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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hie 다영 Lee Aug 22. 2018

[책]<당신을 위한 갈라디아서>

당신을 자유케 할 단 하나의 진리


무려 3주 가까이 붙들고 있었던 바로 이 책. 

내 첫 번째 게시물의 주인공이 된 바로 이 책,

팀 켈러 목사님의 <당신을 위한 갈라디아서>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회심한 후에는 복음을 듣거나 공부하거나 이해할 필요가 없고 무언가 좀 더 ‘고차원적인’ 내용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복음이란 일련의 기초 교리이며 사람을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게 하는 관문 정도로 잘못 이해한다. 복음은 기독교의 기초만이 아니라 전부이며, 평생에 필요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신앙서적을 좋아하거나 크게 찾아 읽지 않는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정말 좋아하고 찾아서 읽는 작가는 C.S. 루이스다. 한창 신앙적으로 방황하고 있을 때 우연히 읽게 된 C.S. 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가 다시 하나님을 찾고 믿음으로 돌아오는데 큰 역할을 했고 그 이후로 C.S. 루이스의 책이라면 무조건 사고 보는 C.S. 루이스의 열렬한 순이.. 아니, 팬이 되었다. (우리 루이스 오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개별적인 포스팅으로 다루겠다)

하여튼, C.S. 루이스를 너무 좋아해서 루이스의 책은 달달 외울 정도로 여러 번 읽었다는 팀 켈러 목사님의 이야기는 수없이 들어왔고, 같은 이유에서 팀 켈러 목사님의 책을 정말 많이 추천받기도 했지만 정작 <내가 만든 신>을 도전했다가 너무 읽히지가 않아서 내려놓은 뒤로는 쭈욱 멀리하고 있는 저자 중 한 분이었다. (진짜 웬만하면 시작한 책은 오기로라도 끝까지 다 읽는 편인데.. 팀 켈러 목사님, 또 추천해주신 전도사님께 죄송하다는 말씀 전합ㄴㅣㄷ...) 

그러다가 잘하고 있던 통독도 갈라디아서에서 막혀버리고, 점점 신앙과 삶의 괴리가 너무나 깊게 느껴질 때쯤 백 목사님이 책을 추천해 주시고 빌려주시겠다고 하셨고 (아니, 안 그러셔도 되는데..)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렇게 피하고 싶었던 팀 켈러 목사님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번 책도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읽고 또 읽고, 메모하면서 읽고, 읽은 곳 다시 읽으며.. 흑흑 어쨌든 팀 켈러 목사님의 책은 정말 어렵다... 


단어나 문장의 구조가 어렵다기보다, 책 안에서 얘기하는 내용들이 너무나 무겁고 본질에 가까운 주제이며,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의 관찰이었기 때문에 여태까지 내가 믿어오고, 아무 생각 없이 살아냈던 부분들이 깨어지면서 단순히 활자로만 읽히는 책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삶과 신앙에 영향을 미치는 책이라 더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항상 다 읽은 책 위주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을 해주는 편인데 이 책은 정말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읽어야 할 책인 것만 같아서, (특히 모태신앙으로 교회에서 자라왔고, 여러 가지 섬김과 훈련에 자리에 있었던 신자들) 또 너무나 신기하게 내가 이 책을 읽을 때쯤 관련된 내용으로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읽는 도중에도 많이 추천하고 다녔던 책이다. 

그러면 과연 이 책이 나의 '인생 책'이냐고 묻겠지만 솔직히 모든 책이 인생 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주의라서.. 그래도 확실히 '복음'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던 수많은 고정관념을 깨어주고, 다시 다른 관점으로 삶과 주변을 바라보고, 나의 개인적 신앙의 모습을 바라보게 했던 '도끼'와 같은 책이었음은 인정한다. 


"우리가 읽는 책이 우리 머리를 주먹으로 한 대 쳐서 우리를 잠에서 깨우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우리가 그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냐.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있는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리는 도끼가 되어야 한다."
⏤ 프란츠 카프카


위에도 언급했듯이 이미 '복음'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어릴 때부터 교회 열심히 다니고 섬김과 훈련의 자리에 있어왔던 사람들, 혹은 신앙의 권태기나 정체기에 있는 사람들, 교회는 다니지만 예수님을 믿고 알고 있는 이 삶이 크게 다를 것 없다고 느껴지는 사람들, 머리로는 항상 옳은 것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데 항상 '이게 죄라는 건 아는데..', '인간적인 마음은..', '쉽지 않아', '잘 안돼',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도 모르겠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등등..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들은 정말 많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과연 왜 요한복음에서 사도 요한이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라고 하셨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이후에도 그 복음적 삶을 살아내는 것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겠고 어렵겠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복음적 삶을 살아내는 것은 정말 단순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단순하다는 것이 곧 쉽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 


갈라디아서를 쓴 사도 바울이라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성경의 많은 부분을 기록한 사도 바울은 예수님이 살아계실 때 함께 다니고 사역한 제자들과는 달리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승천하신 이후에 기적적인 일련의 사건을 통해서 예수님을 만나 삶이 180도 바뀌어 버린 사람이다. 바울은 갈라디아서에서 그런 자신을 두고 "사람이 보냈거나 사람을 통해서 사도가 된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을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를 통해서 사도가 된 나 바울"이라고 지칭한다. 

어릴 적 대학부에서 만난 선배 중 하나님을 만난 이후 삶이 180도 변화된 선배가 있었다. 당시 스무 살의 나는 '하나님을 정말 깊이 만나면 저렇게 변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며 그 선배를 저렇게까지 바꾸신 하나님은 어떤 분이실까 많이 궁금해했고 은연중에 나도 저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 나에게 바울과 같이 보였던 선배를 이번 여름수양회에서 갈라디아서를 공부하며 떠올렸다. 그러면서 한동안 내가 잊고 있었던 마음 깊은 곳의 바람, '나도 저렇게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떠올랐던 것도 같다. 


그렇게 내가 지금 지키고 이루고 가지려고 애쓰고 발버둥 치는 모든 것들에서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바울의 삶이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는 '나와 너무나 다른 사람', '너무 홀리 하고 정말 멋있지만 난 저렇게 살 자신이 없어,' 라며 타자화 해왔던 그 사도 바울, 

독신으로 평생을 살았고, (지금 20대인 우리에게는 정말 두렵기만 한 그 은사..) 평생을 치유되지 않은 가시를 품고 살았으며, 최고의 엘리트 자리에서 예수를 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핍박받고 고난 받는 삶으로 내려왔던 그 사도 바울,

하지만 그 모든 가운데에서도 열심히 기쁨과 생명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냈던 사도 바울의 삶과 모든 말들이 나에게 날아와 마음에 박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바라기 시작했다. '나도 바울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라고.


"그러나 내게 유익하던 그 모든 것을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 다 버렸습니다. 더구나 내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처럼 여기는 것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이 훨씬 더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리스도를 위해 모든 것을 잃어버렸습니다. 내가 그 모든 것을 쓰레기처럼 여기는 것은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과 완전히 하나가 되기 위한 것입니다. 이제 나는 율법을 지켜서 내 스스로 의롭게 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의롭게 되었습니다. 이 의는 어디까지나 믿음에 근거한 것이며 하나님이 주신 것입니다." (빌립보서 3:7-9)


내가 정말 좋아하고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 받는 사랑, 내가 즐거워하는 일을 하고 거기서 적당한 수입까지 보장되는 직장,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추앙받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내 개인의 능력, 안정되고 여유로운 삶을 보장해 줄 것 같은 돈..  이 모든 것을 다 쓰레기처럼 여길 만큼 바울이 누리는 예수님을 아는 지식, 그리고 그가 가지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정말 얼마나 밀접하고 깊으면 저런 고백이 나올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바울이 누리는 저 자유를 나도 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삶의 모든 부분들에서 온전히 자유해서, 영원히 변하지 않고 유일하게 가치 있는 그 한 가지만을 좇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바울이 말하는 그 영원불변한 한 가지는 '복음'이다. 우리의 노력도, 열심으로도 얻어지는 것이 아닌 그저 하나님이 주신 선물.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의롭다고 불리우고 구원을 얻게되는 것이다. <당신을 위한 갈라디아서>에서는 끊임없이 이 믿음 또한 온전히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얼마나 놀랍고 새로운 사실인가. 이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떤 어떤 일들을 해야 하고, 남들보다 뛰어나야 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부추긴다. 또 그 안에서의 경쟁과 혐오를 동력으로 세상은 돌아가기 마련이지만, 복음을 아는 순간, 또 그 복음은 우리의 자격이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 은혜로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비로소 경쟁과 (자신과 타인을 향한) 혐오에서 오는 동력이 아닌, 온전한 사랑과 연합에서 오는 동력으로 삶을 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경쟁과 혐오는 끊임없이 우리에게 비교를 부추기며 나를 다른 사람 위에 두거나 아래에 두지만 사랑과 연합은 모두를 동일 선상에 두고 자격 없는 나에게 주어진 은혜를 앎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긍휼히 여기는 마음을 허락한다고 말한다. 이 한 가지 진리를 마음으로 깨달을 때, 그동안 신앙생활을 하며 느꼈던 수많은 괴리와 질문들에 정답이 되는 경험을 했다. 


복음은 이렇게 말한다. "너희는 지금 완전히 절망적인 상태라서 거기서 건짐을 받아야 하는데, 이 일에 너희가 할 일은 전혀 없다." 또 이렇게 말한다. "하나님이 예수님을 통해 너희를 건져주시며, 그 결과는 너희들의 마음이 즐겨 좇는 모든 거짓 구원보다 훨씬 크다." 바울이 일깨우듯이 복음은 우리를 생각보다 낮추기도 하고 높이기도 한다. 이에 대한 영광은 당연히 "하나님 곧 우리 아버지께 세세토록 있을지어다, 아멘." 

복음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대부분의 우리가 모두 '복음' 그 자체보다 우리 자신을 믿고 있었고 의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현대 교회가 욕을 먹는 이유, 우리가 끊임없이 예수님이 하신 일과 모순되는 삶을 살게 되는 이유 모두 이 책의 한 가지 주제에 있다; 우리는 아직도 복음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결국 복음에서 시작해서 복음으로 끝난다. It's all or nothing. 


우리가 성령으로 믿음을 따라 의의 소망을 기다리노니 (갈라디아서 5:5)
우리는 이 의를 그냥 '기다'린다. 의를 이루려고 노력하거나 몸부림치지 않는다. 그 의가 지금 오고 있는 중임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불안해하지 않고 간절히 기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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