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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맹희 Jul 30. 2018

한여름 1박 2일 강릉여행

타죽는다

벼르고 벼르던 짧은 국내여행을 다녀왔다.

금-토 1박 2일의 '가볍게 훌쩍 떠나는 여행' 느낌을 내려고 룰루랄라 뛰어나갔다가 그냥 액체가 되어서 돌아다녔다. 한여름 날씨를 너무나 간과했던 것.. 아무래도 몇십년 내로 태양이 지구를 터트리려나보다. 

자몽주스 맛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었던 건 ktx 청춘열차와 마일리지를 사용해 기차값을 왕복 만원도 안내고 다녀왔다는 점. 

개이득! 

아침 9시 55분 기차를 탔는데 청량리까지 가다가 땀을 쭉 빼는 바람에 당보충이 필요했다. 어피치가 그려져있는 제리뽀랑 자몽 주스를 먹었다. 제리뽀는 부루펜 맛이 나서 별로였다.

가는 길에 논밭이 많았다. 기차는 시원하고 하늘은 높고 풍경도 예뻐서 여름은 참 실내에 있으면 아름다운 계절이라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

서울에서 강릉까진 기차로 1시간 30분이면 도착하기 때문에 바다보러 충동적으로 떠나기 좋은 거리이긴 하다.

강릉 터미널 더워서 제대로 못찍음

강릉 터미널은 지은 지 얼마 안되서 그런지 깨끗했다. 

유명하다는 꼬막비빔밥을 먹을 생각에 들떠서 밖으로 나왔는데 날씨가 말도 안되게 더운 것이었다. 

하지만 뚜벅이인 우리들은 걸어서 음식점을 찾아가는 무모한 강행군을 시작하는데..

영업 준비중인 꼬막 비빔밥 집

오픈 시간이 3시부터였다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인중땀 뻘뻘 흘려가며 도착했더니 영업 준비중이라는 절망적인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돌릴수 밖에 없었다.

배도 고팠고 조금 더 밖에 있다가는 자연발화할 것 같았기 때문에 결국 또 아무 음식점에나 들어갔다. 

가자미 회덮밥

여행만 떠나면 본의 아니게 아무 음식점에나 들어가게 되는 것 같은데 가끔 이렇게 맛있는 음식점을 찾게되면 길가다 돈 주운 기분! 서울에서 내가 먹었던 회덮밥은 엄지 손톱만한 회가 10조각쯤 들어있고 양념이랑 야채맛으로 비벼먹었던 것 같은데.. 가자미 회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 조금 놀랐다. 

여름이라그런지 냉동 회였는데 비비면서 밥 온도에 적당히 녹아 시원 쫄깃한 식감이 되는 것이다.

가자미 회덮밥 비빈거

초장맛이 세지 않은 고소 담백한 참기름 맛이 났다. 야채도 아삭하고 많이 들어있어서 밥을 다 넣지 않아도 배가 불렀다. 하지만 나는 밥 한공기를 다 넣었다. 

남자친구는 왜 밥 한공기를 다 못먹을까? 1인분으로 나온건데 말이다..

맥주는 더우니까 딱 한모금만!


점심 식사를 마치고 바로 바다로 향했다. 그런데 날씨가 살인적인 나머지 해수욕장에 사람이 없었다.

이걸 좋다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붐비지 않아서 사진 찍기에는 참 좋고 여유로웠다. 

강릉 바닷물은 굉장히 맑고 예뻤다. 햇빛은 엄청나게 뜨거웠지만 바닷물은 신기할 정도로 시원했다.

사진을 잘 보면 바다 위 바위에 갈매기가 앉아있다. 애니메이션 인어공주가 생각이 났다.


그렇게 맑은 바다는 태어나서 처음 봤다. 내가 봤던 바닷가는 거의 비린내나고 똥물에 가까운 갈색이었는데..

부산에 갔을 때도 이렇게 맑지 않았다. 왜 다들 여름에 경포대로 꾸역꾸역 피서를 오는지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람이 없는 해수욕장이라니.. 더위가 좀 풀리면 다시 가고싶다.

맑은 바다에 둥둥떠서 미국까지 떠내려가면 좋겠다.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다. 파도가 쓸고간 자리에 멸치 네마리가 남아서 파닥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자연 상태로 살아있는 생물도 정말 오랜만이라 사진을 찍었다. 뜨거운 모래위에서 파닥대는 것이 불쌍해서 다시 바다로 던져주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있던 카페

잠시 바다 구경을 하고 타죽기 전에 카페로 들어갔다. 테라스가 있는 바닷가 바로 앞의 카페였는데 왜 해수욕장에 사람이 없나 했더니 다 실내로 피난 와있었다. 도저히 야외 활동을 할 수 있는 날씨가 아니었다..

땀도 흘렸겠다 점심 먹은 것이 좀 내려갔나 싶어서 아몬드 쿠키를 샀다. 

많이 달지도 않고 딱 내취향의 쿠키였다. 피칸 파이에 파이지같은 맛.

용납할 수 없는 40도 날씨와 뜨거운 커피..

이 더운 날씨에 남자친구는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에어컨 밑에서 따뜻한 커피를 쥐고 있는 모습이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커피잔이 예뻐서 사진은 찍었다만..

4시쯤엔 해가 좀 진 것 같아 밖으로 나왔다. 카페 거리 입구에 요상한 조형물들이 있었다.

그리고 커피잔 모양 조형물 안에 가득한 조개 껍데기와 약간의 쓰레기.. 맛있어보이진 않는다.


어느새 저녁 먹을 시간이 되서 점심 때 못먹은 꼬막비빔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웨이팅이 기본 1시간이라더니 5시쯤 갔는대도 비빔밥 밥알만큼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히 2층에 따로 대기실이 있어서 옹기종기 늘어앉아 에어컨바람 맞으며 기다릴 수 있었다. 우리는 거의 1시간 30분정도를 기다렸던 것 같다.

두둥..!!! 대망의 꼬막비빔밥 비주얼. 내가 먹어본 꼬막 비빔밥 중에 제일 맛있었다.

가격은 좀 비쌌지만 너무 맛있어서 용서가 되는 수준이었다. 

간장과 참기름 맛이 났는데 고추도 적당히 매콤하고 꼬막도 통통하고 냄새나지 않아서 좋았다. 

옆 테이블에서 육사시미를 먹던데 그것도 맛있어보였음. 

숙소가는 길에 본 신기한 책방. 낡은 공중전화박스에 책이 꼽혀있었다. 저렇게 놓으면 사람들이 죄다 집어가지 않을까?

큰 강도 있었는데 다리 위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날씨는 무척 덥고 짐가방은 무거웠지만 바람을 맞으면서 걷는 잠깐동안은 떠나온 기분에 다시 들떴다. 

사진을 보기만해도 덥다

다음 날도 엄청 덥고 맑았다. 아침으로 급 감자탕이 땡겨서 음식점을 찾아 나서는 길.

찬물로 샤워를 했지만 밖으로 걸어나오는 순간 땀 범벅이 됐다.

근처에서 감자탕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는데 서울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감자 뼈가 3개나 들어있었다!

그리고 진짜 감자도 반알 들어있었음. 국물도 자극적이지 않고 시원했다.

냠냠찹찹 한그릇 뚝딱!

시내로 다시 돌아가서 거리 구경도 하고 싶었지만 너무 더웠던 관계로.. 얌전히 카페로 기어들어갔다.

테라로사라는 유명한 카페가 있다길래 가보고 싶었는데 차없는 뚜벅이들은 시내에 있는 분점을 발견한 것에 감사해야했다.

그리고 오빠가 또 뜨거운 커피를 시켰다. 정말 이상했다..

나는 아이스초코를 먹었는데 땀을 한바가지 흘리고 달달 시원한 것을 마시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다만 잠시후 아침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더위를 먹은건지 체해서 속이 안좋아졌다.


돌아가는 기차는 4시 차였지만 화장실이 가고싶었던 나 때문에 1시쯤 역으로 향하게되었다. 편의점에서 소화제도 사다 마시고 화장실도 갔다오고 나니 배가 괜찮아진 것 같아서 시간 떼울겸 도너츠를 먹기로했다.

던킨도너츠에 이런 귀여운 신상 도넛이 나와있었다. 맛있을까?

구석탱이에 떡볶이 도넛이라는 뭔지모를 혼종도 있었다. 너무 이상해서 찍었다.

하지만 역시 던킨도너츠 하면 먼치킨이지. 맛이 요상했던 망고주스와 함께 순식간에 한 통 다먹고 말았다. 

그러고나서 문득 내 뱃살을 내려다봤는데 그렇게 슬플 수가 없었다. 세상엔 맛있는게 왜이렇게 많을까?


그렇게 짧은 강릉여행이 끝났다. 나는 완전 까맣게 탔고 더위먹고 체했지만 여름 여행의 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더워서 쓰러지겠다 싶을 때쯤 잠깐 부는 바람에 등땀을 말린다던지, 에어컨 빵빵한 편의점에 후다닥 뛰어들어가 차가운 바나나 우유를 사서 마시며 버스를 기다린다던지 할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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