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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Together Nov 19. 2020

공감 처방전

네살아이에게 배운 말

떼부리는 첫째, 칭얼대는 둘째를 대할때가 가장 힘들다.


그나마 체력이 받쳐주는 날은 어르고 달래주지만 심신이 무너지는 날은 울분의 감정이 치솟아 짜증을낸다.

며칠 수면장애로 하루 날을 꼬박 새고 다음날은 어김없이 수면부족에 시달리며 생활의 장애를 겪었다. 어제는 마음을 먹고 잠에 집중해보려했다.

첫째를 일찍 재우고 나도 푹 자고 개운하게 일어나보려 했는데 첫째의 잠투정이 시작됐다.
첫째의 잠투정은 대략 이렇다.

책 읽어줘
화장실 가고 싶어
목말라
물먹어서 또 화장실 가고 싶어졌어
잠이 안와 이야기 하나만 해줘
내일 어린이집 가기 싫어
낮잠 안자고 오고 싶어
그러다 느닷없이 울기

평소에는 재미있는 농담들로 대꾸해주는데 컨디션이 바닥을 찍을때면 묵묵부답으로 차단한다.
엄마가 반응을 안하자 저혼자 화장실을 왔다갔다 하다  가습기 전선에 발이 걸려 물을 다 쏟아버렸다.
아이는 놀라서 울고 나는 화를냈다.
다시 잠자리에 누워 화를 삭히고 있는 내게 아이는 '미안해요 엄마 사과했는데 왜 계속 화가 나있어요. 예쁜 표정해야지~ '라며 응석을 부렸다. '알겠으니까 자!' 퉁명스러운 대답을 하니 아이는 계속 미안하다며 재차 나의 마음을 확인하려했다. 그런 아이를 보고있자니 짠해졌다. 포용력도 인내심도 없는 덜된 인간인 내가 한심했다.

등을 돌려 아이를 꼭 안아줬다.
'엄마는 괜찮아. 미안해 화내서. 엄마가 피곤해서 그랬어. 미안해 사랑해. 잘 자고 일어나면 에너지가 생겨서 즐거워 질거야'
그러자 아이가 말했다.
'나도 힘들었어. 엄마가 화내서. 나는 엄마가 웃으면 좋아'
아이는 눈을 꼭 감고 나를 꼭 안고 잠들었다.

나도 오랜만에 푹 잤다.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수 없는 인간이 모든 감정을 받아줘야하는 아이를 키운다는건 참 어려운 일이다.
체력과 감정의 노력없이는 불가능하다. 그 중 공감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내손에 박힌 가시가 남의 손에 박힌 가시보다 더 아프다는 고통의 무게를 재는 일은 아이를 키우는데 독이된다.
내 힘듦이 아이의 요구보다 더 무겁게 느껴질때 양육은 짐이된다. 고통은 누구에게나 온다. 엄마의 거절이 아이에게는 큰 고통이고, 이유가없는 칭얼댐도 아이에게는 이유있는 고통  이다.아이의 힘듦이 내힘듦보다 덜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
 자신이 겪는 고통의 무게는 자신만 느낄수 있지만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은 한결 나아진다. 그것은 애고 어른이고 느낄수 있는 감정이다.

힘든일이 있었구나. 나도 그럴때가 있어. 푹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거야. 니가 웃으니까 나도 좋아"
아이에게 배운 공감의 말이다.

상대의 아픔, 힘듦, 고통을 상상하고 이해해보려는 마음.

공감하는 말 한마디를 언제든 꺼내줄수 있는 사람이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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