지

저곳은 어디인지


나는

이곳의 길을 단 하나도 모른다

몰랐다

터미널에서 내리면

영화처럼 모든 것이 이어질 줄만 알았던 것이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괜찮다

조드푸르니까


내뿜은 담배 연기들 사이로

멀리멀리

인디고의 푸른색들이 보인다

블루시티로 들어왔구나


김종욱 찾기의 데스티니 호텔이 궁금하다

정말 있긴 할까

영화 같긴 할까


그러기엔

길도 모르고

영어도 모른다


조용히 짜이 한잔으로

흥분되는 이내 마음을 조금

달래어 봐야겠다


푸름이 빛을 더 한다


짜이를 한잔에

혹시 코리안 무비 하니

김종욱 찾기?? 이 곳에서 그 호텔은 너무나 유명했다

영화처럼 호텔 데스티니가 아니라

블루시티 호텔였다는 것만으로 방향은 잡을 수 있는 것으로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문득

사치라는 것이

한번 해 보고 싶었다


힘겹게 찾은 블루시티 호텔

입구에 들어서니 사장과 공유, 임수정과 찍은 사진들이 즐비하다 못해 광고 수준이다

둘러보는 사이 사장님 왈 예약했냐고 물어본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나로서는

그 순간 눈치로 알 수 있었다

인기가 많아 이 곳은 예약을 하지 않으면

큰돈 주고 자고 싶어도 못 잔다는 것이다라는 것을


오래간만에 사치해보고 싶다 라고

힘들게 고민해서 결정했건만

내 돈 주고 자는 건데도 못내 아쉽다

또 아쉽다

그곳에 임수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얼마 뒤 그곳의 방값을 알고 나선

안 되는 것엔 이유가 다 있구나 하고

씁쓸하게 웃었더랬다


길을 나서는데

블루시티 호텔은 하나가 아니었다

인도가 아니랄까 봐

여기저기 블루시티 호텔들이 있었다

역시나 공유와 임수정의 사진들도..


이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대도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우스운 이야기


커다란 배낭을 보고

알 수 없는 철공소 아저씨에게 붙들려 간 숙소

(붙들려 가면서도 내가 왜 철공소 아저씨를 따라가지 알 수가 없었다)

비싼 숙소 값에 칩칩을 외치니

말도 안 되게 반의 반을 더 후려쳐주시는 사장님

어떤 의미에서 무슨 이유로 그렇게 후려쳐 줬는지 알 수가 없지만

말이 안 되는 뷰를 자랑하는 방을 싼값에 얻었다



노랑과 파랑 사이의 그늘


나는 지금

블루시티의 중심에 있다


그리고

메헤랑가르 성이 바라다 보이는 큰 창문에 기대어 서 있다


짐은 그대로 둔다

스칠 듯 지나칠 조드푸르

스치듯 바라본 조드푸르


해가 기운 상태라

푸름의 도시를 보지는 못했지만

내일이라는 밝은 해가 비췄을 때

더 푸르게 빛이 날 블루시티 어딘가

첫사랑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밤


나는 조드푸르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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