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믿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읽기의 기술은 책에 쓰여 있지 않은 것을 알아차리는 데 있다
- 움베르토 에코
일상생활에서 언제든 접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는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하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매일 방대한 양의 콘텐츠가 생산되면서 사람들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다양한 정보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는 올바른 판단력을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비판적 사고는 어떤 주제나 주장에 대해 그 타당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사고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정보를 접했을 때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가 왜 옳은지 혹은 그른지 합리적으로 검토하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근거와 논리를 기반으로 한 객관적인 분석을 요구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충분히 정보를 정확하게 혹은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일상 속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사람들은 "책은 항상 옳고 유튜브는 신뢰할 수 없다"는 단순화된 주장을 하곤 합니다. 이는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콘텐츠를 매체의 형태로만 판단하는 것은 편향된 사고입니다.
책에는 정확하고 깊이 있는 양질의 콘텐츠가 있는 반면, 근거가 희박한 자기 계발서나 음모론을 다루는 저품질 서적도 많습니다.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극적이고 흥미 위주의 콘텐츠가 있는 한편, 운동, 요리, 학술 지식 등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수준 높은 콘텐츠도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이든 영상 콘텐츠든 검증된 저자나 채널의 정보를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생깁니다. 하지만 이러한 신뢰가 때로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태도를 약화시키고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실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은 다양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MBTI와 관련된 논의에서, 심리학자 애덤 그랜트는 "MBTI는 성격의 구분을 재미있게 구성한 테스트일 뿐,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책이나 콘텐츠는 이 발언을 왜곡하여 마치 MBTI가 심리학적으로 신뢰받는 도구인 것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예로, 최근 유행했던 과학 이론인 양자역학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친구의 상태는 내가 만나거나 연락하기 전까지 확정되지 않는다'는 식의 비유는 양자역학의 개념을 이해하기 쉽도록 단순화한 설명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비유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내 앞에 없는 친구는 실제로 양자 중첩 상태에 있다'는 식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실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양자역학의 역설을 지적하기 위해 제안된 사고실험이었으나, 단순화된 설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현실에서 '상자 안의 고양이는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상태와 죽어 있는 상태가 공존한다'는 오해를 낳기도 합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과 비판적인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 비판적 사고를 기르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째, 정보를 접했을 때 다른 출처를 찾아보고 비교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책에서 얻은 새로운 정보를 신뢰할 만한 다른 자료와 비교해 보며 정보의 신뢰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또한 AI 활용을 통해 논리적인 검증을 시도해 볼 수도 있습니다.
둘째, 유명세나 권위에만 의지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베스트셀러나 인기 있는 유튜브 콘텐츠라도 내용을 깊이 있게 살피며 스스로 판단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셋째, 주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다양한 관점을 들어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특정 뉴스나 의견에 대해 친구나 동료와 대화하며 서로 다른 시각을 듣는 과정은 정보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소셜미디어는 단순히 질 낮은 콘텐츠의 집합이 아닙니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며, 그중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고품질 콘텐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보를 어떻게 선별하고 활용하느냐입니다. 비판적 사고는 단순히 의심하는 태도를 넘어서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결론적으로, 어떤 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든 맹신하지 않고 스스로 그 타당성을 판단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정보를 접할 때 합리적인 의심을 하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며,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세우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자신의 관점이 편향되어 있지 않은지도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필요한 것을 선별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비판적 사고의 핵심이며,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능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