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라르손-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지난 주말 이소영 작가님 채널에서 신작 출간 소식을 듣고 주문했던 책이 왔다.
쉬는 시간 틈틈히 읽으려 학원에 가져왔는데 작가님이 풀어낸 칼 라르손의 행복의 이야기에 푹 빠져 금방 완독해버렸다. 유투브를 볼 때도 어떻게 그 많은 내용을 저렇게 조리있고 간결하게 잘 풀어내실까 신기했는데 문체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은 객관적이면서도 칼 라르손과 그의 작품에 대해 깊게 탐구하고 고민하며 책을 읽고 있는 나조차도 함께 행복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
음악 전공을 한 엄마 덕에 어릴 때부터 음악회, 미술관을 자주 가는 등 예술적으로 생각하고 느낄 기회가 많았지만 사실 나는 최근까지 미술사나 미술작품엔 별로 관심이 없었다. 20살 초반까지는 멋있다는 거장의 작품을 보아도 '음 멋있네. 하지만 뭐가 심금을 울린다는거지?'하는 무미건조한 생각이 주를 이뤘다.
나이가 들고 인생의 쓰고 단 경험이 조금 쌓이면서 예술 작품을 보고 감동을 느낄 수 있을 만한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나보다. 관심없던 미술사에 대해 공부하게되고, 잘 모르던 작가에 대한 책을 사서 읽게되는 것을 보니.
특히 이소영 작가님의 채널을 보며 미술이 내 삶에 주는 영향에 대해 더 생각하게된다. 우리 학생들도 선생님과 함께하는 활동들이 팍팍한 삶에 있어서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는 날이 올까?
아이들은 10년 뒤쯤이면 어릴 적 동네 미술선생님은 전혀 기억 못할지도 모르지만 예술 경험은 꼭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칼 라르손처럼 삶의 모든 굴곡을 풍부하게 해석하며 자신만의 소중한 '행복'의 발판으로 쌓을 수 있는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행복은 살아있는 모두가 원하는 것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갖진 못한다. 칼 라르손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는 '대신 행복해주기'때문이라는 이소영 작가님의 말에 정말 많은 공감이간다. 내가 건강해지고 싶고, 부자가 되고싶고, 성공하고 싶은 것 모두 그것을 얻으면 행복해 질 것 같아서였다. 나는 미래만을 바라보며 현재의 행복에 집중하지 못했는데 칼 라르손은 매일의 일상을 그림으로 기록하며 작은 행복을 포착해냈다. 아이들의 웃음만이 넘칠 것 같은 따뜻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보석같은 아이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이 너무 절절해 조금 슬프기도 하다.
결혼에 대한 환상도 전혀 없는 나로서는 칼과 카린의 행복한 평생이 잘 상상되진 않는다. 두 예술가가 어떻게 평생 함께할 수 있었을까? 나는 생각할 수 없는 오랜시간을 함께 하며 특히 카린은 남편과 육아의 그늘에 가려져 자신의 능력을 완벽하게 펼칠 수 없었는데 말이다. 나는 그녀가 너무 궁금해서 카린 라르손에 대해 더 자세히 풀어놓은 책도 구매했다.
내 사소한 염려가 어찌됐든 두 부부는 많은 아이들과 서로를 의지하며 원하던 예쁜 가정을 꾸렸고 릴라 히트나스라는 아름다운 보금자리도 마련했다. 릴라 히트나스는 두 예술가가 함께 빚은 작품이다. 10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전혀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으니 그 집을 꾸민 카린의 재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해봤다. 그래서 나는 지금 불행한가? 과거의 나는 그렇게 불행했나? 안 좋았던 일들도, 지금의 힘든 일들도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해보면 역시 한두번쯤 겪어서 나쁠 것 없는 굴곡이다.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쌓여 앞으로 닥쳐올지도 모를 엄청난 굴곡을 가볍게 뛰어 넘을 수 있도록 단단한 발판이 되어주겠지.
나 역시 지금의 생활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이 날들을 꼭 기록하고싶다. 나는 소소한 일상을 매일 기록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가끔씩 이렇게 글로나마 남기지만 나중에 세월이 흘러 이 일기나 내가 그린 그림들을 뒤져보다 요즘을 추억하며 다시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