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appy Together Apr 08. 2021

옥주이모는 행복할까?

시집살이를 할 것인가, 시집을 살 것인가.

늘 순둥이 같았던 첫째아이는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다.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옥주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유치원 상담이 있던 날, 옥주는 첫쨰아이의 문제를 들춰내고 싶지 않았다. 큰 탈 없이 지내왔으니 선생님도 눈치채지 못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길바랬다. 그러나 담임은 아이에대해 조목조목 옥주가 몰랐던 부분까지 드러내놓았다. 치료와 상담을 권하는 담임은 옥주를 위로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냐며 함께 노력해보자고 했다. 옥주는 생각했다. '아이의 문제를 모른척했던 지난날이 힘들었을까? 이제 알게되버린 앞으로가 더 힘들까?' 집에 돌아가는 길에 첫째가 좋아하는 치킨을 샀다. 시어머니와 함께 살때 치킨을 먹으려면 항상 공설운동장에 나갔어야했다. 아침에 남편과 약속을 하고 시어머니가 잠든 시간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공설운동장에서 치킨을 먹었다. 시집을 나온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집에서 치킨을 먹은 것이었다. 네식구가 함께 따뜻한 집에서 먹는 치킨은 항상 꿀맛이었다. 먹기도 전에 풍기는 냄새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런데 상담을 끝내고 온 그날 손에 들린 치킨은 아무런 풍미가 없었다.

시어머니가 준 3층 주택의 지하집. 대문을 열고 여덜개의 계단만 내려가면 작은 살림집 유리문이 있었다. 평소 같으면 올록볼록한 유리문 안에 있는 아이들과 남편의 그림자가 보였을텐데 오늘은 유리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그리고 신발 세짝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 둘의 신발.

집에 들어선 옥주는 잠깐 고민했다. '치킨을 어떻게 한담?' 시어머니, 시누이들과 눈이 마주친 옥주는 등 뒤로 치킨을 숨겼다. 재킷을 벗으며 그 안에 치킨을 넣어두었다. 첫째가 달려와 재킷을 치우고 치킨을 덥석 집어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옥주 이모는 행복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