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에서 우연히 만난 차
설악산 자락에 있는 사찰에 갔다.
나오는 길에 기념품 가게가 있어 잠시 들렸다.
좋았던 곳은 오래 기억하려고
그곳에 물건을 사서 간직해 오는 습관이 있다.
무엇을 살까 두리번거리는 내게
“차 한잔 하시겠어요?”
온화한 미소에 정갈한 사찰 옷을 입으신 중년의 여성분이 말을 걸어오셨다.
낮을 가리는 편이라 평소라면 고사했을 터인데
그날은 사람이 너무 없어서
나마저 호의를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아
주저하다 차를 받아 마시기로 했다.
솔잎, 뽕잎, 대나무잎으로
사찰에서 직접 만든 차라고 하는데
맛이 깊고 깔끔한 것이 참으로 좋았다.
차를 좋아해서 다른 나라를 가면
꼭 마켓 한편에 자리한 Tea 코너에 가서
마치 어린아이가 장난감 가게에 간 것 마냥
신나 하며 차를 고르는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정갈하고 깊은 차 맛은 흔하지 않다.
차 맛도 좋고, 날씨도 좋고, 경치도 참 좋았다.
그 날을 오래 간직하려고 차를 샀다.
멀리 사는 누나에게도 차 맛을 전하고자 한 박스 더 샀다.
나중에 누나가 차 맛이 깊다며 좋아했다.
늦은 밤에 책상에 앉아 정혈차를 내려 마시고 있다.
그 날의 기억도 그렇게 함께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