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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다정 Sep 27. 2024

바닥, 딛고 일어서라고 있는

[엄마 사장의 사업 기록] 불경기와 나의 겨울 

나는 너무 괜찮지가 않다. 

불경기에 매출을 바닥을 치고, 덩달아 내 마음도 바닥을 친다. 살면서 두번째로 심한 마음의 감기에 걸린 같다.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고 작은 사건에 쉽게 마음이 절망을 향해 내달린다. 원하는 건 너무 멀어보이고, 해내는 건 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인다. 정말 괜찮지가 않다. 


올해 4월 수술을 하고, 5월 시아버님이 돌아가시고, 7월부터 회사에는 일이 없다. 아주 길고 깊은 터널을 지나는 듯한 시간이 6개월이 흐르고 있다. 건강 앞에서 한번 무너지고, 매출 앞에서 고꾸라졌다. 돈 앞에서 나는 한없이 무능하고 나약한 존재가 되었다. 과거의 모든 일들이 후회가 되고, 지난 나의 행동이 전부 비난거리가 됐다. 모든 것이 내 탓같았다가 모든 것이 남의 탓 같다. 


"겸손할 때까지 매출이 오른다"

이 말이 마음 깊이 와닿는다. 그동안 내가 너무 오만했구나! 사람들이 나의 오만을 보며 참 많이도 비웃었겠다, 지금 비웃고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별 거 아닌 능력인데 뭐 그렇게 쓰임새에 예민하게 굴고, 자존심을 세웠던가. 계약이고 원칙이고 그냥 다 접고 해달라는 대로 해주면 되었을 걸. 그렇다면 지금 일 하나라도 더 하고 있겠지 싶어 그동안 내가 세운 단단한 나의 생각을 하나 둘 스스로 무너뜨린다. 


바닥, 이제껏 닿아있기만 했을 뿐

다른 사람들의 말에 자꾸 크게 상처를 받는다. 

함께 일하는 사람의 표정과 반응에 괜히 작아지고, 인스타 릴스 업로드 조회수가 적으니 마음에 갑자기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누군가 올린 '오기가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그래, 나는 오기는 없지'하며 의욕을 확 잃는다. 다른 사람들의 말에 나 자신을 찛고 빯고 던져버린다. 내 상태가 이보다 더 바닥일까 싶을 정도로 지친 마음으로 좁아진 시야는 나의 허점과 실수만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다. 


"그건 바로 실패가 우리 삶의 곁가지를 걷어내고 삶의 본질을 찾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가 아닌 다른 무언가가 되려는 척하는 것을 그만두고,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 하나에 제 모든 것을 쏟아부었습니다. 

만약에 제가 다른 분야에서 성공했다면, 제가 진정으로 믿는 분야에 

제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는 결단을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자유로워졌던 것은 저의 가장 큰 두려움이 현실화되었음에도 전 여전히 살아있었고,

사랑하는 딸이 있었고, 제게는 오래된 타자기와 엄청난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인생의 처참한 바닥은 제 삶을 재건하는 데 견고한 토대가 되어 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저만큼 처참히 실패하지 않겠죠. 그러나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실패들이 있습니다. 

실패는 제가 시험 합격을 통해서는 얻을 수 없었던 내적 단단함을 주었습니다.

실패는 제가 실패를 극복하지 않으면 몰랐을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저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그 어떤 보석보다 값진 친구들이 주변에 함께해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당신이 실패를 통해서 더욱 굳건해지고 현명해진다면, 

그 어느 때보다 살아갈 능력이 강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나의 기준으로 처참한 실패다. 그럼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간절함을 가지지 못한다. 아직 바닥이 아닌걸까?

이제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정 안되면 배달하면 되지'라고 아무 생각 없이 뱉은 말이 참 오만했음을 깨닫는다. 청소는 아무나 하나. 


그녀처럼, 바닥을 딛고 일어설 내적 단단함을 만들기

이제부터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이 바닥에서 나를 지킬 건 나뿐이다. 

 <유연함의 힘>이라는 책에서 유연성 강화 목표의 리스트를 제시하는데, 그 목록들 중에 이런 것들이 있다자신감 증대, 유익한 위험 감수하기, 강렬한 감정관리, 자기 연민, 신뢰관계 구축하기. 조직과 리더에 대한 이야기인데 성장을 위해서는 이런 주제들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심리적인 것들이 해결되지 않을 때 업무에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사례로 생생히 보여준다. 

나의 일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미뤄두기만 하고 해결하지 못했던 내 인생의 문제들을 이제는 하나씩 솔직하게 꺼내어 변화시켜 나가야 할 실험의 주제들로 삼는다. 


- 나를 더이상 비난하지 않는다. 피하는 거라고, 합리화라고 치부하지 않고 무조건 나를 위로한다. 잘했다, 잘할 것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내가 가진 능력, 내가 가진 마음의 연약함 그대로를 인정하며 자기 연민을 가진다. 


-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회사 일, 집안 일 해야만 하는 일을 했다면 잘한 것. 24시간 동안 엄마와 사장 두 가지 역할을 해냈다는 것 그 자체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자.


- 매일을 기록한다. 잘 하든 못하든 중요한 것은 그날 내가 느낀 감정과 경험을 작게라도 남기는 것. 다시 돌아봤을 때 힘이 되고, 뿌듯함이 되는 기억을 쌓아 올린다. 


- 좋은 관계를 만든다.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상대방에게 상세한 설명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사람이라면 내말을 척척 알아들어야 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 친절히 설명하고 마음을 나누는 관계를 만든다. 나는 생각보다 사람들과의 관계에 민감하고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었으므로 


하나하나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 세부 계획들을 세워봐야지. 내 인생의 처참한 오늘이 미래를 재건하는데 견고한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이 과정에서 "내가 생각한 것보다 나는 훨씬 강하다"는 걸 스스로 꼭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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