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매력과 꿈
상명학을 공부하다보면 매력에 대해 배운다.
커리큘럼 상 앞 부분에 위치한 단원. 한 번 배우고 나서도 끊임없이 반복 언급된다. 시험에 나오니 밑줄 쫙?
사회구조가 복잡해 지면서 소위 말하는 기본요소가 늘어났다. 구석기 시대에는 밥이나 굶지 않으면 되었다. 조선 시대 왕이라고 해도 생활 수준은 요즘 직장인보다 못하다.
의식주를 넘어서 자꾸만 추가되는 환경적, 관계적 기대치. 사회가 복잡해지고 발전할 수록 1인분을 하기 위한 조건은 엄격해진다.
마치 맘까페에서 상품을 품평하듯이 한 인간의 '기본'에 해당하는 수준이 너무 높아졌다. 상명학은 자기계발을 강조하지만 이 배경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지 말라 강조한다.
단순한 구도로 따져보자면 여자는 외모, 남자는 능력이다. 이성에게 어필하려면 첫번째로 갖추어야할 도덕이다.
외모, 재산, 학벌, 직업 등의 스펙 이외에도 매너, 화술, 유머감각, 지성, 예절까지. 중세 귀족들이 개인교사 불러다 놓고 배울만한 것들이다.
이제는 거의 기본적으로 장착하기를 요구받는다. 그래서 나는 아예 포기했다. 기본이 안된 남자로 살기로 했다. 다같이 연애 포기 선언문이라도 낭독한 기분이 드는 시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누군가를 떠올려보면 누구였을까. 하나하나 면밀히 따져보면 어떤 부분이 그러했을까를 궁리하기 어렵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바, '늑대와 향신료'의 주인공 현랑 호로가 있다.
만화 캐릭터다운 면모는 제쳐두고 치명적인 매력을 느끼게 하는 요소를 생각해보았다. 캐릭터 공학적으로 살펴본다. 현랑 호로는 다른 작품들에서 나온 이상형들을 하나의 인물에 모아두었다.
입체적이고 종잡을 수 없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 점이 상대로 하여금 끊임없이 신경쓰이게 한다.
1. 야성
- 본래 늑대의 화신이다. 따라서 인간이 아니다. 육식동물 답게 상대를 잡아먹을 수 있다는 힘을 지니고 있다. 남자, 여자라는 사회적 성별이 아니라 암컷, 수컷이라는 개념으로 이성을 분류한다.
2. 순수함
장난기도 있고 거짓말도 잘한다. 하지만 악의가 있어서 인간을 괴롭히거나, 한을 품어 상대를 해하는 일이 없다. 소위 요즘 말하는 '독한 언니'와는 정 반대의 캐릭터다.
3. 지성
사물을 분간하고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있다.
4. 무방비함
자기가 택한 사람에게 기대어온다. 의존하면서 상대로 하여금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요소를 스스로 제공한다. 예를들면, 술을 마실 때 일부러 흘려 남자가 닦아주도록 유도한다.
본인부터가 이쪽에 대한 경계심을 품고 있지 않다.
5. 예외성
예측하기가 힘들다. 당황시킨다. 상황을 알면서도 일부러 곤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