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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hie 다영 Lee Aug 22. 2018

[내가 만난 사람]

한나. 나에게 한나라는 이름은 정말 멋진 이름인데, 그 이유는 내가 좋아하는 성경 속 인물의 이름이 한나여서도, 또 그의 기도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찬양을 내가 정말 좋아해서도 있지만 그것보다도 내가 이한나라는 정말 멋진 사람을 알기 때문이어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세상에 한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정말 수도 없이 많겠지만 내게 한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얼굴은 동그랗고 하얀 피부를 가진,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고 말을 하기 전 잠시 ‘음.. 언니,’하며 운을 띄우는, 귀엽고 반짝이는 눈을 가진 한나의 얼굴일 것이다.


처음 갓 스무 살을 넘긴 한나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저 ‘친구의 예뻐하는 동생’으로 처음 만났던 한나는 언니들을 좋아하고 잘 웃고, 붙임성 좋은 아이였다. 시간이 지나고 우리 사이에 많은 이야기들과 추억들이 쌓이고, 또 한나의 개인적인 삶 속에서 나름의 크고 작은 계기들을 통해 형성된 지금의 한나는 그 때의 한나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지만 ‘언니, 나는 지금의 내가 좋아,’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는 지금의 한나를 나는 그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더 깊이 사랑하게 되었다.


한나는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 정말 손에 꼽을 정도로 똑똑하고 생각이 깊은 친구인데, 그런 한나가 두 눈을 빛내며 내 얘기에 귀 기울여줄 때 괜히 긴장할 때가 있다. 이제 한나가 사는 삶은 내가 사는 삶과 많이 달라서 가끔 내가 한나의 말에 공감해주지 못할까봐, 또 반대로 한나가 나의 말에 공감해주지 못할까봐 문득 긴장이 될 때도 있지만 그건 그만큼 내가 한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잃고 싶지 않아한다는 뜻이니까 나쁜 건 아닌 것 같다.


한없이 깊은 생각과 고민들을 나누다가도 예쁜 하늘과 맛있는 커피에 감동하는 한나를 보면 괜히 또 기쁘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그런 소소한 기쁨과 소소하지 않은 고민들을 함께 해주는 것 뿐이지만 그런 함께함마저도 고마워 해주는 한나의 마음이 나는 또 고맙고, 그렇게 우리는 항상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만 외치다가 헤어지곤 한다.


한나와의 추억은 정말 수없이 많지만 그래도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예쁜 추억은 작년 연말 서촌의 작고 어두운 카페에서 조곤조곤 이어갔던 우리의 따뜻하고 꽉찬 대화였어! 실은 내용은 다 기억나진 않지만 그 때의 분위기, 대화가 끝나고 난 후 나의 마음, 촛불에 비친 예쁜 한나의 표정과, ‘언니, 나는 지금이 행복해’라던 너의 그 말. 그 날 나도 정말 너무 많이 행복했어.


좁은 길을 걸어가는 한나, 나는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는 한나의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찡하면서도 대견하고, 대견한 것보다 오히려 내가 더 큰 위로를 받을 때가 많아. 한나가 한나의 삶을 살아줘서 제일 고마워. 항상 응원하고 사랑한다. 네가 어떤 모습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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