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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gelina C Oct 11. 2020

마스크와의 전쟁

내가 예언했지 휴가철에 인구이동이 폭발할 거라고

올해는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있다.

눈만 보며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요즘 새삼 느끼지만 눈으로표현하는 게 이렇게 힘들다.

황사 때도 마스크를 잘 안 썼는데 집 밖으로 나간 순간부터 쓰려니 적응도 안되고 숨도 쉬기 힘들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을까? 잃어버린 2020년.. 역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다.


여기저기서 마스크 착용과 관련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은 착용 권고가 아니라 거의 강제가 되었지만 올해 초반만 해도 마스크 없이 타는 사람도 많았다. 처음 마스크 착용 의무가 시행되고 정말 사건이 안 생긴 차가 없을 정도였는데 나도 얼마 전 대전지법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왔었다. 차내에서 어떤 고객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돌아다니며 시비를 걸고 아이들한테까지 삿대질을 하며 욕을 하고 다녀 객실이 난장판이 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팀장님이 옷이 다 뜯겨가며 몸싸움을 해 중간역에서 철도경찰에게 인계했었다. 검찰이 그 사람을 철컹철컹하기 위해 팀장님과 나를 증인으로  선정했다.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


차내에서 제일 많이 발생하는 민원 중 하나가 왜 이렇게 열차에 사람이 많냐, 왜 내 옆자리에 누가 앉는 거냐, 거리두기 하고 있는 거냐, 뭐 이런 내용인데

고객님, 고객님도 피치 못한 사정이 있어 열차 타시는 것처럼 다른 분들도 그래요. 앞 뒤로 열차가 더 운행하고 있으니 좀 더 여유 있는 열차 이용하시길 권합니다.

라고 대답하면 다들 할 말이 없다.


추석엔 입석도 발매 중지하고 창 측 좌석만 발매를 해서 사람이 줄구나 싶었지만 그렇다고 표를 못 끊은 사람들이 포기하진 않겠지 하고 두려워했다. 그냥 타서 무표로 부가금을 내고 끊지. 그런데 또 이 사람들이 복도 측 좌석에 앉게 되면 창 측 고객이 민원을 걸겠지. 왜 내 옆자리에 앉냐고. 돌고도는 이 민원. 리가 어지러웠다.

그런데 이번엔 좌석이 없으면 연장을 아예 못 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무표는 부가운임 10배를 내고 다음 역에서 하차하도록 규정 바었다.

덕분에 늘 바쁘고 정신없던 명절은 여유롭고 평온한(?) 명절이 되었다. 돌아오는 설 때는 또 달라질지 모르지만.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도 하루 종일 마스크를 쓰고 생활한 지 오래다. 답답할 법한데도 꾹 참는 건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어쨌든 잘 쓰고 다녀주는 아이가 기특하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마스크 하나로 울고 웃는 세상. 아이는 알고 있을까. 격정의 2020년 한가운데에서 총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매일 마스크 때문에 싸우지만 않으면 참 좋겠다 간절히 빌며 출근하는 세상,

누군가는 오늘의 매출을 걱정하고

누군가는 직장에서 내쳐질 것을 걱정하고

또 누군가는 업데이트되지 않은 채용공고를 들여다보면서 한숨 쉬고 있을,

그렇게 우린 올 한 해를 고이 보내 드리고 있다.


벌써 10월이다.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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