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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설탕 Mar 25. 2023

현실이 스며든 그림, 그림이 스며든 현실

온천장


제목: 온천장

사이즈: 60.6 * 72.7cm

재료: 캔버스에 아크릴과 마카

제작연도: 2022

작가: 김나경 @studio_nakyung2011


<작가노트>

이 그림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보고 나서 그렸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가고 싶은 여행지인 온천을 그렸습니다. 코로나 끝나고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곳으로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2002년작)에 나오는 온천을 모티브로 해서 그린 그림이다.


영화속 '가오나시'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

욕망과 공허.

가오나시가 황금으로 치히로의 관심을 끌려고 해도

치히로는 가오나시가 건네는 돈에는 관심이 없다.


엄마: "나경아 근데 치히로는 가오나시가 주는 황금에 반응을 안하는 걸까?"

나경: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마음이 필요해."

엄마: "황금이 있으면 좋잖아. 돈이 많으면 좋은 집에서 살수도 있고, 초밥도 맨날 먹을수 있잖아"

나경: "보답은 마음으로 하는거야"

엄마: "마음으로 어떻게 해?"

나경: "마음이 담긴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좋아하는 여자한테 막 착하게 대해주는거지. "

엄마: "착하게 대해주는건 모야? "

나경: "내가 먹을 아이스크림을 주거나 하는게 배려지."


돈을 뺀 마음이 뭔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마음을 다해서 돈을 벌고 있다.

마음만 담긴 이모티콘 보다는 선물함에서 신중해서 고른 선물을 보낼때 내 마음은 더 진지해 진다.

1~3만원대, 3~5만원대, 5~10만원대.


그래서 매일 마음을 다해서 출근을 한다.

내가 매일 출근하는 전철역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나경이 그림제목과 같은 '온천장'.

매일 아침 일어나서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아이를 깨우고 입을 옷을 챙겨주고

커피를 내려 먹고

출근을 하고

전화를 받고

민원인과 상담하고

팀장님 눈치를 보고

월급날 월급을 타고

일을 하고

언제까지 회사를 다녀야 할가 고민을 하고

퇴근을 하고

아이 학교/병원/치료센터를 챙기고

남편과 이야기 하고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잠을 자는 일상.

그 일상에서 나는

치유된다.

그렇게 하루하루 맨정신으로 살아가는 심심한 일상으로

나는 신화가 되고

내 이야기는 서사가 된다.

오늘도 나는 온천장에서 전철을 탔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온천장은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지 않아도

 자체로 나에게 평범한 삶의 위로를 주었다.


"익숙해지는 것, 그것은 첫 시선의 생생함을 잃는 일입니다. 모든 사물은 첫 시선에 포착될 때 가장 생기 있게 다가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익숙해지면 그 생기는 기달다가 끝내 소멸하고 맙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대상이 아니라 시선인 셈입니다. -p302, 예술수업, 오종우, 어크로스-


"여행은 가끔은 꼭 필요합니다. 시선을 살리기 때문입니다. 이국의 낯섦을 즐긴다느 뜻에서만 여행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여행은 원래 살던 곳의 진부한 삶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합니다. -p304, 예술수업, 오종우, 어크로스-"


"예술은 결코 현실과 유리되지 않습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실과 밀접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참여니 비판이니 하며 자신을 규정하는 예술은 유치한 형태일 뿐입니다. 중요한 점은 예술과 현실이 서로 스며든다는 사실입니다."-p331, 예술수업, 오종우, 어크로스-



김나경 작가의 '온천장' 그림이 나에게 의미있게 다가온 이유는

지브리 만화 영화의 장면들에 내 현실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일상을 살고 있는 장소 '온천장'

나의 존재가 발가벗겨진 느낌으로 일하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을 주는 목욕탕 같은 '회사'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가오나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벚꽃은 흐드러지게 피었고

심지어 파란하늘에 흩날린다.

 

귀여운 병아리는 유유자적 목욕을 즐기기도 하고,  

강물의 신 하쿠는 치히로를 태우고 곧 날아오를 기세다.


지브리 만화 영화를 모방한 그림 한 장이


나에게 지금 현실을 의미 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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