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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Bright Sep 15. 2020

명작 흉내에서 구하소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짧은 감상평

스포일러가 잔뜩 있습니다.

줄거리 요약:


황정민(전 국정원 요원)은 타국A로 나가 암살자로 먹고산다. 마지막 암살을 끝으로 손을 씻고 타국B로 뜨려고 하지만 두 가지 사건이 발생한다. 옛 여자 친구가 그와 헤어질 당시 임신 상태였는데, 황정민 몰래 키우던 그 아이를 유괴당한 것. 도와달란 연락만 남기고 그녀는 사체로 발견된다. 이와 함께 앞서 완수한 마지막 미션의 타깃에 이정재(극중 악명이 자자한 깡패?)의 동생이 포함되어 있었으니 도망치라는 연락도 청부업자에게서 받는다. 황정민은 타국C로 딸을 구하러 떠난다. 이정재도 원수를 갚기 위해 황정민의 딸을 찾아 온다. 그 딸을 찾으면 황정민이 있을 테니까.



트집 좀 잡을게요.

디테일의 부재:


1. 어설픈 설정


- 황정민이 술을 마시는 장면. 품에서 작은 양주?통을 꺼내 맥주잔에 조금 따르고 맥주를 부어 한 잔 마신 뒤 가게에서 나간다. 맥주에 뭐 섞어 마시는 건 취향이라 할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뭘 덧붙여야 할 필요가 꼭 있었나.

- 엄마가 딸을 학교 앞에 데려다주면서 엄마가 동전 마술을 보여준다. 황정민과의 연결고리를 만들려는 장치였겠지만 흥미롭거나 세련되거나 아니면 아예 저퀄이거나 이도 저도 아니라 그냥 어설프다. 마술을 본 아이가 친구들이 부르는 소리에 친구들에게로 달려갔다가 엄마가 잊은 거 없냐고 부르니 엄마에게 달려와서 안긴 뒤에 다시 친구들에게 돌아가는 모습도 정말 어색하고 불필요해 보인다. 이런 어설픈 연출이 계속 이어진다.


2. 칼 vs 총


배우들이 칼을 쓸 때는 깔끔/간결히 급소를 노리며 다수의 상대를 극적으로 처리해내는데, 총을 쓰면 장르가 코미디가 된다. 이정재의 소총 난사와 경찰들의 권총 난사를 앞뒤로  받은 황정민이 무사히 도망치는 건 무슨 주인공 버프인가 싶고, 이후 황정민의 (상대적으로 소박한) 권총질에 이정재와 그의 차가 박살나는 장면도 감독이 총격씬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약 조절이 없다.


3. 나무토막처럼 배우들을 쓴다


한국 액션 스릴러의 최고 명작 '아저씨'와 비교해야겠다. 황정민은 구하고 이정재는 복수하려고 소녀를 찾아 헤맨다. 온갖 부산스러운 연기에도 불구하고 그 소녀는 차를 타고 무덤덤히 여기저기로 옮겨 다닐 뿐이다. 나중에 황정민을 만나서는 큰 스트레스 때문에 감정표현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연출한다. 아역배우가 무슨 잘못인가... 작가와 감독이 잘못이지. 자꾸 등장하는 아이의 무감정한 모습은 차라리 극 중간에 노출하지 않는 편이 긴장감을 더할 수 있었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상태여야 궁금하지 않나? 아이가 구출 후에 안도감을 표출할 수 있는 스토리가 쌓이지 않으니 결국 아이를 무감각한 나무토막으로 만들고, 황정민과 이정재도 그냥 서로를 죽여야만 하는 기계로 극이 끝나버린다. '아저씨'에서 주인공들이 서로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면서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진 절절한 감정이란 게 이 영화엔 없다.



총평.

이 영화를 추천하지 않음:


같잖은 총격씬만 빼면 액션은 좋았다. 극 후반에는 주먹 휘두를 때 주먹이 커지는 것 같은 효과(속도감이 느껴지는 특수효과)도 참신했다. 그러나 대배우들을 불러다 놓고 겉만 번지르르한 그림만 그리는 걸로는 스토리의 빈곤함이 채워지지 않았다. 이런 영화 제발 그만 만들어 주라. 차라리 이정재와 황정민이 아무 말 없이 카메라를 보면서 스트립쇼를 하는 편이 더 작품성이 있었겠다. '신세계'나 '아저씨'와 비교하면 돌려 볼 일 없는 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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