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3단계가 되기 전에 내가 먼저 나로부터 격리될 것 같다. 말인즉슨, 내가 더 이상 나다운 내가 아니라 나도 모르는 내가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말인지 방귀인지 모르는 이소리는 일주일 아니 이 주째인가? 기억도 안 난다. 아무튼 꽤 오랜 기간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는 내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쇼파와 패드, 리모컨과 혼연일체가 되고 있는 첫째
애들 키우는 게 힘들어도 숨 쉴 틈은 있었기에 참을 忍도 몇 번은 새겨가며 애지중지 키워냈는데 숨 쉴 틈이 사라진 요즘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헉헉대는 일들 속에 숨 막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모든 엄마들이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나는 친정엄마가 함께 있으니 감사한 마음을 먼저 가져야 한다. 안전하게 아이를 지켜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임을 잊지 말자. 가족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에만 전념하자.
하루에도 수십 번씩 되새기는 말이다. 곱씹고 되새기고 중얼대고 뇌까려도 육아는 전쟁 같고, 일상은 숨 막히고, 마음은 외롭다.
남매의 거리두기. 2미터 이상 떨어져있어야 안싸운다.
요즘 난 정말 내가 아닌 것처럼 아이들에게 무신경해진다. 사실 난 아이를 돌보는 일이 행복했다. 주변에서도 애들 참 좋아한다고 말할 정도로 우리 집 애, 남의 집 애 할 것 없이 다 좋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게 금쪽같은 내 새끼들과도 교감해주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좀 더 자주면 좋을 텐데 우리 집 애들은 왜 이렇게 잠이 없나" 싶은 마음이 먼저 든다. 그리고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해야 버틸까"라는 생각을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해보자면 내가 워낙 애들을 좋아해서 애들에게 무언가를 그것도 아주 잘해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낳은 무기력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코로나 이후 "하루하루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것만으로도 잘 해내고 있다"라는 자기 최면으로 스스로를 위로해보기도 한다.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요즘 난 너무 찌질하다. 행색도 그렇지만 정신이 제일 구리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움을 찾지 못하니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신을 말끔하게 무장해야 한다. 꼭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코로나에 가려진 일상의 즐거움들을 찾을 수 있다.
너희의 에너지를 엄마에게 주렴
정신을 새롭게 하는 일을 구상해본다. 새벽 기상과 달리기, 책 읽기와 글쓰기 내가 변하고 싶을 때 제일 먼저 꺼내 드는 일들이다. 해보자. 어렵더라도 하나씩 시작해보자. 새벽같이 일어나 찬바람 맞아가며 위험을 무릅쓰고 출근하는 남편. 손주들 돌보며 허리 통증도 견뎌내는 친정엄마. 세상과 차단돼 모든 세상이 엄마인 줄 아는 아이들. 나의 가족 그리고 나를 잃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