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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wan Jul 14. 2024

광고

4. 화제성

화제성이라 했지만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광고는 결국 크리에이티브로 판가름 납니다. 좋은 광고의 기준 세번째, 화제성입니다.


많은 경우 대행사의 제작팀은 레퍼런스로 스터디를 시작합니다. 유사 비즈니스 카테고리의, 해외 유명 사례의, 아카이브를 뒤지고 크리에이티브의 꼭지가 될 수 있는 아이디어의 팁을, 영감을 찾습니다. 사실 세상에 없던 크리에이티브는 없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창의성, 새로움이란 익숙한 것들의 새로운 조합일 경우가 많습니다. 익숙함을 비튼 낯섦에 사람들은 반응합니다. 새롭다, 이상하다, 흥미롭다. 그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힘은 우리의 눈에 익은 상식의 스펙트럼, 그 경계에 있습니다.   


미술 평론가 수지 개블릭(Suzi Gablik)은 르네 마그리트의 회화가 보여주는 낯섦을 다음과 같이 나누어 설명합니다.

1. 고립, 어떤 사물을 고유한 영역 밖에 위치시키기

2. 변형, 사물의 특성, 성질의 하나를 변경하기

3. 잡종화, 서로 성질이 다른 두 개의 사물을 결합하기

4. 크기의 변화, 규모, 위치의 변화를 창출하기

5. 우연한 만남, 통상 함께 할 수 없는 사물을 같이 배치하기

6. 이미지의 중첩, 두 가지 사물을 하나의 이미지로 연결하기

7. 패러독스, 양립할 수 없는 사물을 한 그림 안에 넣기


3. 크기의 변화 - 청강실



5. 우연한 만남 - 아르곤의 전투


7. 패러독스 - 레디메이드 부케


다소 중첩되는 분류일 수도 있지만, 오브제의 위치, 크기, 형태, 성질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익숙함에 반하며 드러나는 ‘낯섦’의 감정은 동일합니다. 각자가 기발하다 생각했던 광고의 크리에이티브도 어쩌면 위와 같은 분류 안에 넣어볼 수 있을 겁니다.


낯섦이 시선을 끄는 크리에이티브라면 공감은 마음을 여는 크리에이티브입니다.

올 6월, 뉴진스의 도쿄돔 공연은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니가 부른 푸른 산호초를 언론들은 '홈런을 쳤다' 표현했습니다. 푸른 산호초는 마쓰다 세이코의 1980년 곡입니다. 일본의 경제 호황기, 절정의 시기를 그리워하는 향수를 자극했다고 하지만 그뿐만은 아닐 겁니다.   


아, 나의 사랑은 남쪽 바람을 타고 달려요.

아, 푸른 바람을 가르며 달려요, 그 섬으로.

당신과 만날 때마다 모든 걸 잊어요.

들떴던 나는 작은 소녀.

뜨거운 가슴, 들리죠?

맨발에 반짝이는 산호초

우리 둘이 떠내려가도 좋아요.

당신이 좋아요.


<푸른 산호초, 가사 중 일부>


청량하고 설렙니다. 예쁜 가사입니다. 우리 모두의 가슴 한 켠, 풋풋했던 사랑의 기억을 꺼냅니다. 마음이 살랑입니다. 아련하고 조금은 시리고 그립습니다.

1980년의 곡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노래이기도 합니다. 일본의 가요이지만 우리 모두의 정서이기도 합니다. 뉴진스는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뜨거운 가슴', '들떴던 나'를 재발견했습니다. 공감의 힘은 시대와 국적을 넘어 화제를 낳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독 공감을 자아내는 광고를 좋은 광고로 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를 인사이트(Insight)라 합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한동안은 인사이트의 붐이었습니다. 모두가 인사이트를 말했고, 인사이트를 찾았고, 인사이트있는 기획서, 크리에이티브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어쩌면 우리네 특유의 정서와도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드러내진 않아도 마음 한 켠 따뜻한 정이 있는, 이질적이지 않은 공통의 문화 탓에 언어 외적인 이해와 공감이 쉬운, 그래서 이를 건드렸을 때 쉽게 공명할 수 있는 마음의 종을 우리는 같이 가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크리에이티브는 비단 콘텐츠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때론 매개체 자체에 크리에이티브를 더하기도 합니다.

모델도 메개체입니다. 모델은 그 자체로 크리에이티브가 됩니다. 빅모델일수록 그러합니다. 모델이 가진 헤리티지, 이미지, 성격, 분위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페르소나가 되기에 브랜드의 정체성을 규정합니다. 그래서 모델 선정은 고민에 고민을 더해야 합니다. 최근 핫하고 뜨는 셀럽/인플루언서여서라는 이유는 일차원적입니다. 해당 셀럽/인플루언서가 가진 페르소나가 우리 제품/서비스와 맥이 닿아있는지,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해치지 않고, 강화할 수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모델이 가진 리스크는 단순히 모델의 부정 이슈에 국한하지 않습니다. 모델이 가진 페르소나가 우리 브랜드의 리스크가 될 수 있습니다.


광고물을 전달하는 그릇인 미디어 역시 크리에이티브해질 수 있습니다. 옥외광고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되었고, 하나의 면이 아닌 강남대로의 여러 면을 하나의 크리에이티브로 잇기도 합니다. 게임이 광고의 미디어가 되고, 팝업스토어는 그 자체로 미디어 크리에이티브입니다. 타 브랜드와의 콜라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타 브랜드를 나의 미디어로 삼아 나의 브랜드를 홍보합니다. 사람의 몸까지 광고판으로 삼는 시도도 있습니다. 극단적이지만 주변의 무엇이건 미디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뉴스입니다.


화제성은 광고의 숙명입니다. 바쁜 도시 속 한 명의 사회인이 하루에 접하는 광고물의 수는 3천 개를 넘습니다. 그 경쟁을 뚫고 시선을 끌고 마음을 열게 하는 유일한 무기는 크리에이티브입니다. 좀 부담스럽죠.

거창하지 않은 크리에이티브 이야기 하나를 더합니다.

수년 전 접했던 어린이 분유 광고가 있습니다. 어린이 성장에 도움을 주는 성분을 여느 광고와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보여줍니다. 영양성분, 엄마, 아이, 웃음, 시즐과 제품 컷까지 어느 것 하나 새로운 것이 없던 광고의 마지막 컷에서 뜨끔했습니다. 엄마가 아이의 바지 끝단을 손 끝으로 살짝 들어 올립니다. '와 훌쩍 자랐네~'. 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어느 한순간, 문뜩 깨닫습니다. 매일을 함께하니 평소에는 둔감하다 특정 순간에야 '아차, 우리 아들/딸이 이렇게 컸네' 생각합니다. 아이가 컸음을 작아진 옷으로 실감합니다. 엄마였던, 아빠였던, 일상의 경험을 놓치지 않았던 CD가 만들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는 우리가 아는 상식의 스펙트럼 경계에 있습니다. 밖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잠시 옆으로 비켜두었던 기억을 재발견합니다. 그럼으로 공명합니다. 거기에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잊지 않는 것.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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