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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천 Jun 22. 2016

글쓰기가 두렵다.

D + 27

하루 생각

정확히 말하자면 글을 남기는게 두렵다.



그럼에도 한국 온라인게임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ㅇㅇ 논리 때문이 아니다. (어제 쓴 오버워치 글 중에서)


어제 오버워치에 대해 글을 쓰면서 위의 문장을 적었다가 삭제했다. 글의 목적을 전달하는데 있어서 위 문장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었지만 어제 가장 많은 시간을 저 ㅇㅇ에 어울리는 단어를 찾는데 사용하였다. 한국 온라인 게임이 나왔으면 하는 이유를 '국산품 애용'과 대비하여 적으려 했는데, 혼자 쓰는 글이라면 아마 처음 생각났던 '낡은'을 그대로 썼을 것이다. 하지만 브런치 글은 공개되기 때문에 '국산품 애용 = 낡은 생각'이라는 기분나쁠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나 지레 겁을 먹은 채 다른 형용사를 찾았다. '철 지난'은 '낡은'보다 공격적이었고, '일방적'은 뭔가 맛이 살지 않았다.

아직 댓글 하나 달리지 않아 무인도같은 내 브런치이지만, 신기하게도 매일 백여개의 조회수가 찍히기 때문에 글을 쓰는데 신중하게 된다. 그 단어가 적합한지, 내 의중을 부풀려서 적은 것은 아닐까, 보다 순화된 다른 형용사는 없는지 계속 찾는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릴때 가졌던 생각, '내 생각이 틀리면 욕 한번 먹고 고치면 되지'라는 생각은 어느새 많이 작아졌나보다. 솔직히 틀린 주장을 했을때 찾아올 일들이 두렵기도 하다. 틀리면 교정받으면 되지만, 세상은 빨간펜을 든 선생님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쓴 글에서 잘못된 표현이나 주장이 알려진다면, 사람들은 펜을 들기보다는 채찍을 휘두를 것 같다.

그 어떠한 댓글도 없는 상태에서, 떡 줄 사람들은 생각도 않는데 혼자 김치국 마시면서 유난 떤다고 생각할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안 본다고 하여 머리 풀고 날뛸수는 없지 않은가.


기록으로 남는 글 = 미래의 흑역사

미안해요 예시로 가져올 게 딱히 없어서..


위의 사진은 가수 채연이 미니홈피에 올렸던 글을 캡쳐한 것이다. 저 사진을 가져온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흑역사'의 대표적인 예로 알고있고, 당사자가 TV에 나와 저 글에 대해 추억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가져온 것일뿐 채연에게는 아무런 악감정이 없다. 오히려 저 글을 TV에서 웃으며 이야기하면서 당시의 자신을 버리지 않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지금은 저 글이 사람들에게 많은 조롱과 비웃음을 사고 있지만, 저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런 유형의 글과 사진을 많이 올렸다. 나는 그때 중고딩이어서 저때의 대학생이나 어른들이 정말 저런 글을 썼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린애들이 누굴 보고 배웠겠는가. 다 언니오빠형누나 보고 쓰지 않았을까. 윗물이 오글거려야 아랫물도 오글거리는 법. 물론 누군가는 그때도 오글거렸다고 느꼈겠지 인정하자. 그때는 저런 형식이 default였다.


기록으로 남는 것들은 항상 후대의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브런치에 쓰는 글들도 안심할 수는 없다. 딱 싸이월드의 '감성'이 '흑역사'로 전락하는데 걸린 시간만큼, 어쩌면 더 짧은 시간안에 지금 내가 쓴 글도 미래의 누리꾼들에게는 흑역사로 보일 수 있다. 물론 김승옥의 소설은 지금 읽어도 세련됐지만, 1%의 예외를 보고 헛된 희망을 품는 일 따위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만약 내게 그런 행운이 있다면 이런 '글쓰기'에서는 나타나지 않아도 좋으니, 번호 6개를 맞추는데 나타났으면 좋겠다.


멀리 갈 것 없이 내가 브런치에 남긴 글들을 스스로 읽어봤다. 한 문단을 온전히 읽는게 힘들만큼 비문이나 불필요한 단어들이 군데군데 박혀있었다. 논리가 불분명한 글, 그냥 재미없는 글도 눈에 띄었다. 본인 눈에도 미워보이는 작품이면 다른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못나 보일지 생각하니 내가 괜한 짓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하나하나 다시 수정하고 싶지만 그것도 좀 없어보이는 행동같아서 그냥 놔두기로 했다.  


writing like 채연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스스로 완벽해질때까지 혼자 공책 위에 적고 적고 또 적어야하나. 그랬다가는 한편의 글도 보여주지 못할 것이다. 이루지 못할 소망일 뿐이다. 거북이처럼 오래 살고, 평생 글을 쓴다고 해도 나란 놈은 완벽해질 수 없다. 소설가들도 자신들의 글을 불태우고 싶다는데 나같은 애가 무슨 재주로 그런 경지에 오르겠는가. 그냥 올리면 된다. 채연처럼. 나중에 조롱의 대상이 될수도 있지만 그럴때도 웃어넘기면 된다. 채연처럼. 하하 네. 제가 어리고 철없었네요. so what? 어쩌라는 겁니까.


나 나나나 나나나나 나 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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