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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령 Feb 10. 2017

전략적으로 입는 비즈니스 캐주얼

비즈니스 캐주얼과 성과의 관계

 평소에 아이돌과 음악을 좋아하는 A양은 대형 엔터테인트먼트 회사에 입사했다. 자유분방한 아이돌의 의상만큼이나 회사 분위기가 개방적이라고 예상한 A양은 회사를 갈 때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치마를 입었다. 신입사원의 풋풋함을 보여주는 적합한 차림이라고 생각했지만 상사의 핀잔을 들었다.

 패션을 좋아하는 디자이너 B군은 대기업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게 됐다. B군은 회사가 개방적인 분위기를 장려한다기에 첫날부터 노란색 양복을 입고 갔다. 그렇게 패기 넘쳤던 B군은 회사에서 가장 구석진 자리에 배치받게 된다. 본사에서 높은 분이 오실 때마다, 복장 이유로 상사는 그를 회사 근처 커피숍으로 내몰았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은근히 어렵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자유롭게 입어도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글로 적어서 배포되는 정확한 회사 복장 규정도 없으니 어디까지 복장을 자제해야 할지. 말 그대로 비즈니스 캐주얼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 비즈니스 캐주얼의 역사

  비즈니스 캐주얼은 캐나다에서 유래됐다. 화려한 꽃무늬 셔츠로 유명한 하와이 의류 회사는 마케팅의 일환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직원들이 하와이 셔츠를 입는 캐주얼 프라이데이를 만든다. 직원들의 사기를 돋워서 업무 능률도 올리고 셔츠도 팔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했다.


하와이 셔츠 (c) hawaiishirt


 캐주얼 프라이데이는 미국 대륙으로 넘어와 유행이 됐다. 캐주얼 프라이데이는 하와이 셔츠를 입는 날로 한정되지 않고 캐주얼한 옷을 입는 날로 의미가 더 넓어졌다. 캐주얼 프라이데이가 돌아오면 회사원들은 정장 재킷과 넥타이에서 해방되었다. 어떤 회사들은 캐주얼한 옷을 입는 날을 금요일 하루만이 아니라 근무 시간 내내 허용해주기도 했다.


 문제가 있었다. 회사 복장에 대해서 보수적인 사람들은 비즈니스 캐주얼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회사에서 반바지를 입거나 슬리퍼를 신으면 업무에 대한 책임 의식이 흐려지고,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없다고 여겼다. 사람들마다 적합한 회사 복장에 대한 의견이 너무 다르고, 그것들이 혼재되는 상황이 오자, 회사는 복장을 어떻게 규제해야 할지 헷갈려했다.


 리바이스가 만든 회사인 다커스(Dockers)는 이런 분위기를 잘 포착해 기회로 만들었다. 비즈니스 캐주얼에 대한 안내서를 제작해서 여러 회사에 배포했는데, 비즈니스 캐주얼 때문에 골머리를 썩던 회사 인사팀에서는 이를 매우 반겼다. 안내서에는 정장보다는 색감이 더 가볍고 다양하며, 너무 과하지 않은 옷을 입은 모델의 사진들이 실려있었다. 이 사진의 옷들은 당시 비즈니스 캐주얼의 표본이 됐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이 안내서를 배포했고, 직원들은 안내서와 유사한 복장을 착용했다. 물론 다커스는 비즈니스 캐주얼의 표준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얻어서 높은 수익을 올렸다.


(c) Levi Strauss & Co. via Marketplace.org
(c) Levi Strauss & Co. via Marketplace.org
다커스에서 제공한 비즈니스 캐주얼 안내서  (c) Levi Strauss & Co. via Marketplace.org


 한국에서도 90년대 중반부터 비즈니스 캐주얼이 확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96년도에 대우 건설에서는 토요일마다 캐주얼 복장을 입는 캐주얼 새터데이를 만들었다.(그 당시 대부분 한국 회사들은 주 6일 근무 체제였다.) 회사에서는 캐주얼한 의상이 직원들의 창의성과 업무 능률을 높인다고 보았다. 더운 여름에 답답한 정장을 입지 않으면 냉방비가 절감될 수 있다고도 보았다.


 비즈니스 캐주얼은 매우 인권적인 처사로 보이지만 실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도입까지 회사가 이익을 따져가면서 내린 결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즈니스 캐주얼은 완전한 자유를 제한하고, 회사의 목표와 성격에 부합하게 정해졌다.


 창의성과 개인의 역량이 중요한 회사에선 슬리퍼와 늘어난 티셔츠를 입어도 큰 문제로 삼지 않는다. 서비스업을 주로 하는 회사는 단정한 용모를 중시하지만, 친근한 이미지도 고객에게 전하고 싶어서 직원들에게 깔끔한 캐주얼을 입게 해준다. 조직에 대한 책임감과 품위가 성과를 가져다준다고 믿는 회사는 직원들이 꼭 정장을 입도록 규제한다. 어떤 복장이든 개인의 자유보다는 회사라는 집단의 이익이 우선시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보면 비즈니스 캐주얼은 정장을 타파하고 새롭게 등장한 문화가 아니라 정장의 진화 버전인 듯하다.



◆ 복장 규제는 성과를 올려줄까.

 회사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이윤을 우선시하는 것은 비난할 일이 아니다. 회사란 엄연히 이윤 창출을 위해서 탄생된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은 할 수 있다. 글로써 규제된 복장 규제든지 암묵적으로 특정 복장을 요구하는 회사 분위기든지 복장에 대한 회사의 간섭이 회사가 성과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될까.


 물론 도움이 된다. 은행원과 스튜어디스를 예로 들면 그들은 고객과 구별되는 복장을 착용하기 때문에 고객은 쉽게 그들을 알아보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깔끔한 정장은 거래를 하는 상대에게 신뢰감을 준다. 업무의 특성에 맞는 복장 규제는 일의 효율성을 올려주고, 상대에게 좋은 이미지를 전달할 수 있다.


아랍 에미레이트 항공의 스무원 유니폼 (c) Pinterest


 복장 규제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과거에 머물러있을 때 문제가 된다. 회사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영입되고 빠져나가는 곳이다. 새로 들어온 젊은 사람들은 기성세대와 다른 문화에서 자라왔다. 그렇기 때문에 옷에 대해서 기성세대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옷과 개인 업무 성과는 관련이 없다고 여긴다. 이들의 생각처럼 복장과 업무 성과는 연관이 없는 것일까.


 경향 비즈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직장인 463명에게 업무 복장과 개인 업무 성과에 대한 연관성을 물었더니 가장 많은 응답은 '관련 없다'(32.6%)였다고 한다. 또한 티모시(Timothy M. Franz)와 스티븐(Steven D.Norton)은 2001년에 비즈니스 캐주얼과 업무 성취도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였는데 그 결과, 비즈니스 캐주얼과 업무 성취는 관련이 없다고 나왔다.


 티모시와 스티븐은 연구를 통해서 복장에 대한 만족도와 업무에 대한 노력 사이에 연관성도 발견했다. 정장 복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정장 복장 문화 안에서 업무에 충실했다. 그렇지만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호하고 정장 복식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정장으로 복장이 규제된 환경에서 그렇지 않은 환경보다 덜 노력한다는 것이다. 즉, 회사는 복장을 규제함으로써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지만 이런 고정관념을 재고해야 한다. 오히려 회사가 직원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는 복장을 그들에게 강요할 때 회사에게 손실이 될 수 있다.


 회사 밖의 사람들은 사원들이 입는 옷을 보고 특정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것이 바로 회사 이미지이다. 2009년에 피터 (Peter W. Cardon)와 에브라임(Ephraim A. Okoro)은 미국 동부 대학교들의 경영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회사의 복장 문화가 어떤 이미지를 연상시키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자유로운 캐주얼 복장 문화에서 '창의성'과 '친근함'을, 정장 문화의 회사에서는 '권위'와 '경쟁력'을 떠올렸다고 한다. 학생들은 캐주얼과 정장 문화 사이에 있는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 문화를 '생산성', '신뢰성' 이미지와 연결시켰다.


 연구 결과로 알 수 있듯이 회사의 복장 문화는 보는 이에게 특정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런데 '복장-이미지'의 관계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 바로 시간이 흐르면서 성공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복장이 점점 자유로워지는 탓이다. 스티브 잡스는 검은색 터틀넥 티(목티)와 리바이스 청바지로 유명하다. 마크 주커버그는 거의 항상 회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정장 핏으로도 유명하지만 캐주얼한 모습을 많이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 이들 덕택에 캐주얼한 옷은 '성공'과 '유능함'이라는 메시지도 얻을 수 있었다. 동시에 그 반대급부에 있는 정장에게는 억울할 수 있겠지만 '보수적', '경직'이라는 이미지가 덧붙게 됐다.


왼쪽부터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오바마와 미셸 부부 (c) pinterest


 회사는 복장으로 고객과 거래처에게 어떤 이미지를 줘서 이득을 얻고 싶어 한다. 하지만 회사가 생각하는 복장과 이미지의 연결이 시대성에 맞지 않으면 그것은 실패한 전략이다.


 작년에 한 영화관 직원들의 복장 규정이 논란이 되었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유니폼 치마의 시작 부분을 허리에 맞추고, 옷의 세탁은 1회/3일, 치마 밑단은 무릎뼈 바로 위로 지켜야 한다. 함께 입는 스타킹은 커피색이어야만 한다. 구두는 2~3cm 높이, 검은색이되, 장식과 무늬, 광택이 없어야 한다. 이 밖에 다른 까다로운 규정들이 많은데, 직원들은 매일 아침에 복장을 점검받고, 규정을 위반할 시 벌점을 받는다.


같은 복장이라도 시대에 따라 '항상 고객을 신경 쓰는 회사'라는 이미지와 '강압적이고 인권 의식이 부족한 회사'라는 이미지로 다르게 인식된다.


 한 때는 이런 복장 규정이 '항상 고객을 신경 쓰는 회사'라는 인상을 줬다. 통일성 있고, 깔끔한 직원들의 외양은 손님에게 대접받는 느낌을 주고, 보기에도 좋다. 하지만 요즘은 누군가의 시각적 즐거움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특정 복장을 강요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여긴다. 이런 시기에 까다로운 복장 규정은 '강압적이고 인권 의식이 부족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오히려 복장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회사 이미지 향상에 도움될 것이다. 이렇게 얻은 좋은 이미지는 고객을 확보하는 효과로 뻗어나갈 수 있다.


 종합하면 회사의 이익을 위해선 어느 정도의 복장 규제는 필요하지만, 그 복장 규제는 업무 내용과 회사가 원하는 이미지에 부합해야 한다. 하지만 규제는 직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하고, 시대 상황에 민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성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어야 한다. 또한 젊은 세대들도 기성세대가 왜 정장과 같은 복식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이해할 필요도 있다. 복장 규제는 서로 다른 세대간의 이해를 바탕으로 만들어져야한다. 이렇게 소통하는 분위기는 회사에 좋은 문화를 형성하는 데까지 확장될 수 있다.



◆ 전략적으로 비즈니스 캐주얼 입기

 대학생 시절, 한 포럼에 갔을 때 일이었다. 포럼의 드레스 코드는 비즈니스 캐주얼이었다. 스트라이프 티에 검은색 재킷, 청바지를 입고 검은 워커를 신었다. 나가려다 거울을 보니 너무 심심해 보였다. 그래서 핫핑크 립스틱을 덧발랐다. 드레스 코드는 지키되 립스틱을 포인트로 줘서 남들과 차별화를 꾀했다.


 포럼에서는 각각 다른 연사들이 20분씩 강연을 했다. 강연과 강연이 사이에 10분 정도의 휴식 시간이 있었다. 쉬는 시간에 다음 강연을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앉아계셨던 할아버님이 말을 거셨다. 포럼 주제와 관련해서 공통 관심사를 대화할 상대가 생긴 것이 반가웠다. 할아버님의 물음에 대답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젊은 청년이 멀리서 달려오더니 할아버님을 부르셨다.


 "부회장님, 시간이 다 됐습니다."


 아이고. 교수님이라 예상했는데 대기업의 높은 분일 줄이야. 예상 밖의 만남에 꽤 당황했다. 그분은 껄껄 웃으시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음 강연사로써 무대를 준비하러 떠나셨다. 그분은 지금으로썬 이 상황이 기억나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포럼 이후 며칠 동안은 무의식 속에 '핫핑크 립스틱 대학생'을 인지하고 계시진 않았을까.


 이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패션은 상대에게 깊은 인상, 좋은 기억을 주고, 그것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신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능력은 좋은 경쟁력이다. 김난도 교수님의 [트렌드 코리아 2017]에서는 '픽미(Pick me) 세대'라는 용어가 나온다. 픽미 세대란 여러 면모로 뛰어난 자질을 가졌음에도 너무 치열한 경쟁 때문에 선택받지 못하는 청춘들을 가리킨다. 회사 밖에서는 취직을 위해서, 회사 안에서는 승진을 위해서 이들은 끊임없이 경쟁으로 고통받는다. 수많은 잘난 사람들 사이에서 조금이라도 눈에 띄기 위해서 패션으로 전략을 세우는 방법이 있다.


 전략의 목표는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에게 지각되고, 좋은 인상과 기억을 남기는 것이다. 먼저 쉽게 지각되기 위해선 눈에 띄는 옷이나 액세서리, 신발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타인을 바라볼 때 가장 오랜 시선이 머물고, 큰 자극을 주는 곳은 바로 얼굴이다. 그렇기 때문에 얼굴과 가까운 곳에 남 다른 포인트를 주어서 시선이 머물게 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개성 있는 안경과 스카프, 모자, 귀걸이, 립스틱, 행거치프, 넥타이 등을 이용해보자.


무채색 사이에 파란색 실크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패션. 낮은 채도의 옷들 사이에서 튀는 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방법은 쉬우면서 유용하다. (c) solidrop.net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에게 눈에 띄고, 좋은 인상을 주는 또 다른 방법은 그 사람이 입는 옷을 평소에 관찰하고 이를 응용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물이 가진 형태와 색깔뿐만이 아니라 경험에 연관된 것을 쉽게 지각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자신과 연관된 착장을 한 사람을 쉽게 알아본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상대에게 친근감을 느낀다. 상사나 거래와 관련해 중요한 인물이 넥타이, 행거치프, 스카프 등이나 특정 브랜드에 애정이 있는지 파악해보고 중요한 날에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옷을 입어보자.


사람은 자신의 경험에 연관된 것을 쉽게 알아본다. 그래서 좋아하는 브랜드를 입은 사람에게 시선이 가게 된다.


 여기서 추가로 자신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만들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시그니처 스타일은 입는 사람을 대표할 수 있는 복장이다. 오랜 기간 동안 입은 시그니처 스타일은 입는 사람의 상징이 된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시그니처 스타일은 보는 이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스티브 잡스가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이밖에도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 신라 호텔의 이부진 사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선글라스와 헤어는 칼라거펠트와 안나 윈투어의 시그니처이다. (c) pinterest, 이부진 사장의 어깨 기장의 웨이브 헤어는 그녀의 상징이다. (c) 허핑턴 포스트


 이 세 가지 방법은 회사 복장 문화로부터 너무 벗어나 다른 사원들의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선에서 적용하길 권한다. 아직까진 한국 대부분 회사들은 집단의 문화를 개성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회사 문화를 따르지 못하는 사람은 조직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동료들의 평가 역시 회사에선 중요하기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전략적으로 시각을 자극해서 원하는 것을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당연히 내실이다. 신영준 박사가 쓴 <완벽한 공부법>에서 소개된 실수 효과에 따르면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이 옷을 단정하지 못하게 입었을 때는 매우 부정적인 평을 받지만, 능력 있는 사람이 옷을 대충 입으면 캐주얼하고 친근하다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능력 있는 사람이 옷도 잘 입으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도는 배가 된다. 반면 매일 1시간을 투자한 완벽한 헤어 스타일을 고수하고, 비싼 옷을 잘 갖춰 입지만 일에 대한 책임감과 실력이 없는 사람은 실제 능력치보다 훨씬 저평가된다. 그 사람은 '업무 시간을 외양에 투자한다'라는 비난을 받게 된다. 결국 같은 외양이더라도 내실에 따라 보는 이의 반응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가장 좋은 복장 문화는 서로가 어떤 옷을 입어도 그것을 존중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인턴>에 등장하는 회사 직원들은 옷을 정말 마음대로 입는다. 짧은 바지, 늘어난 티셔츠, 헝클어진 머리. 그 회사에 70대 할아버지 로버트가 인턴으로 입사한다. 출근하는 날에 당연한 듯이 정장을 차려입은 로버트는 다른 직원들 사이에서 많이 눈에 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로버트에게 캐주얼하게 입을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정장과 캐주얼, 어떤 옷을 입던지 시각이 씌우는 프레임에서 자유로운 회사 복장 문화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것은 원래 천천히 조용하게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한국도 이런 복장 문화가 정착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일반적인 한국 회사에선 지나치게 편한 옷이 튀지만,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회사에서는 격식을 차린 옷이 두드러진다. (c) 영화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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