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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정화 Freshorange Oct 26. 2023

짧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뉴요커

뉴욕, 맨해튼이닷!!!

부제-뒤늦은 미국 여행기 11 -뉴욕 자유여행 둘쨋날 오전의 스케치


 여행사 패키지 상품 스케쥴에 따라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먹으라면 먹었던 패키지 여행이 끝나고 어제 앞으로 열흘간 머물 숙소로 왔었다. 숙소 체크인 시간이 되지 않아 가방만 맡기고 하이라안, 첼시마켓을 돌아다니다 한인타운에서 삼겹살로 저녁식사를 하는 걸로 첫날 일정을 마쳤었다, 어제는 자유여행의 맛보기였다면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우리의 힘으로, 아니 사실은 나만의 힘으로 진징한 뉴요커로 거듭나야 한다. 진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책과 인터넷을 의지해서 가야할 곳, 봐야 할 것, 먹을 것 등을 찾아야 하니 말이다. 

 숙소가 허드슨 강변하고 가까운 곳에 있어 우선 아침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3월부터 어학연수 중인 딸내미도 시간이 되면 오라 했더니 숙소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올 수 있다며 바로 왔다. 한국에서 잠깐 걷는 것도 힘들어하더니 맨해튼 체류 두달 만에 20~30분 걷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애들 말로 껌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왜 쉬운 일을 두고 '껌'이라고 하는 지만 모르겠지만 말이다. 숙소에서 한 10분쯤 걸으니 허드슨 강변이다. 가서 보니 세워 놓으면 아파트 20층 정도 쯤은 되겠다 싶은 커다란 배가 있었고 그 위로 비행기, 헬리콥터 등도 보였다. 그때는 몰랐는데 그 곳은 뉴욕 인트레피드 해양항공우주 박물관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마음은 아직도 뉴욕에 있는 듯하여 계속 싱숭생숭, 들떠 있을 때 마침 알쓸별잡이라고 하는 프로그램에서 뉴욕, 맨해튼을 다루는 방송을 진행했다. 내가 가봤던 곳은 가본 곳이라 반가웠고 미처 가보지 않았거나 먹어보지 못한것, 해보지 못한 것이 나올 때는 진한 아쉬움에 어쩔 줄 모르면 티비 화면 속으로 들어갈 것 처럼 시청 했던 프로그램인다. 거기서 다루었던 주제 중 한 곳 이었고 표를 끊어 놓고도 시간이 모자라 미처 가보지 않고 온 것을 엄청 후회했다. 하지만 그건 돌아와서의 얘기고 그때는 '와우, 무척 큰 배구나!'정도 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던 어는 교수님의 말이 딱 맞다. 

 자유롭고 여유있게 허드슨 강변에서 보낸 아침마다의 짧은 산책 시간은 그곳에 머무를 당시 우리에게는 아주 행복한 힐링의 시간이었다. 산책 후 돌아와서 한국에서 가져온 누룽지, 어제 마켓에서 산 김치와 계란 후라이로 아침 식사를 하고 우리는 집을 나섰다. 

 첫 행선지는 소호였다. 솔직히 20년전의 소호는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사실 첫날 어디를 가야할지 막막했고 퍼뜩 떠오른 곳이 소호였다. 지하철을 타면 한번 갈아타고 갈 수 있다기에 검색을 하고 그랜드센트럴 역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려고 내려간 계단 입구는 하필이면 이미 표가 있거나 카드를 대야 열리는 협소한 곳이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신용카드를 대봤지만 열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외국여행을 하는데 아주 유용하다고 해서 만들어온 트래블** 카드를 스캔했더니 나에게는 절대 문을 열어 줄 수 없다는 것처럼 버티던 차단바가 열렸다. 남편을 들어오게 하기 위해 건네주고 스캔했더니 또 열렸다. 미국에서의 지하철은 나갈 때는 체크를 하지 않으므로 한개의 카드로 여러명이 쓸 수 있다고 하더니 맞는 말이었다. 표를 끊어야 하는 다른 입구를 찾아야 하나 싶어 살짝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었다. 몇호선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지하철을 타고 중간에 갈아타서 드디어 소호에 도착했다. 시간이 너무 일러서 그런지 사람들도 뜸하고 거의 모든 가게들의 오픈 시간이 11시였다. 그때의 소호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명품샵은 없었는데 소호는 완전 명품샵, 쇼핑거리로 변해 있었다. 가게 문도 안열고 카페도 닫혀있고 딱히 갈데가 없었다. 급하게 화장실을 찾아 문이 열려 있는 서점에 들어갔더니 화장실이 없다고 근처의 애플샵으로 가라고 한다. 해마다 애플 신상품을 보러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곳이었다. 다행스럽게 애플샵은 오픈을 했고 사람들도 꽤 있어서 화장실을 찾아 두리번 거리는 나를 주목하는 사람은 없었다. 급한 불을 끄고 이왕 온거 매장 여기 저기를 둘러보니 매장도 크고 분위기도 세련되어서 그냥 한번 구경왔어도 괜찮을 뻔 했다. 원래 애플 제품에 관심이 없어 화장실 문제가 아니라면 보고도 그냥 지나쳤을 건데 천천히 이것 저것 구경할 만 했다. 한참을 머물다 밖으로 나오니  여기저기 가게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코치 등 내가 아는 명품 샵들이 스트리트 이쪽 저쪽 건너 건너에 포진해 있었다. 명품을 살 일이 없어 잘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울에 한번 씩 가게 되면 줄서서, 때로는 핸드폰으로 등록을 하고 입장 시간 가까이 되어 기다렸다 들어갈 수 있는 명품 샵들을 그런 과정 없이 쑥 들어갔다 실컷 보기만 하고 휙 나오는 것도 제법 즐길 거리가 되었다. 평일이기도 하고 손님도 별로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내가 소호에 갔던 날은 그랬다.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소호에 때는 지갑을 빵빵하게 채우고 가야 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우린 아무 계획없이 가기도 했고 그만큼 돈을 지불할 능력도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눈 요기는 실컷 할 수 있었다. 

 구글 맵이 있으니 어딘가 목적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편리하긴 했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었다. 잘 하진 못해도 외국 특히 영어를 하는 나라에서 제일 많이 써 볼 수 있는 표현은 길 묻는 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 구글 맵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하다 보니 외국에서 영어를 쓸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첨에는 영어도 쓸 겸 일부러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한테 물어볼까 잠깐 망설여지는 순간도 그렇고 모두 친절하게 응대해주는 것도 아니고 떄로는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외국인을 만나도 그들의 발음과 억양이 천차 만별이라 잘 이해가 안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결국 구글맵에 의지해 갸가 하라는 대로 하다 보니 실제 영어를 쓸일이 별로 없었다. 좋은 현상인지 아닌지 판단이 잘 안된다. 

 오전에 어수선하지만  그래도 나름 맨해튼 시내를 남편과 이리저리 걸으면서 뉴요커거 별거야? 이렇게 걷고 또 걸어다니면 뉴요커 아닌가? 서로 큰소리로 웃으면서 우리만의 뉴욕을 맘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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