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다정 May 28. 2024

대출보다 정돈된 마음이 필요해

[엄마사장의 사업기록] 보릿고개를 대하는 자세 

불황, 땡길 수 있을 만큼 땡겼다


사업을 시작하려고 나왔을 때는 코로나였다. 그 어떤 시기보다 위기라며 많은 회사들이 허리 띠를 졸라매고 버티기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요즘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CF 감독님이 공공기관 영상 일을 수주하러 뛰어든다고 하고, 브랜드 일도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대기업들도 일을 외주로 돌리기 보다는 안에서 소화하니 우리 일이라고 영향을 안받을 수가 없다. 흔히 말하는 빈익빈 부익부, 사회의 격차가 일에서도 드러난다. 큰 규모의 회사들은 프로젝트가 있지만 작고 애매한 규모의 회사들은 수주할 일이 없어 버티기에 들어가고 있다.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시기가 있을까 싶은 시절을 우리도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뉴스에서 호황이라고 말한 뉴수시절이 있었나? 경제는 늘 어려웠다. 물가는 늘 비쌌고 서민들의 삶은 늘 요동쳤다. 사업하기 좋은 시절이라고 말한 적은 근래에는 없었던 거 같다.

여튼 어려운 시절이니까 우리도 버텨야 하니까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대출금을 회사에 넣은 순간부터 내 마음이 요동친다. 


불안함과 희망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 


연초 수술을 하면서 몇 달 정신을 못차렸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회사 일보다는 내 개인적인 일에 더 집중했고, 아픈 몸 때문에 마음까지 흔들거리면서 회사 일은 소홀했다. 내가 회사를 비워야 하는 기간 때문에 파트너도 나도 일을 수주하는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보릿고개의 가장 힘든 점은 놓친 일들이 자꾸 생각난다는 거다. 당시에는 이유가 있어서 거절한 일들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며 무리해서라도 할걸 그랬다며 자꾸 후회를 한다. 아무리 일정이 짧아도, 비용이 작아도, 몸이 아팠더라도 해낼 방법을 찾아가며 어떻게든 해냈어야 했던 걸까 반추한다. 


더 힘든 점은 과거의 나를 자꾸 탓하게 되는 거다. 그때 일에 더 집중했어야 했는데, 그때 나를 괴롭히던 사람도 수용하고 관계를 이어갔어야 했는데, 일정 안되는 것 정도는 무시하고 그냥 일을 했어야 했는데, 그때 나는 너무 오만했고 간절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스스로를 괴롭힌다. 


잘 벌 때 저축하지 그랬니, 잘 나간다고 생각했을 때 겸손하지 그랬니, 뭔가 지난 날에 대해서 내가 오만했고 사치했다는 마음이 계속 드는 건 지금이 많이 힘들기 때문일 거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태도나 행동과 지금의 어려움과 인과관계를 이루지 않음에도 스스로 마음에 남겼던 부정적인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며 그래서 그랬다며 자꾸 마음을 옭아 맨다. 


그래도 한편으로 일은 들어오겠지, 이렇게 끝나진 않겠지, 다음이 있겠지 희망을 갖는다. 조금씩 오는 업무 연락에 이제 풀리려나 보다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아직 일이 작다. 작더라도 일이 들어온다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데 그게 제일 어렵다. 필요한 운영비와 들어오는 돈이 일치하기라도 해야 답답함이 풀려갈테니. 그래도 중요한 것은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 거라며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다스려본다.


김주환 교수님의 <회복탄력성>에서 회복탄력성은 성공에 대한 집념이 아니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음이라고 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도 실패가 두려웠는데 지금 더 두렵다.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대표들이 창업을 하기 전에 하루에 얼마로 버틸 수 있는지 실험을 해본다고 한다. 적은 비용으로 생계를 유지할 줄 알면 위기나 불황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실험이라고 했는데, 들은 내용이라 확실한 근거를 못찾았다. 아마도 '부트스트래핑' 전략이 비슷한 내용인 거 같다.) 나는 이 연습이 덜되어 있었다. 적은 돈으로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지금은 그것에 집중을 해본다. 



삶의 루틴, 운영의 루틴 만들기 


소위 INFJ인 나의 소비패턴은 기분파. 일은 충동파. 나의 충동을 일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꾸어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유형이다. 그래서 추진력은 좋지만 마무리가 잘 안되고, 돈은 벌어도 모이지는 않는다. 이런 구조를 가졌기에 더벌자 주의로 10년을 보냈다. 


이제는 이런 룰로는 더 오래가지 못한다는 깨달음이 온다. 지금부터는 운영도, 삶도 간소하고 단순하게 바꾸어 보기로 한다. 


삶에서는 식사의 루틴을 바꿔보기로 했다. 바쁘니까 지치니까 밥까지 하기는 어려우니 매일 저녁 사먹거나 시켜먹었다. 외부 음식이 나쁜 건 아니지만 매일 외식하는 구조가 경제적인 부담도 되고, 매일 지켜져야 하는 식사 시간이 늘 이벤트처럼 되서 마음이 들뜨곤 한다. 어린시절 엄마가 차려주는 밥상이 주는 안정감이 없달까. 정해진 시간, 정해진 식사 그게 주는 하루의 안정감을 회복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일에는 생각의 루틴을 바꾸보기로 한다. 매일 하나라도 더 해야지,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서 뭐라도 바꿔야지 하는 조급한 마음에 나를 채찍질했던 마음을 내려놓는다. 트레바리 모임 '기어코 답을 찾는 사람들'을 하고 있는데 거기서 클럽장인 송승선님이 일을 할 때 늘 콘트롤러블한 영역과 아닌 것을 구분해 콘트롤할 수 있는 영역에만 집중한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나도 매일 이걸 잘 나누고 콘트롤 할 수 있는 영역에만 집중하기로 한다. 

 

마음의 루틴 역시 바꿔보려고 한다. 집념에서 긍정으로. 내가 일을 좀더 잘하면 내가 이걸 잘 버텨내면 되겠지 하며 매일 높은 텐션을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당연히 번아웃이 왔다. 그런데 번아웃이 왔다고 쉬게 되면 또 한없이 게을러 질거 같아 기존의 오버 텐션을 그대로 유지했었다. 그렇게 하다보면 번아웃이 지나갈거라고 생각했다. '번'한 적이 없으니 '번아웃'도 오지 않은 거라고 정신을 무장했지만 애써 외면한게 되었을 뿐 해결하지는 못했던 거 같다. 이 마음이 암일지도 모른다는 진단 앞에서 무너져 버렸으니까. 


이제는 일정한 텐션을 일상에서 유지할 수 있는 일의 루틴을 잡아보려 한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더 받지도 않고, 남에게 맞추느라 허덕대지도 않고,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내 일을 하도록 나만의 관점을 잡는 일. 내 삶과 사업을 다시 돌아보고 두가지 다 잘 운영할 내 관점을 새롭게 결정해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