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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경재 Nov 02. 2024

일본 방문기(4)

앙(仰) 이목구심서Ⅲ -6

오늘은 선진지 견학 둘째 날로

청수사, 후시이미나리 신사, 노노미야 신사를 둘러보았다.

이 세 곳은 각기 다른 시대와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일본의 전통문화와 신앙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소들이다.


교토는 천년수도였다.
표지판엔 유난히 많은 한자가 보인다.
뾰족한 종탑 위에 십자가가 우뚝 선 교회가 보인다.
일본에 와 처음으로 보는 십자가라 반갑다.
하천 도로에는 외국인들 한 무리가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지나가고,
하천 바위에 백로 한 마리 외로이 서 흐트러진 깃을 다듬고 있다.

10층 아파트 베란다에 일상의 삶이 걸려있다.
이불과 옷가지들이 햇볕을 쬔다.
팽나무, 배롱나무, 벚나무, 소나무, 단풍나무가 길가에 섞여 서있다.
간간이 풍경처럼 외국의 이방인들이 보인다

1. 청수사

   청수사는 778년에 창건된 불교 사원으로,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중 하나다. 이 사원의 이름은 사원 아래 흐르는 청수의 샘물이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청수사의 유명한 목조 경내는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가는 길 입구부터 꽉 들어찬 인파로 낯선 어깨가 수시로 부딪치는 거리다.

양옆으로 늘어선 상가를 눈요기하며 걷다 보니 몇 채의 붉은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하나하나 눈동자에 담느라 일행에 뒤처지는 것은 다반사다.

진청의 지붕아래에 그것을 받치는 나무와 기둥들은 황금 칠을 하여 두드러져 보인다.

화려한 외향과는 달리 안쪽 실내엔 어둡고 엄숙하다.


본청을 나와 사진을 남긴다.

청수사 앞에서 내려다보는 경관도 아름답다.

예전엔 난간에 울타리가 없었는데 생긴 이유가 경치에 홀려 낙엽처럼 떨어지는 이들이 많았다고 한다.

'청수사에서 뛰어내릴 각오로 살아라'라는 안내자의 말이 뇌리에 맴돈다.


옛것은 단풍에 물든 세월이어서 아름답다.

천이백 년의 역사를 가진 이곳 청수사는

멸망한 백제의 왕족들이 건너와 세웠다는 절이다.

이곳은 세월이 간장처럼 농축되고 발효되어 특별한 향기를 갖는 곳이다.

내가 밟고 있는 땅과 나무와 돌들에 역사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있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무슨 말이든지 걸어올 것만 같다.


청수사를 내려와서 세 군데에서 떨어지는 물 가운데 두  군데의 물을 손바닥에 받아 마셨다.

의 물을 받아마시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어 모두가 줄을 서 기다렸다가 마셔본다.

물은 맑았고 맛은 심심했다.

깨끗하고 담백하니 순수하였다.


밑에서 올려다본 청수사는 160여 개의 육중한 나무기둥들이 건물 전체를 떠받치고 있다.

깎아내고 파낸 나무기둥들을 서로 짜 맞추어 놓은 바탕 위에 청수사 건물이 장구한 세월 동안 멀쩡하게 앉아있다고 생각하니 그 경이에 놀라고 감탄한다.


이후 청수사를 내려와 주차장 근처에서 점심으로 카츠나베를 먹었다.

여행지에서 먹는 음식은 맛보다도 허기가 먼저 수저를 들게 한다.

간이 좀 짭조름하다.

대체로 일본음식이 짜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2. 후시이미나리 신사

   후시이미나리 신사는 711년에 세워진 신사로, 일본 최대의 이나리 신사다.

풍요를 기원하고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꼭 들르는 곳이라고 한다.

신사 안에 도리이가 일만이천 개 정도가 서 있다.

빨간색의 양쪽 나무기둥에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곳에서 기원한 사람이 성공을 해서 돌아와 도리이를 세워왔다고 한다.

이들의 성공의 비결은 무얼까.

그보다 먼저, 성공이란 어떤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한동안 붙잡고 걸었다.


3. 노노미야 신사

   노노미야 신사는 교토의 아라시야마 지역에 위치한 신사로, 9세기 초에 세워졌다. 이 신사는 특별히 결혼과 관련된 소원 성취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 신사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노노미야 신사는 영화 '게이샤의 추억' 촬영지이며 옛날에는 여성왕족인 사이쿠가 행열을 하였다고 한다.

이세신궁 신사에 가기 전에 일 년 동안 사이쿠가 머무는 신사로 가정의 화합과 사랑을 기원하는 곳이다.


자연과 단풍이 특히 아름다운 곳으로 기다랗게 늘어선 상가를 따라가다 좁은 골목으로 접어든다.

다시 조금 더 가다 보니 양옆으로 대나무숲이 도열해 있다.

신사 입구에서 동전을 넣고 소리가 나도록 줄을 흔들며 기도를 했다.

기도의 최종 목적지는 늘 가족이다.

그들의 안녕과 평안은 늘 나의  화두이다.


사라에치이 거리를 벗어나 도월교에 이른다.

천년 이상 살아 숨 쉬는 다리다.

그 겁겁의 시간 속에 나 또한 두 발자국을 남긴다.

달이 걸어가고 그 뒤를 사람들이 따라간다.

다리를 건너면 커다란 달나라가 몽환처럼 펼쳐지지 않을까.

그 나라엔 장애인,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세계인이 하나의 언어로 소통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다리를 걸었을까.

왕과 왕비, 쇼군이하 일반 신하들, 농민들, 관광객들의 걸음 위에 나의 발걸음도 얹어놓는다.


길을 걷는 사람들로 인해 다리는 건강하게 천 년을 살 수 있었다.

아무도 밟아주지 않는 다리는 스스로 지쳐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내 삶의 여정도 사람들과의 교류와 부침들 속에서 튼튼하여지리라.

밟혀 단단해진 가슴으로 세상의 도월교를 건너가리라.


16시에 숙소인 사라사호텔로 출발하였다.

그리고 17시 20분쯤 식당에 도착하여 타루라는 고깃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무엇보다 김치가 나와 저녁식사가 한결 즐거워졌다.

이제 사라사 호텔로 들어가면 오늘의 공식일정은 끝이다.

오늘 하루 눈에 담았던 많은 풍경들을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 마음의 창고에는 어느 날 문을 열면 쏟아질 보랏빛 추억으로 풍성하리라는 생각을 하며 노곤한 몸을 침대에 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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