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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Together Aug 31. 2021

엄마와 아이의 시간 차이

나와 아들의 소원, 엄마의 시간이 멈추는 것.

누군가는 아이가 천천히 자라줬으면 한다.

누워만 있던 아이가 걷고 옹알이를 하고 매 순간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 예쁜데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시간이 아쉬워하는 말일 테다.

나는 요즘 우리 아이들이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섯 살, 두 살 아들 딸이 매일같이 싸우고 떼쓰고 자기주장을 펼칠 때마다 제발 빨리 커서 니들 갈길 가라 싶었다.

언제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며 살 수 있을까.

언제쯤 외식이 불편하지 않고 외출이 짐이 되지 않을까.

일박이일 홀연히 바다 보러 떠나보고 싶고 남편과 둘이서만 맛집도 가보고 싶다.

머리도 제때 느긋이 감고 목욕할 때 욕조에 버블도 내가며 천천히 드러누웠다 나와보고 싶다.

애들이 삼시 세끼 챙겨주는 밥만 잘 먹어줘도 너무 고마울 것 같다.

삼십 분만이라도 날 찾지 않고 놀아준다면 하루 종일 로또 맞은 기분으로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커서 효도까진 바라지도 않고 빨리 커서 날 놔줘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들이 내게 뒤통수에 대고 일침을 날렸다.

저녁 양치를 무지 싫어하는 아들과 실랑이를 벌이다 업어서 욕실까지 데려가 주면 양치를 한다길래 군말 않고 등을 굽혔다.

등 뒤에 아들이 내게 귓속말로


"엄마, 몇 살이야"


하길래


"서른여덜이지" 했다.


"나는 다섯 살인데 엄마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네? 엄마 빨리 늙지 마. 엄마 계속 서른 여덟 해. 멈춰있어. 내가 빨리 클게."


당시엔 별생각 없었는데 애들이 다 자고 남편하고 이 이야기를 하는데 조금 서글펐다.

나는 지들이 빨리 컸으면 좋겠는데 애들은 엄마가 더 이상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다니. 아들이 부쩍 자란 것 같았다.

어릴 적 나도 엄마가 할머니처럼 된다고 생각하고 울었던 적이 있다. 누군가의 죽음을 보며 엄마도 나이가 들면 죽겠지 하며 엄마를 꼭 끌어안고 잤던 기억도 난다.

아들도 그런 마음이었나 보다. 자꾸 빨리 크라고 말하는 나를 보면서 아이는 얼마나 초조했을까. 미안하고 고맙고 조금 슬펐다.

조금씩 커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예쁘게 지켜볼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것 같아서 슬펐고 한편으론 저런 말을 하는 아이의 마음이 예쁘고 고마웠다.

그리고 내 곁에 있는 친정엄마의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것 같아서 미안했다.


"삶을 감탄사로 채우고 싶다면 내가 가진 것,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과의 첫 만남이 내 삶에서 사라졌다고 상상해보라."

<아주 보통의 행복> 중에서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행복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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