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커피를 마시며 앉아있었지만 쉽사리 일어날 수 없었다.
싱거운 커피의 카페인 정도로는 누를 수 없는 울렁거리는 기분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맘 같아선 여기서 하루종일 앉아있다 숙소로 기어들어가 죽은듯이 자고 싶었다.
그렇지만 막상 그럴 수도 없었던 것이, 항구에 진입하지 못해 소요된 시간이 예상 도착시간보다 한시간이 지나 이미 점심시간도 훌쩍 지나있었고, 우리 숙소는 슬프게도 이곳과 멀었다.
보통 대마도는 히타카츠항이나 이즈하라항으로 가게 된다.
대마도는 부산에서 한시간반이 걸리는 히타카츠항은 북쪽, 부산에서 두시간반이 걸리는 이즈하라항은 중남부 정도 되는 길쭉한 섬이었다.
거기에, 우리는 아마 열심히 걸을 거니까! 하며 예약했던 첫날의 숙소는 히타카츠항과 이즈하라항의 중간정도 되는 지점. 무엇이 됐든 어두워지기 전까지 우리는 섬의 중간까지 이동해야 했다.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대마도의 숙소는 대부분 히타카츠항 주변과 이즈하라항 주변에 몰려있다. 히타카츠항 근처에서 묵었더라면 일은 참 편해졌을텐데...)
우리의 첫 목적지는 미우다해변.
미우다해변은 히타카츠항 근처에 있는 바닷가로 일본의 아름다운 해안 100선 안에 꼽혔다고 한다.
라고 남의 얘기 하듯 하는 것은 역시나 그냥 그랬기 때문일까.
생각해보면 그렇다. 아무리 일본이 섬나라라고 한들 그리 크지 않은 나라에서 유명한 해변은 몇 개나 될 것이며, 그 안에서 100위 안에 드는 아름다운 해변이라 한들... 음...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아름다운 해변 100위 안에 어디가 꼽혔다고 한들 그게 그렇게...음....
그나마 멀지않은 길이어서 쉽게 걸어갈 수 있었지만 말이다.
우리가 간 날은 배가 결항될까말까 하는 큰 파도가 치던 날. 근처에 있는 바닷가에서는 당연하게 정말 미친듯이 바람이 불었다.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려 시야를 가렸고, 이것이 짠바람인지 머리카락인지 모래인지 모를 사이에서 사진을 찍고 해변을 아주 잠시 걷다 이건 안되겠다며 철수하는 우리는
“오기 전에 여기서 캠핑할까 했는데 안 하길 천만다행이야!”
하며 안도하는 것이 전부였다.
둘다 이 바닷가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라곤 모래사장에 떨어져있던 자른미역 봉지가 전부였던 걸로 봐서 이 아름다운 해변은 그렇게 감흥있었던 곳은 아니었던듯 싶다.
짧게 바다를 구경하는 사이 시간은 또 훌쩍 지나있었다.
첫 번째 숙소까지 걸어가려던 우리의 계획은 수정이 필요했다.
설상가상으로 미우다해변 근처에는 카페도 식당도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아주 약간 먹은 아침을 배 안에서 모두 토해내고, 커피 한잔을 마신 것이 전부인 채로 어찌됐든 다시 걸어야만 했다.
이 여행은 언제쯤 고난이 끝날 것인지 궁금해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