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여기 꼭 일본영화 배경이 될 것 같은 풍경 아니에요? 주인공은 완전 시골 깡촌 바닷가에 사는 청년인거죠. 이쪽 공장에서 일하는 거예요.
아침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해서 자전거를 타고 바닷가길로 가는데 그걸 롱테이크로 잡으면서 영화가 시작하는 거예요.
-맞아! 친구들도 없고 사람도 없는 동네에서 사는데 사실은 얘가 완전 오타쿠인거지.
-집에다 뭔가 특이한걸 두고 여자친구처럼 아끼는 거죠.
-그리고 상품비보다 비싼 배송료를 내면서 덕질을 하는 거야. 그러면서 덕질을 위해 돈을 모아 도쿄에 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지.
라고 시덥잖은 잡담을 하며, 우리는 히타카츠항 근처의 마을을 걷고 있었다.
바닷가가 살짝 나타났다 사라지고, 집들이 띄엄띄엄 있다 사라졌고, 주변 공장에 덤프트럭이 가끔 나타나고, 그보다 더 긴 산길이 계속 나왔다. 그 사이 사람들은 정말 가끔 나타나 관광객을 처음보는 사람인 것처럼 웃으며 ‘곤니치와’하며 인사해줬다.
우리의 원래 대마도 여행 계획은 이랬다.
일주일동안 대마도에 가서(보통 일박이일, 이박삼일로 가며 당일치기 여행도 많이들 다녀온다) 트레킹, 등산, 자전거, 낚시 등등 그곳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액티비티를 모두 즐기고 오는 것!
그러다가 약간의 계획 수정으로(이 얘기는 다음번에 자세히..) 이박삼일 배표를 들고 온 우리는 적어도 트레킹만이라도 꼭 하겠다며 넘치는 의욕을 가지고 도착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배와 그 이후에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 우리는 유명하다는 트레킹 코스를 찾아가기까지엔 시간이 없었다.
당장 몇시간 후면 해가 질 것 같아 오래 걸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걷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었던 둘의 대안은 이것이었다.
숙소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되, 지도를 보고 중간지점의 버스정류장까지 가로질러 걸어가는 것.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우리의 결정은 우리에게 딱 맞는 선택이었다.
사진으로 봤던 삼나무 숲길을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아도 주변 산길에는 삼나무가 빽빽이 차 있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심심할만하면 나타나 살짝 지치도록 걸을 수 있었다. 길엔 차도 사람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 둘이 주고받는 잡담만 울리고 그에 대꾸하듯 새소리가 가끔씩 들렸다.
마치 하루종일 수십킬로미터를 걷던 그때로 돌아간듯 싶었다.
우리는 그때처럼 잡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왜 이곳의 불상들은 모두 턱받이를 하고 있을까에서부터 최근에 읽은 책 이야기, 어설픈 영화시나리오의 창작과, 함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의 근황같은 서로 아무 관련없는 이야기가 목적없이 흩어나왔고 웃음으로 사라졌다.
그 사이 우리는 오우라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이제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에 가야했다.
막차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근처 마트에 들러 간단한 요깃거리를 샀다. 이날 처음으로 먹는 쌀이었다. 배가 고파서였는지 원래 바닷가의 해산물은 맛있는지 맛있게 먹어치우고는 버스를 타러 향했다.
그렇게 탈 많은 대마도 여행의 첫날이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