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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작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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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ugo Mar 24. 2023

작은 소설 14

이것이 현실이다.

 다만 이곳은 핏빛 땅거미가 태양을 삼키는 해거름 뿐이었다.

 더벅머리의, 초경의 작위를 받은 사내는 그것이 안타까웠다.

 그러면서 그 옛날 이집트인들이 살았다는,

동이 트는 전설의 도시를 이야기했다. 

 저 너머 동쪽 끝엔 아침의 신 아툼이

은빛 기지개를 켜는 헬리오폴리스가 있다고 했다. 

 “서쪽으로 간 까닭은 무엇인가?” 

 해는 내일 뜬다는 것이 변함없는 진리이기 때문에

그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린 지나간 길만 걸을 수 있습니다.”

 초경의 말이 맞았다. 

 아침 해는 저녁 해가 지는 궤도를 지나고

산 자는 죽은 자를 쫓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집트의 위대한 파라오도 떠나간 자들의 도시,

네크로폴리스에서 잠들지 않았던가. 

 그래도 초경은 일요일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었다.

 저녁 해는 아침 해를, 오늘은 내일을, 

서쪽은 동쪽을 따른다.

 거기 일요일이 있다.  

 “동쪽 입구만 찾으면 됩니다.”

 처음 오늘, 초경이 된 사내는 그렇게 서쪽 출구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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