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장의 사업기록] 직원 채용의 기준
회사를 법인으로 전환하고 1년 즈음이 되었을 때 첫 직원을 뽑았습니다. 첫 직원이라는게 솔직히 무거운 의미로 다가왔어요. 회사의 확장성도 고려해야 하고,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도 숙고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오는 직원이 우리가 하던 일 중에서 조금 가벼운 일들을 처리해주면서 성장할 수 있는 신입에서 대리급이어야 할지, 팀장 정도의 직급으로 더 많은 일을 만들어가며 이후 들어올 직원들과 우리만의 일문화를 만들어갈 사람이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비용적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었어요.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면 감당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어떤 분을 모시는게 좋을까 3~4개월 고민을 했습니다다. (작은 회사라 누가 우리 회사를 올까 자신이 없기도 했음을 고백합니다.)
이런 고민을 이어가던 찰나 우연히 전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와 만나게 되었고, 그를 첫 직원으로 뽑게 되었습니다. 10년 이상의 경력에 팀장급이셨는데, 우리가 첫 직원인 그에게 기대한 것은 더 큰 성장을 함께 이뤄가도록 시너지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첫 직원을 뽑는데 실패했습니다. 회사가 원하는 역할과 역량의 갭이 컸어요. 그럼에도 서로 노력하여 격차를 줄여갔으면 했으나 결과적으로 그가 우리 일을 내려 놓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죠.
직원을 잘못 뽑은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첫 직원과 다양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솔직히 비용적 손해도, 감정적 손해도 상당했어요. 매출은 떨어졌고, 그가 감당하지 못한 일을 뒤에서 처리하느라 계획되지 않은 밤샘과 야근을 거듭하다가 체력도 방전됐습니다. 법인 전환 1년차에 이미 너무 달려오며 방전이 되었던 몸과 마음이 2년차에 직원을 뽑으며 더 심하게 소진되었어요. 솔직히 직원을 뽑으면 그에게 일을 맡기고 예전보다는 여유를 가지면서 더 활발하게 영업을 해나갈 줄 알았어요. 직원 월급을 주어야 하니 일은 더 받아야 했는데, 업무 처리가 잘 안되니 일은 이전보다 더 늘고, 비용은 비용대로 더 썼더라고요. 그러니 몸과 마음이 지칠수밖에.
처음에 직원을 뽑으며 찜찜한 마음이 있었어요. '다른 회사에 가는 것이 무섭다'고 이야기 했을 때 느꼈던 불편하고 짜증나는 감정을 무시하지 말고 그 실체에 다가갔어야 했어요. 우리와 함께 결을 맞출 수 있는 사람인지 이전 작업들을 좀더 꼼꼼히 체크도 했어야 했고요. 쉽게 생각하고 결정한 것들이 모두 내 책임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며 결정에 정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직원 선정에 원칙이 생겼어요.
1) 포트폴리오를 꼭 점검할 것
- 가장 기본인데 안했다니 지금 생각해도 그때의 저 자신이 놀랍습니다! 해온 일과 기여도,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등 작성한 기획서를 확인하며 능력을 눈으로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 우선일 것입니다.
2) 성장하는 사람일 것
- 지금 해온대로만 하려는 사람이라면 우리와 맞지 않아요. 점진적 우상향을 목표로 하는 우리는 새로운 일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고객이 의뢰하는 일이 늘 새로움을 원하기도 하기에 기획 일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 성장에 대한 욕구가 높아야 합니다.
3) 심지가 단단할 것
- 유리멘탈 사장이라 고객의 한 마디에 일희일비 하지만 그렇다고 우울의 늪에 빠져 헤매지도 않습니다. 최소한의 회복탄력성을 가지고 스스로 극복할 힘이 있어야 고객의 공격도 업무의 어려움도 헤쳐나갈 수 있죠. 우리가 맡은 일들은 늘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기에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내는 긍정의 힘이 필요해요.
12월 연말 헤이조이스 파티에서 카카오 부문장인 '송지혜 님'이 하신 말씀도 이와 일맥상통했습니다.
1) 기본적인 문제해결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협업을 요청하던, 리소스를 활용하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아야 해요.
2) 팀빌딩을 잘해야 합니다. 팀내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공감을 통해 좋은 사람들과 플렉서블하게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3) 체력과 멘탈. 지속해서 지치지 않고 오래 일하려면 무엇보다 체력과 정신의 건강이 중요해요. 운동도 꾸준히 하고 명상 등을 통해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정한 원칙이 올바르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함께 일하기 위해서 중요한 조건들을 리더들에게 물으면 아마 다들 비슷하게 말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제 두번째 직원을 모셨습니다. 그는 이 세가지 모두를 충족하는 사람이었어요. 이제부터는 우리가 서로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할 일이 남았습니다. 서로 기대하는 방향성이 같아서 오래 함께 하길 기원하며, 2024년 우리가 만들어갈 성장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