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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hie 다영 Lee Aug 24. 2018

[연극] <옥탑방고양이>

'함께'가 주는 위로

2003년 드라마로 제작되었던 <옥탑방고양이>가 2010년 연극으로 만들어져 아직까지)도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워낙 어릴 때라 세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당시 정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옥탑방고양이>의 주인공들과 학교에 가면 옹기종기 모여 ‘어제 <옥탑방고양이> 봤어?’하며 이야기하던 친구들의 대화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연극을 보고 돌아와 그 때의 그 드라마를 찾아보니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함께 옥탑방에서 동거하게 되고 그 안에서 감정이 자라나는 로맨스물이라는 배경만 같을 뿐 스토리나 캐릭터 설정 등은 많이 달라서 연극을 보고 나서도 드라마로 보는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 (워낙 오래된 드라마인지라 '당시에 저 스타일이 예뻤다고 생각했을까..?' 혹은 '응? 저런 말을 한다고?' 싶은 순간들이 있었지만..ㅋㅋㅋ 어쨌든 그 때 감성으로 돌아간 느낌..⭐️)


대구에서 드라마 작가의 꿈을 가지고 서울로 상경한 정은과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자체 독립한 경민이 종로구 창신동의 한 옥탑방에서 조우하게 된다. 집은 하나지만 주거자는 둘인 상황에서 둘은 자신이 살기로 한 옥탑방이 이중계약이 되었음을 깨닫고 집주인을 찾는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집주인은 한달간 유럽여행을 떠난 상황. 치열한 집 쟁탈전의 끝에 둘은 집주인이 돌아올 때까지 비밀리에 동거를 하게 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둘, 그리고 두 마리의 귀여운 고양이가 함께하는 옥탑방. 각자가 사용하는 언어도, 살아가는 방식도 너무 다르지만 옥탑방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함께 삶을 나누며 이들은 서로에게 도전이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옥탑방고양이>는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함께함’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연극이었다. 정은과 경민이 공유하는 ‘옥탑방’은 낡고 작지만 서울이 한 눈에 보이기도 하고 귀여운 고양이들도 함께 살며 꿈을 꾸고 살아가게 허락해주는, 어쩌면 경민이 그렇게도 짓고 싶어했던 사람냄새나는 행복한 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결론이 마음에 들었는데, 단순히 모든 것이 완벽하게 다 잘되고, 꿈도, 사랑도 다 쟁취하는 천편일률적인 해피엔딩이 아니라 비록 목표 했던 바를 이루지 못했어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낭만인 경민과의 옥탑방을 선택함으로서 결국 어떤 목표에 도다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어떻게 과정에 서 있는가,에 집중하는 정은의 모습이 외려 더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원하는 모습대로의 삶이 아니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은 그저 옆에서 묵묵히 삶을 함께해주는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본 회차는 8월 16일 오후 5시 반 회차였는데, (남정은 역의 남경민 배우님/ 이경민 역의 진성민 배우님/ 뭉치역의 임정균 배우님/ 겨양이 역의 김세인 배우님) 전반적인 연기나 합이 좋았다. 각자 역할과도 이미지가 굉장히 잘 어울려서 연극을 보는 내내 몰입해서 볼 수 있었다. 연극의 장르와 전개상 대부분 코믹한 연기가 많았지만 뒤로 갈수록 정은과 경민 사이의 갈등과 오해에서 오는 감정연기도 잘 이어졌고, 무엇보다 여러가지 감초역할을 했던 임정균 배우님과 김세인 배우님의 변화무쌍한 연기가 극을 지루하지 않게 잘 이끌고 가줬던 것 같다. 

여태까지 본 연극에는 항상 초반에 공연장 에티켓을 설명해주고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는 등 극을 처음 열어주는 역할의 배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옥탑방고양이>에서는 뭉치 역을 맡은 임정균 배우님이 처음에 나와서 그런 역을 해주셨다. 덕분에 초반부터 큰 웃음 선사해주시고 즐겁게 시작된 연극. 그러다가도 임정균 배우님의 아버지 역 연기는 그동안 다른 배역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마음 한켠을 찡하게 해서 더욱 극의 몰입도를 높여줬다. 

또 연극이나 뮤지컬을 볼 때 항상 좋은 것은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지만 그 가운데 어떻게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이나 다양한 장소를 표현해내느냐를 보는 재미가 있다. 실은 대학로 연극이기도 하고, 워낙 극 자체도 다 옥탑방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라서 무대적인 요소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저 끝의 작은 옥탑방이 개방형?이라서 또 신기했다. 극 이후에 정은과 경민이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집을 촤락- 펼치는데 그 안에 또 있을 건 다 있고 꽤 넓어서 신기했다ㅋㅋ 항상 느끼는 거지만 무대디자인하는 사람들 대단해.. 작은 공간을 다 활용하면서 의도에 벗어나지 않게 존재하는 것이 없는 집이 참 재밌었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가 그런 작은 공간을 꽉꽉 채워준 것도 있겠지만! 


오랜만의 연극 관람이었는데 다시금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들과 관객의 호흡에서 오는 극의 생동감이 기분 좋았고, 어렵지 않게 쉽게 공감하고 볼 수 있는 연극이어서 즐겁게 관람했다. 씨네21에서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티켓이 두장이었어서 누구랑 함께가지 하다가 항상 말로만 '한번 보자'고 하고 정작 만날 일 없던 은서에게 같이 가자고 했는데 은서도 마침 시간이 되어서 함께 보러 갔다. 은서가 대학로도, 연극도 처음이었는데 너무 즐거웠다고 얘기해줘서 더 좋았다. 항상 일 끝나고 급하게 관람했던 연극이 대부분이라, 나도 정신없이 연극만 보고 가야했던 때가 많았는데 그래도 이 날은 여유롭게 와서 대학로도 쭉 걸어보고, 좋아하는 카페에 앉아서 해야하는 일들도 했던 오후였다. '라콜롬브'라는 카페는 내가 시카고에 있을 때 좋아하는 중고 책방 바로 앞에 있던 카페라서 종종 책을 사서 거기서 읽곤 했는데 딱 대학로에 있어서 대학로에 올 때마다 들르는 곳이다. 시카고에서 매번 마셨던 허니라떼는 (에스프레소 샷에 꿀이랑 섞어서 라떼로 주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안 해준다ㅠㅠ 진짜 맛있었는데. 한국의 라콜롬브는 샌드위치도 파는데 아직 안 먹어봄. 하여튼 시카고 생각 나서 좋아하는 이곳. 


어떻게 마무리 해야하지.. 하여튼! 연극은 인터파크같은 곳에서 예매하면 여러가지로 할인도 많고, 아님 주중에는 위메프같은 특가사이트에서 좀 싸게 구입이 가능하다. 항상 여러가지 연극들이 있고, 몇몇 연극들은 유명한 영화의 원작이 된 것들도 많으니, 또 연극으로만 경험할 수 있는 생동감과 호흡, 즐거움이 있으니 아직도 연극을 한번도 안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경험해도 좋은 것 같다! 처음 연극을 접하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대중적 작품, <옥탑방고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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