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초보자를 위한 쇼핑 노하우
차가운 겨울, 찬 바람을 옷 안에서 느껴본 적이 있는지. 뜨거운 여름에 땀이 몸 안으로 줄줄 흐르는 경험을 해보진 않았나. 두 가지 경험을 겪어봤다면 그때 입었던 옷의 소재가 문제일 수 있다. 옷이 바람을 잘 받아들이면 찬 바람을 통과시킨다. 옷이 땀을 흡수하지 못하면, 땀은 몸을 타고 흐르게 된다.
음식에서 신선한 재료가 기본인 것처럼 옷도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하다. 소재는 디자인을 아름답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역할이 있는데, 그것은 옷이 제 기능을 하게 하는 것이다. 예쁘기만 하고 아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소재는 빛 좋은 개살구다.
쇼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관찰하곤 한다. 사람들은 거울은 열심히 보면서 옷을 뒤집어 태그에 쓰여있는 소재 정보는 잘 확인하지 않는다. 태그만 확인해도 좋은 소재인지 아닌지는 대충 파악이 될 텐데라는 생각을 하며 안타까워했었다.
태그를 보면 옷을 만드는데 어떤 소재를 사용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전체 옷에서 특정 소개가 어느 비율로 사용되었는지 표기돼있다. 태그에 써져 있는 각각의 소재들을 천연 섬유나 합성 섬유, 재생 섬유로 구분할 줄 알게 되면 이미 소재의 절반은 알았다 해도 된다.
천연 섬유는 식물과 동물에게서 얻는다. 합성 섬유는 플라스틱 제조 공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재생 섬유는 나무, 우유, 돌과 같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화학 처리로 재가공해서 만든다.
각각의 섬유들은 원재료와 제조 과정이 다양한 만큼 장점과 단점이 무수히 많다. 모든 장단점을 일일이 열거해서 꼼꼼히 글을 써봤자 시험을 보지 않는 한 외워지지도 않고, 읽고 싶지도 않는다. 차라리 상황과 목적, 날씨와 계절에 따라서 어떤 소재로 만든 옷을 입는 것이 적합한지 그때그때 확인하는 것이 편하다. 그래서 겨울 옷들은 어떤 소재로 된 것이 좋을지 끄적여보려 한다.
옷에 쉽게 질리고, 저렴한 가격의 옷을 자주 쇼핑하는 사람|아크릴/폴리로 만든 니트가 완벽하진 않아도 큰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이 소재로 만든 옷을 추천한다. 울로 만든 니트가 여러모로 좋지만 굳이 오래 입지 않는 옷인데 비싼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지 않나. 대신 아크릴로 만든 니트가 울로 만든 것에 비해서는 확실하게 촉감이 거칠다. 보풀도 잘 생기고, 1,2년만 지나니 니트에서 늘어짐이 느껴진다. 오래 입을 옷은 못된다. 만약 아크릴의 단점을 조금 더 보완하고 싶다면 울이 섞인 천으로 옷을 구매하자.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한 번 옷을 사면 오래 입는 사람|울로 만든 니트를 사는 것을 추천한다. 오래 입어도 고급스러움과 클래식한 느낌이 잘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울 니트는 최대한 세탁을 피해야 한다. 꼭 세탁이 필요하면 부분 세탁이나 드라이클리닝, 울 전용 세제로 손세탁을 추천한다. 이미 아는 사람은 있겠지만 울로 만든 니트를 잘못 빨면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시간을 꼬꼬마 적으로 돌리지 않는 한 쪼그라 들은 그 니트를 영영 입지 못 할지도 모른다.
아토피가 심한 사람| 울로 만든 니트를 입어야 한다. 아크릴가 주는 거친 느낌과 정전기가 피부에 자극을 줘서 발진을 일으킨다. 아크릴 니트를 입고 싶으면 피부와 닿는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게 안에 기본 티나 내복 같은 옷을 껴입기를 바란다.
* 이는 가디건과 목도리에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오래 입을 기본 모직 코트|울로 만든 코트(=모직 코트)가 가장 좋다. 확연하게 티는 안 나지만 폴리로 만든 코트보다 더 고급스워보이는 편이다. 오래 입을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고풍스러워지는 면이 있다. 관리를 정말 못하지 않는 한 너덜너덜해지진 않는다.
울로 만든 코트가 무조건 좋아 보이지만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무거운 옷을 입으면 몸이 더 쉽게 지친다. 옷 때문에 자주 어깨가 뻐근함을 느끼는 사람은 레이온을 섞은 원단으로 만든 옷을 추천한다. 모직이나 레이온은 집에서 세탁하다 옷이 망가지기 쉬우므로 반드시 세탁소의 힘을 빌리자.
모직 코트 가격은 저렴하지는 않다. 큰 맘먹고 한 번 지르는 거라면 오래 입을 수 있는 모직 코트를 사는 것이 옳은 선택으로 보인다. 그래도 잘 만든 모직 코트는 고가의 상품이다. 모직 코트가 비싸서 부담스러운 사람에게 울에 폴리와 아크릴이 섞인 소재로 만든 옷을 추천한다. 그래도 울이 전혀 없는 것보다는 일정량 섞여있어야 폴리, 아크릴로만 코트를 만들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
유행에 맞춰서 짧은 기간 입을 코트| 당연히 폴리나 아크릴로 만든 코트를 사도 괜찮다. 폴리와 아크릴로 만든 코트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오래 입으면 너덜너덜해지고, 보풀 밭이 되기 때문이다. 보풀을 자주 제거를 해줘도 그 과정에서 천이 손상된다. 결국 옷이 더 해지게 된다. 하지만 1-2년 입는 용도의 코트라면 비싼 돈 주고 모직 코트를 살 필요는 없다고 본다. 폴리와 아크릴도 처음 구매하고 입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멋있어 보인다.
히트텍(Heat Tech)이란|발열 소재는 열을 내서 체온을 높여주는 천이다. 발열 소재 중 주변에서 가장 많이 구매하는 것은 히트텍이다. 히트텍을 입어도 소용없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고, 훌륭한 기술이라며 칭찬하는 사람도 있다. 히트텍에 대한 평가가 나뉘는 이유는 어떻게 입느냐와 입는 사람의 체질, 기온 때문이라 본다.
히트텍의 원리|히트텍은 수증기가 천에 흡수될 때 열을 내는 성질을 이용한 특수 원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증기의 존재 여부가 천이 열을 내는지에 결정적이다. 몸에서 나오는 수증기는 바로 증발된 땀이다. 히트텍은 열을 내기 위해서는 땀 수증기와 만나야 하므로 히트텍과 피부 사이에 다른 천의 방해 없이 직접 맞닿게 입는 것이 좋다. 그래서 히트텍은 내복으로 입을 때 효과를 크게 느끼게 된다.
히트텍과 체질|체질 상 몸에서 땀이 잘 나지 않는 사람은 땀 수증기가 부족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히트텍에서 나오는 열이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미미하다. 같은 원리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땀이 많이 나지 않는 사람들도 가만히 있을 때, 히트텍의 효과를 잘 못 느낀다.
히트텍과 기온, 입는 방식|히트텍의 발열 효과가 좋아도 천이 만들어내는 열보다 외부 공기에 빼앗기는 열이 더 많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히트텍의 열을 최대한 가둘 수 있게 그 위에 다른 옷을 덧입어야 한다. 이것이 히트텍을 내복으로 입으면 좋은 또 다른 이유다.
히트텍으로 만든 다양한 옷|히트텍으로 만든 상품들이 많다. 내복부터 시작해서 티와 바지, 레깅스, 스타킹까지 있다. 내복이 아니라 외부로 직접 노출된 채 입는 티와 바지, 레깅스, 스타킹을 입으면 히트텍의 효과를 잘 못 느낄 수 있다. 이미 히트텍으로 만든 이런 옷들을 구매했다면 티를 외투를 안에 입되 지퍼를 잠그는 것이 좋다. 레깅스와 스타킹은 바지 안에 입거나 다른 스타킹을 그 위에 덧입어 두 겹으로 입는 방법도 있다.
만능 히트텍?|히트텍이 내는 열보다 차가운 공기가 앗아가는 열이 많을 때는 히트텍을 입어도 추위를 어쩔 수 없다. 히트텍은 만능이 아니다. 조금 더 따뜻하게 몸을 데워주는 보조 수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히트텍을 유용하게 사용하려면 이 옷을 어느 정도의 추운 환경에서, 어떻게 입을지, 본인의 체질에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점은 히트텍 외에 다른 발열 원단에도 중요하다.
+ 히트텍의 단점|히트텍은 주로 폴리, 아크릴 원단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보풀이 많이 생기고 오래 입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니 이를 고려하자. 히트텍에는 재생 섬유인 레이온도 포함되어있다. 레이온은 약한 소재이다. 그래서 히트텍로 만든 옷을 오래 입다 보면 마찰이 많은 부위가 구멍이 나거나 찢어진다.
소재는 음식의 재료다. 부패된 재료로 음식을 만들면 먹는 사람에게 해롭다. 소재도 마찬가지이다. 천연 소재를 포함해서 모든 소재들이 세척, 소독, 가공, 염색 등의 단계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많은 화학 약품들이 사용된다. 이 약품들이 원단에 남아있다가 피부에 흡수되었을 때 단기적, 장기적으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런 약품들의 인체 유해성과 인체 유해 약품이 옷감에 잔류했는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안법이라 해서 의류 제품을 의무적으로 KC인증을 받게 하는 법안이 논란을 일으켰다. 인증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이 20~30만 원 정도로 부담스럽다. 의류업계 종사자들은 인증을 받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소비자들은 상승하게 될 옷값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를 많이 냈다.
KC인증 제도에 대한 불신도 한몫을 했다. 어느 회사의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수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서 사회적인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 가습기 살균제는 검증을 받은 KC마크를 달고 판매되는 상품이었다. 이렇게 신뢰성에 의심이 가는 기관에 큰 돈을 주고 제품을 인증을 받으라니 불만이 없는 것이 이상하다. 결국 전안법은 다수의 반대에 부딪혀서 1년 더 미뤄졌다.
높은 인증 비용을 경감하고, 신뢰성 있는 검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급작스러운 변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단계적으로 법을 시행하는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가뜩이나 조류 독감이다 구제역이다 해서 물가가 치솟고 있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가는 중 길거리에서 파는 오천 원, 만원으로 세일하는 옷은 누군가에게 해우소(解憂所: 근심을 풀어주는 곳)이다. 공감을 얻지 못하는 제도가 잠시 세상이 아닌 '나'에 집중하여 자기 옷을 맘 편히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앗아가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