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그러나 미혹(迷惑)

by Berg

내가 80세까지 멀쩡히 살 수 있다 가정할 때 딱 절반을 살아냈다.

행복은 찰나의 불꽃으로 화려한 잔상만 남기고

불행은 꼬리가 길게 따라와 생채기를 냈다.

그렇게 희노애락의 점토를 꼭꼭 주물러 마흔의 내가 빚어졌다.

언제쯤 나는 내가 지닌 결핍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이벤트처럼 찾아오는 추락의 어느 지점에서 낙하산 고리를 당겨야 하는지 아직 모른다.

뒤를 돌면 성난 현실이 싫고, 아직도 늘 도망칠 곳이 있었으면 싶다.

엉엉 울고 싶은 날에, 글자 갈피로 꽂아두는 페이지.


잎새달 사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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