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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Together Dec 04. 2020

육퇴후 단상

pm. 9:00 첫째 지호가 잠들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낮잠도 건너 뛰고 신나게 놀더니 잠투정도 없이 일찍 잠들어서 내심 기분이 좋았는데 둘째가 남았다ㅜ

하품은 나오지만 잠이오는건 아니랍니다.

생후66일 차인 우리 둘째는 요즘 분유 160을 세네시간 간격으로 먹고 모유는 수시로 먹으며 쑥쑥 잘 크고있다. 밤잠은 11시부터 다음날 11시나 12시까지 자고 아침 7시 8시 경에 모유나 분유를 한번 먹고 다시 잠든다. 낮잠은 거의 30,40분씩 토끼잠이다. 오빠가 하루종일 집에서 쿵쾅대며 뛰고 떠들어대니 자다가도 깜짝깜짝 놀라 자주 깬다. 그래서 나도 둘째 낮잠은 포기한 상태로 재우려 노력하지 않다보니 둘째는 존버정신으로 잠을 이겨보려다 스스로 자는 법을 터득한것 같다.

자기 위해 나가야만 했던 지난날ㅎ

코로나때문에 얼집이 휴원하고 집콕생활을 온전히 즐기게된 지호는 이제 대놓고 얼집은 안가겠다고 선포를 했다. 이런저런 고민끝에 어린이집을 퇴소하기로 결정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기왕 장기 휴원을 하는 마당에 지호에게 맞는 어린이집을 찾아 보기로 했다.
지호만 돌봤을 때도 힘들다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둘째까지 있는데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솔직히 두렵기까지 했다. 그런데 가정보육을 마음먹고 다시 한번 아이 둘과 일상을 지내다보니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일단 둘째가 아직 어려서 손가는 일이 많이 없고 친정엄마가 고맙게도 둘째를 케어해 주고 있다. 지호도 그동안 어린이집을 안가는 날이 더 많았기에 하루종일 애데리고 뭘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없었다.
평소 하던대로 놀아주고 어르고 달래고 먹이고 씻기고ㅡ뭐 기회가 되면 시댁 찬스도 몇번 쓰고 그렇게 지내보면 될 것 같다.

내 자유시간에 대한 기대는 대기 걸어둔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바랄뿐이다.


집순이 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코로나로 제한된 바깥 출입이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오늘은 갑자기 찾아온 봄기운 때문인지 (지난 3월에 쓴 글입니다)유난히 집안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마침 쉬는 남편과 지호를 데리고 청계천을 한바퀴 돌고 왔는데 그마저도 마스크를 끼고 하는 산책이라 얼굴에 땀이 차 유쾌하지 않았다.
걷기 싫어하는 지호도 오늘은 좀이 쑤셨는지 살짝 달음박질도 하고 운동도 하고 싶다며 집앞 공터에서 가뿐이 스트레칭도 즐겼다.


요즘은 사람이 참 그립다.
둘째 낳고 나의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다.
내 친구. 내 동기, 내 동료들과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고 싶다.
매일 첫째의 알수없는 상황극에 아무말대잔치를 하고 둘째 옹알이에 화답을 하다보면 어른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단 마음이 간절하다.
유일한 소통수단인 핸드폰으로 친구와 대화를 시도해보지만 그쪽 상황도 마찬가지다.
놀아달라고 징징대는 아이들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면 서둘러 전화를 끊게된다.
그녀들도 나처럼 어른 사람과 웃고 떠들고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겠지ㅜ
그래도 코로나가 이 나라를 점령하기 전까지는 공동육아로 이집저집 놀러다니며 콧바람도 쐬고 키카 찬스도 쓰곤 했는데 지금은 그 숨통마저도 트일수 없게 됐으니 점점 무기력해진다.
그런데 오늘 지호를 보면서 남편이 한 말이 앞으로의 이 지루한 시간을 재밌게 보낼 수 있는 힌트가 됐다.
"지호는말야 이 작은 공간에서 어떻게 땀까지 뻘뻘 흘리며 쉬지않고 신나게 노는걸까?"
"그러게ㅡ하루이틀도 아니고ㅡ심지어 놀이터보다 집을 더 좋아해ㅜ"
지호는 집안의 모든 것을 놀잇감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집안의 모든 것들과 대화한다.
힌트는 바로 호기심.

네살 지호는 세상 모는것이 궁금하다.
생후 두달인 세연이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다.

그래서 이 둘은 집안에만 있어도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것이다.
똑같은 일상을 새롭게 보는 눈, 호기심이 내게도 필요하다.
일상은 반복되지만 마음은 새롭게.
새로운 마음으로 작은 변화들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같다.
그래서 오늘 밤, 육퇴 후 글을 써본다.
하루를 보내며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을 생각해보니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야기를 풀어내는 설레는 내가 보인다.


2020.3.09 육퇴후 단상.
하루종일 역할놀이 상대에, 옹알이 화답에, 지쳐 갈 때쯤 남편의 정치 이야기가 새삼 반가웠다.
어른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었다.  
언제쯤 마스크를 벗고 커피를 마시며 침튀겨가며 육아썰전을 풀어 낼수 있을까ㅡ
코로나땜에 일상의 소중함을 알았다고 하기엔 엠병할 코로나를 너무 미화시키는 것 같아서 코로나 때문에 일상이 무너져 버렸다고 말하고 싶다.
흠ㅡ그래도 육아는 계속되고 그 와중에 집콕놀이는 갈수록 진화된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기에
코로나야 잘가라. 우리는 봄을 맞이하련다ㅡ



지난 3월에 쓴 글이다.

지호는 운좋게 국공립어린이집에 당첨됐지만 코로나로 다시 3주째 가정보육중이고 우리 둘째는 쑥쑥크고 할줄아는게 많아지면서 오빠랑 티격태격대고 사고치는 일도 많아졌다.

난 여전히 친구들과 만남도 못 하고 집콕육아에 빠져 살지만 백신이 계발됐다는 희소식과 아이들과 가족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음에 하루하루 안도와 감사로 살고있다.

코로나는 아직 기세고 봄은 아직 멀었지만 그와중에 흰눈과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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