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 그룹의 신임 팀장 온보딩 SBL(scenario-based-learning) 개발을 위해 썼으나, 사용되지 못한 비운의 시나리오를 풉니다.
한 팀원이 아침부터 컨디션이 안 좋다고 했다. 딱 봐도 과음 때문인 것 같은데, 요즘 일이 많아서 몸살이 온 거 아니냐고 걱정하듯 대답했다. 팀장으로서의 사회성이 많이 길러진 것 같다고 속으로 자화자찬했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틀어둔 티비엔 웬 유명인사가 전통시장에서 이것저것 얻어먹고 있었다. “여기는 참 인심이 좋네요.” ‘야, 인마 인심이 좋은 게 아니라, 니가 유명해서 그런거야. 너니까 주는거지.’ 하고 받아치고 싶었다.
업무 적응기간은 끝난 것 같다. 그러니 더 큰 고민이 밀려온다. 나의 리더십은 어떤 스타일인가. 지금까지는 그저 친절하고 열심히 하는 팀장이었다. 내가 뭐 유명한 사람도 아니고, 리더십 구루도 아니고. 대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최근 팀원들로부터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몇 마디 들었다. 평소에 말을 좀 부드럽게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언제? 난 그냥 말한 건데..’ 날카롭게 말하려던 것도 아니었고,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팀원들의 표정을 보니 내 말이 변명처럼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과 팀원들이 보는 나의 모습이 다르다고 생각하니 언제부터 그랬는지 서운하기도 하고 당혹스럽다.
팀원일 때는 맡은 바 최선을 다하면 됐지만, 팀장이 되고보니 반드시 성과와 연관이 있는 마무리가 있어야한다는 부담감이 항상 있다. 그러다보니 팀을 이끌어가야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았고, 내가 좋은 리더인지 고민이 된다.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앞으로는 성과보다는 팀을 움직일 수 있는 리더가 되고 싶다.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까?
내 리더십에서 지키고 싶은 최소한은 이렇다. 팀원들이 팀장의 눈치를 보지 않게 하고 싶다. 나도 팀원일 때, 팀장님 기분이 안 좋아보여서 기다렸다가 보고하고, 팀장님이 원하지 않는 것 같아서 기획의 방향을 바꾼 경험이 있다 보니, 팀장의 정서가 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알게 되었다. 또, 우리 팀원들의 강점을 파악해서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각자만의 리더십 스타일이 있고, 사업부에 맞는 리더십이 있을 것 같아, 다른 팀장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금희는 18년동안 매일 새벽에 일어나 <아침마당>을 진행했다. 그래서 본인이 완전한 새벽형 인간일거라 믿고 있었는데, 웬걸 <아침마당>을 그만둔 다음 날 아침엔 10시까지 푹 잤다며 새벽형 인간이 아니라 ‘월급형 인간’이었다고 깔깔 웃었다. 나도 타고난 리더는 아니다. 하지만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나도 월급형 리더는 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