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면 간단할수록 좋다. 한눈에 들어오니까.
문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린다. 문지방을 넘어 내 앞 지원자가 면접관이랑 1:1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를 끝낸 지원자가 뒤돌아서 문 쪽으로 다가오자, 면접관은 내게 들어오라 눈빛을 보낸다. 면접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한껏 빵끗 웃으면서 앞으로 간다. ‘굿모닝, 하와유?’ 서로 인사를 건네는 것과 동시에 나는 내 한 장 짜리 이력서를 내민다. ‘너에 대해서 이야기해줘.’ 내가 말하는 동안 면접관은 내 이력서를 훑는다. 그리고, 내가 통과됐다는 의미로 다음 면접 전형에 대해 적힌 작은 쪽지를 건네준다. 이 모든 과정은 길어봤자 1분 이내로 끝난다.
영문 이력서와 국문 이력서는 양식이 틀리다. 또한, 영문 이력서는 직군에 따라 적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게다가, 외국 항공사 지원용 이력서는 ‘국내에서 대행업체를 통해 채용을 진행하는지’ 아니면 오픈데이처럼 본사에서 직접 사람을 뽑는지, 채용 방식에 따라 준비과정이 다르다. 복잡한 것 같지만,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사람을 뽑는지에 기준을 맞춘다면 금방 이해가 된다. 이 글에서는 중동 항공사 오픈데이용 이력서를 위주로 어떻게 작성하는지 설명하겠다.
*간혹, 학원을 통해 채용하는 항공사는 학원에서 정해준 양식의 이력서를 내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무늬는 국문 이력서인데 그냥 내용만 영어로 적는다. 그땐 그렇게 하면 된다. 하지만, 외국인과 대면하는 면접이라면 그런 양식은 추천 안 한다. 왜냐면, 국문 이력서와 영문 이력서는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전체적으로 영문 이력서에 대해 살펴보자. 영문 이력서는 국문이랑 양식이 다르다. 물론 한국처럼 한문 이름을 적을 필요도 없고, 나이도 적을 필요 없다. 큰 차이점은, 국문 이력서는 ‘어떤 회사에서 어떤 직책으로 얼마나 일을 했는지’에 대한 사실만 요구하고, 영문 이력서는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간략한 서술’을 필요로 한다. 보통은, 이 작업이 꽤 어려워 전문적으로 영문 이력서만 담당하는 사람들을 통해 검수를 필요로 한다. 전문가들은 똑같은 내용이라도 적절한 단어와 기술로 뭔가 있어 보이게(?) 내용을 바꿔준다. 대학시절, 나의 담당 미국인 교수님이 다른 직군의 영문 이력서를 검토해주시면서 하는 말씀이 ‘이 작업은 원어민들도 어려워서 전문가에게 부탁해. 내가 하필 이쪽 분야의 전문가잖니.’ 전문가에게 공짜로 이력서 검수를 받은 고마움과, 나의 별 볼 일 없는 이력서를 휘양 찬란하게 바꿔준 고마움에 케이크를 감사의 표시로 드린 적이 있다.
일반 직군의 영문 이력서라면 전문가에게 검수를 맡길 가치가 있다. 하지만, 그게 승무원의 이력서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면접장에서 ‘이력서는 거들뿐,’ 실제로 더욱 중요한 건 면접관과 1:1로 마주쳤을 때의 첫인상이다. 또한, 면접관이 이력서를 읽는 것도 몇 초 안된다. 솔직히 사실 그들이 내 이력서를 읽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력서를 읽는 척하면서 내가 말하는 걸 듣거나, 어쩔 땐 받은 이력서를 들고 뚫어져라 내 얼굴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적일 필요는 없지만, 한눈에 들어와야 한다. A4 한 장 이면 충분하고, 잘 읽히도록 글씨 체도 적당히 크면 좋다. 여백도 충분히 줘서 읽기 쉽게 만드는 게 좋다. 이걸 제외하고 내가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건 이력서의 구성 내용이다. 내 이력서는 크게 신상정보-학력-경력 사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상 정보야 필수기 때문에 맨 위 상단에 놓는다. 그다음부터는 이제 각자의 ‘전략’에 따라 순서를 바꿔도 된다.
이제 나의 강점을 살펴보자. 내가 외국 경험이 풍부한지, 서비스직 경력이 풍부한지 생각해보는 거다. 내 경험상, 중동 항공사는 대체로 해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선호했다. 외국에서 대학을 나왔다면 학력으로 이력서 맨 첫 단락을 장식하는 것도 괜찮다. 나의 경우, 외국에서 대학을 나온 게 아니라 짧게 교환학생 정도의 경험이지만 뭔가 외국 경험을 했다는 걸 내세우고 싶었다. 그래서 학력 대신 ‘Overseas Experience’라고 단락을 만들어 맨 위에 배치했다. 어떻게 보면 교묘한 눈속임(?)인 것 같지만, 나름 이것도 전략이다.
뭐니 뭐니 해도 중요한 건 일 경험이다. 만약, 해외 경험이 없다면 경력 사항으로 이력서를 시작해도 괜찮다. 왜냐면, 어차피 제일 중요한 건 경력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내용을 최대한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서비스 직군에서 일을 했지만, 내 직업 자체가 누구나 들었을 때 딱 알만한 것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컨시어지’라는 직업은 여러 업종에서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특별히, 내 직무는 외국인을 상대하는 것이기에 나는 그냥 컨시어지가 아닌 ‘글로벌 컨시어지’로 이름을 바꿔서 적었다. 그다음, 어떤 업무를 했는지 기술할 땐 승무원과 관련된 키워드를 뽑아 그걸 중점으로 적었다.
한 가지 팁은, 외국 경험이 있다면 내가 활동한 곳의 도시 이름과 나라를 같이 표기해주는 거다. 면접관은 우리가 웃는 얼굴로 자신을 향해 다가올 때 ‘아, 한국인이구나’라고 생각할 거다. 이력서를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나라 이름이나 도시 이름일 것이다. 그걸 표기하지 않으면 단순히 ‘한국인이 한국에서 일을 했겠지’ 정도로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력서를 받았을 때, 예를 들어 호주라던가 캐나다라는 단어를 보게 되면 흥미를 끌게 돼있다. 그럼 더 자세히 보게 되지 않을까. 특이한 나라이면 나라일수록 좋다. 어떤 나라와 연고가 있고 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단어 자체가 한번 더 눈길을 끌게 돼있다.
이렇듯, 오픈데이용 이력서는 간단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돈을 주고 첨삭을 부탁한 경우는 없다. 돈을 주고 맡기기엔 형식이 너무나 간단하고 일반 직군과 달리 이력서에서 추구해야 하는 포인트가 다르기 때문에, 과연 일반 업체들이 이런 사항들을 알까, 라는 의문에서였다. 단, 외국인 친구들에게 어휘나 문법 첨삭 정도는 부탁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오픈데이를 다니면서 이력서를 조금씩 수정할 땐, 그냥 나 혼자 작성하고 더 이상 누군가에게 첨삭을 부탁하진 않았다.
또 다른 팁이 있다. 내가 작성한 이력서를 면접 연습할 때 스터디원의 피드백을 듣는 거다. 그 피드백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지만, 분명 내가 놓친 부분들을 발견해 조금씩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나의 경우, 나라 이름을 따로 표기하는 아이디어를 피드백을 통해 얻었다. 외국 경험을 내세울지, 서비스 경험을 내세울지 단락 구성하는 것도 피드백을 통해서 발견했다.
영문 이력서를 만들기 위해, 계속 구글링으로 적절한 어휘를 찾아보고, 다른 외국 승무원들 이력서를 참고해가며 뜯어고치고, 고쳤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문법 첨삭도 받고, 가끔 현직 승무원들의 특강에 참여해 이력서 검토도 받아봤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내 이력서는 완성됐다. 당시, 교수님은 영문 이력서를 만드는 과정도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씀해 주셨던 기억이 있다. 그 정도의(?) 퀄리티는 아닐지라도, 그동안 나름 나만의 작품을 완성했지 않았나 싶다.
몇 가지 Tips
맨 위에 어떤 직군의 이력서인지 적는다. (e.g. Cabin Crew Candidate)
오픈데이에 참여하면 여권사이즈 사진을 따로 제출하라고 한다. 이력서에 프린팅 된 사진은 선호하지 않으니, 이력서에는 사진이 없어도 괜찮다.
글씨 포인트는 10pt 이상을 선호한다. 문단 타이틀을 제외한 글씨체는 하나로 통일하는 게 좋다.
강조하고 싶은 단어는 이탤릭체, 볼드체, 혹은 다른 글씨체를 활용하자.
학력을 표기할 땐 대학 이름뿐만 아니라 꼭 타이틀을 적자. 더 있어 보인다. (e.g. Bachelor of Arts (B. A.) in English Literature)
DOB (Date of Birth)는 필수가 아니지만, 적어도 상관없다.
Native Korean, Fluent English 정도로 자기가 할 수 있는 언어를 적어주는 것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