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함께 위스키를 마셔주어 고마운 민정님에게.
오늘 나는 피자를 시켜먹었고, 집에 있는 탄산수를 한 병 마셨습니다. 무스 케잌과 취나물과 블루베리도 샀지요. 피자는 큰 비닐봉투와 종이 피자 박스에 담겨 왔습니다. 파마산 치즈와 핫소스는 작은 비닐에 담겨 왔고, 피클은 모두가 아는 그 플라스틱 통에 담겨 왔어요. 비닐봉투, 피자 박스, 소스용 비닐, 피클용 플라스틱은 지금 이 시점엔 모두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무스 케잌이 담겨 있던 종이 박스도, 취나물을 싸고 있던 비닐도, 블루베리가 담겨 있던 플라스틱 통과 탄산수 병도 모두 쓰레기통에 들어갔습니다.
아, 나는 오늘도 돈 주고 쓰레기를 샀어요. 불과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상품의 청결을 보장해주며 멀쩡히 살아있던 그들은 지금 우리집 쓰레기통에 찌그러진 채로 배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상합니다. 분명 돈 주고 살 때는 만져도 아무렇지 않은 물건들이었는데, 지금은 손에 닿으면 기분이 찝찝해지는 물건이 되었어요. 역시 이상해요. 이들이 더럽고 불쾌한 물건이 되는 시작점은 언제일까요?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아니면 각자의 이름으로 불리우다가, 맨 앞에 쓰레기라는 대명사가 붙는 순간부터?
이쯤 생각하자 내가 치사하게 느껴집니다. 나의 필요로 인해 내 손에 들여 놓고는 나의 불필요로 인해 집 밖으로 내쳐버리며 '쓰레기'라는 기분 나쁜 말까지 붙여버리다니요. 게다가 그들이 우리집에서 내쫓긴 뒤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버린 물건이 겪게 될 일이란, 궁금하지 않은 법이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버린 쓰레기들이 대관절 어떻게 생을 마감하게 되는걸까요? 일반쓰레기와 플라스틱 쓰레기는 각각 어디로 가는지, 음식물쓰레기는 동물이 먹는다는데 이 역한 쓰레기를 가지고 대체 그게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지요.
유튜브에서 몇 개의 검색어 만으로 생각보다 쉽게, 많은 정보들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 중 서울환경연합이라는 채널에서 쓰레기 박사님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알게되었어요. 그동안 내가 쓰레기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는 사실을요.
쓰레기 박사님 _ 내가 버린 플라스틱 어떻게 되나요?
https://www.youtube.com/watch?v=GzSQd5pG0qI
하, 앞으로 마음의 짐은 커질테고 귀찮은 일은 많아질거란 예감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