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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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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go Oct 23. 2022

작은 소설 9

은수저를 가진 자도 먹을 수 있다.

 흑갈색 가루의 밀거래를 막기위한 다양한 대책도 마련되었다.

 보건복지부는 실버 스푼 익명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거액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은수저 없이 음식을 제공하고 먹는 사람들은,

똥파라치로 불리는 신고자들의 카메라를 피할 수 없었다.

 곧 은의 가격이 급등하고 카메라 값도 덩달아 올랐다.

  환경부에서도 화장실 보증금 반환 제도를 도입했다.

  집 안이든 밖이든 화장실 문엔 카드단말기가 설치되어 배설물 보증금을 내야했다.

 그 돈은 물론 정부가 인증한 분뇨 수거 업체에서 쌓인 배설물을 거둬갈 때 돌려받을 수 있었다.

 먹고 싸는 것들은 이제 정부의 엄격한 통제하에서 생산하고 소비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아무튼 배설물로 만든 흑갈색 가루도 곡물시장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했다.

 예전과 다른 것은 고급 포장에 HACCP(해썹) 인증 표시였다.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을 통하여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제품 또는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보증합니다."

  '반 영구적'이라는 유통기한 표기 아래 붙은 문구는,

새롭게 출시한 흑갈색 가루의 가치를 의미했다.

 그에 걸맞게 가격이 오른 것은 마땅한 일이다.

 며칠 뒤엔 실버 스푼 법도 하나의 조항으로 개정되었다.

 "은수저를 가진 자도 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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