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에서 좋은 모더레이터가 되는 방법은?
클럽하우스를 보면서 콘텐츠로서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봤어요. 그러기 위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룸들의 특징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셀렙이 있는 룸은 항상 유입자 수가 많다. 주제와 상관없이. 셀렙들은 직접 룸을 열 뿐 아니라, 자신이 가고 싶은 룸을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그럼으로써 셀렙이 방문한 룸은 그 룸을 홍보할 기회를 얻고, 인기를 얻을 수도 있다. 셀렙이 머물렀다고 무조건 그 룸은 계속 인기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룸의 가치를 알릴 기회를 얻는다.
셀렙들이 라이브로 부르는 노래를 클럽하우스로 들으면 유달리 더 기분이 좋다. 낮은 음질 때문에 전화로 가수가 내게 노래를 불러주는 기분이랄까. 좋아하는 연예인의 노래를 진한 감성으로 듣고 싶은 분들께 클럽하우스를 추천한다.
이런 주제의 룸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대화 주제의 진입장벽이 낮고, 누구나 듣기 편하며, 음성 형식이 위로와 조언, 공감을 나누기에 좋은 방식이기 때문이라 추측한다. 말소리에 담긴 멜로디와 박자, 호흡 등의 요소들은 메시지의 감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말로 하는 위로, 조언, 공감은 텍스트와 다른 힘이 있다. 또한 이런 주제의 룸은 스피커가 아니라도 듣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위로, 조언, 공감, 일상 이야기 등으로 클하룸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면, 콘셉이 확실해야 한다. 그저 '위로하는 방'은 색깔이 없다. 예쁜 반말을 쓰는 룸, 북한 사투리를 쓰는 룸, 내 이야기와 관련된 노래를 부르는 룸, 휘파람을 부르고 이야기를 하는 룸, 그림을 그려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룸 등, 선명하고 구미가 당기는 콘셉을 잡아야 한다.
클럽하우스는 특정 전문 분야에서 이미 자리를 잡고 계신 분에게 인사이트를 얻기 좋은 플랫폼이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메일이나, 인스타 DM, 댓글처럼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분들이 즉각적으로 답을 주고, 답에 대한 질문도 즉시 다시 할 수 있다. 예상치 못 한 직업군에 속한 분들께도 궁금증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사람들의 스피커 신청이 많아 질문하거나 답변해줄 기회를 못 얻을 수 있다. 대게 셀렙 전문가 분들이 계신 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세상에는 알려지지 않은 대가들과 전문가들이 많다. 이 분들에게 관심 분야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광고 없이 음악만 듣기에 좋은 플랫폼이다. 영상 데이터 소모 없이, 음원 앱 유료 결제 없이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다. 저작권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필자는 그런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 저작권이 없는 음악이나, 가수 본인이 자신의 노래를 틀어주는 룸을 본 적은 있다. 하지만 충분히 저작권 침해는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본다.
굳이 스피커가 되지 않아도 리스너로서 즐기기 좋은 룸이다. 세상에 숨어있는 끼돌이들이 입담으로 리스너들의 웃음보를 터뜨린다.
특히 클럽하우스에서 유명한 '성대모사 방'은 클럽하우스의 스타 배출소이다. 유명 정치인들과 연예인, 애니메이션 캐릭터, AI 성대모사를 잘하는 사람들은 현재 클럽하우스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팔로우를 쓸어 담고 있다. 클럽하우스에서 셀렙이 된 이들은 팬미팅 룸을 열기도 하고, 다른 룸에 들어가서 웃음을 주기도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짭지은님과 SIRI님이 너무 좋다^^ 그리고 셀렙이 본인 성대모사를 하는 건 반칙이다.
예시) 라이어 게임 방, 성대모사 방, 북한 사투리 쓰는 방, SIRI가 상담해주는 방......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고충, 시각장애인의 방, 독일 유학생들의 수다 방, 신촌에 맛집 공유 방, 인스타 팔로우 수 늘리기 등, 클럽하우스에서는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사람들을 빠르게 모으고, 부담 없이 흩어질 수 있다. 공통점으로 모이는 방에 셀렙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그와 동시에 룸의 리스너 수가 수 백 명 대로 증가한다. 그때는 셀렙 분이 오셨다고 무조건 스피커를 드리진 말자. 그분들도 리스너이기만 하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지속적으로 한 룸에 같은 사람들만 들어올 경우 친목 방이 될 수 있다. 친목이 강해질수록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넘어야 할 룸의 진입장벽은 점점 높아진다. 모더레이터들은 속한 클하룸이 우리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 새로운 사람이 계속 유입되어야 클하룸이 영속된다.
리스너들이 스피커 지원을 하고 싶은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룸의 단골끼리 적당한 친밀감과 거리감을 유지해야 한다. 단, 친밀감을 0으로 만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적당한 친밀감은 방의 문화를 조성해준다.
스피커의 말을 유심히 듣고, 그 안에서 재미있는 주제를 탐색해서 화두로 던져라. 주제가 다양할수록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사람들 다양성도 늘어난다. 이것이 다수 소통의 핵심이다. 주제가 주제를 생산하는 연쇄 방식을 통해 즉석으로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말이 너무 길어지지도 않도록 끊어주기도 필요하다. 자신이 말하길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서.
클럽하우스의 가장 큰 특징이 '소통'이라는 점을 잊지 말 것! 팟캐스트, 유튜브와 차별화를 두지 않으면, 당신의 방에 들어온 사람들은 팟캐스트와 유튜브로 떠나갈 것이다.
앞서 발언권을 얻었던 사람들이 너무 오래 말해서 아직 입을 몰 열어본 사람이 말할 기회를 앗지 않도록 중재를 잘해야 한다. 모더레이터들은 넓게 스피커들을 살펴서 말이 없는 스피커들의 소통을 끌어내야 한다. '혹시 여기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 분 계신가요? '라는 질문을 자주 던지자.
소통이 진행되는 도중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중간에 들어온 사람들을 위해서 룸에 대해서 10분~ 30분마다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룸의 주제나, 규칙, 콘텐츠의 내용에 따라서 소개의 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스피커가 되고 싶은 마음은 있으나 두려운 사람들이 리스너 중에 많이 있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긴장을 풀어주는 멘트를 지속적으로 해주는 것이 좋다.
말이 너무 길어지지 않도록, 또는 대화 주제가 어긋나지 않도록, 스피커의 대화를 절제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스피커가 기분 상하지 않도록 센스 있게!
모더레이터, 스피커, 리스너의 흥미 균형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도록 대화를 이끌어가야 한다.
스피커가 이 방에 무엇을 말하고 싶어서 왔는지, 리스너가 이 룸에서 무엇을 듣고 싶어서 왔는지 잘 파악해서 두 욕구 사이를 잘 조정해야 한다. 즉, 리스너가 듣고 싶은 이야기(룸의 콘셉트)를 스피커들에게 질문으로 던지자.
균형의 비율은 스피커 회전율로 조절한다. 회전율 조절 정도는 컨텐츠 내용에 달려있다.
셀럽의 팬미팅 룸은 스피커가 되고 싶은 욕구가 강한 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방 전체의 만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스피커 회전을 빨리 시켜야 한다.
전문가의 의견 교환 방에서는 강연을 듣고 싶은 사람 반, 조언을 구하거나 질문하고 싶은 사람 반일 것이다. 전자보다 스피커 회전은 느리게 할 수 있지만, 여전히 회전율은 중요하다.
음악, 화이트 노이즈를 듣는 방은 리스너가 되고 싶은 니즈가 더 강하다. 이 때는 스피커 회전률을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룸이 끼리끼리 노는 유튜브나 팟캐스트가 되지 않도록 만들 것. 아마 그런 룸은 리스너들이 떨어져 나가다가 소멸될 확률이 높다.
** 며칠간 클럽하우스로 밤새며 느낀 점을 정리해봤습니다.(현생 망ㅠㅠ) 저보다 더 유용하게 클럽하우스를 쓰신 분, 제 알고리즘에 뜨지 않는 룸을 방문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께는 더 좋은 의견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부분도 있을 수 있어요. 그런 내용들을 댓글로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