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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설탕 May 12. 2023

정글을 삼킨 매


제목: 정글을 삼킨 매

사이즈: 72.7*53

재료: 캔버스에 아크릴과 마카

제작연도: 2021

작가: 김나경 @studio_nakyung2011

<작가노트>

푸르고 푸른 초원이 있습니다. 매는 너무 배가고파서 모든 정글을 삼켜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매는 자기의 등에 그리고 날개에 정글이 생겼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매의 얼굴은 나비랑 합쳐졌습니다.

매는 자신의 뱃속에 무엇이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다가 배가 아파서 똥이 매려운데

똥 쌀곳이 없어서 날면서 똥을 쌌습니다. 매는 쾌변을 했습니다.

똥에는 정글의 일부중 나무껍질만 나왔습니다. 매의 몸안에는 정글의 나무,꽃,표범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매의 몸속에서 꽃은 매를 향기롭게 만들어주고

매의 몸속 나무는 공기순환을 도와줍니다.

그리고 표범은 매의 근육을 튼튼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매는 행복합니다.

 매는 여유롭게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김나경작가는

하나를 배우기 위해서

천번 이상의 반복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은 어떻게 세상을 볼까?

늘상 새롭게 세상을 보는거 같다.

식견으로 가득 차 있는 나와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것 같다.

가끔은 김나경 작가를 통해서 전복된 세상을 만날때가 있다.

작가의 전복된 세상은 그림으로 표현된다.


'정글을 삼킨 매' 그림에는

너무 배가 고파서 정글을 통째로 먹어버린 매가 나온다.

그런데 이 매는 자기가 정글을 통째로 먹어서

자기 얼굴이 나비로 변해가고

자기 몸이 정글로 변한 것도 모른다.

심지어 정글의 나무는 매의 꼬리 역할을 하고 있다.

심지어 하늘을 날다가 똥을 싸고

그 똥에 정글의 껍데기가 나온다.

그리고 정글의 알맹이는 매 속에 그대로 있으면서 매의 일부가 되어 준다.

그리고 매는 그 정글로 행복감을 느낀다.


"식인은 먹어 삼켜 영양분은 흡수하고, 필요 없는 것은 배설하는 복합 작용을 의미한다. 흡수한다는 말은 자신의 몸속으로 빨아들여 욉에서 들어온 것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단순히 외부의 발달된 문물을 수입하자는 개념을 넘어 자기 몸의 일부로 만드는 동화 작용까지를 의미한다. 또한 영양문이 되지 않을 것은 배설해 낸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인을 먹지만 우스바우지의 '식인 선문문'이 명시하듯, 그들의 가붕장주의로 대표되는 억압적인 문화, 기독교의 위선, 과도한 형식주의는 거부하거나 배설할 것을 분명히 한다. 이렇게 해서 식인은 브라질의 문화 정체성을 만드는 핵심 개념이 된다. - 즐거운식인, 16페이지, 임호준, 민음사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먹어 삼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을 먹을 수록 점점 더 자신을 잃어 간다....이것이 식인의 법칙이다." 그러고서 "나는 먹는 것을 그만둘 수가 없다. 이것은 일종의 성체 의식이다. 나느 그들의 살과 피를 먹는다. 그래서 나는 줌비으 일부, 필리피의 일부, 다시우바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즐거운 식인 237쪽,임호준, 민음사


나는 오늘

친정엄마가 보내준 오이지에 밥을 삼켰고

김나경 작가의 삐뚤빼뚤한 글씨와 어눌한 말투를 삼켰고

5월의 바람을 삼켰다.

2022년도 성과평가 보고서에 대한 질의서를 삼켰고

서브웨이 베지 샌드위치를 삼켰고

법인카드 영수증을 삼켰다.

설거지를 삼켰고

김동률의 황금가면을 삼켰다.

즐거운 식인 책을 삼켰다.

그리고 브런치 글을 삼켰다.


나는 이제 어제의 내 자신만이 아니다.

더 많은 것들을 먹을 수록

점점 더 나는 내가 삼킨것들과 하나가 된다.

나는 세상의 일부가 되는 것이고

이것이 연기법이 되는 것인가 보다.


김나경 작가의 정글을 삼킨 매를 통하여

내가 삼키는 것과 나를 삼키는 것들속의 관계를 본다.

결국 돌고 도는 것인가?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기준이 명확한 식견으로 가득차 있는 나는

세상이 말하는 그 정답에

애를 써가며 나를 맞추며 사는 편이다.

그러다 뭔가 가끔씩 울컥하는데 

김나경 작가의 새로운 생각은 그런 나를 소용돌이 처럼 휘저어 놓는다.


정글의 삼킨 매 처럼

하늘을 날아오르면서 필요 없는 것들은 똥싸버리고 

가볍게 날아 오르고싶다.! 

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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