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보다 지금 글을 더 많이 쓰게 된 이유-
요즘 이런 생각 안 드시나요?
지금 같은 첨단 디지털 시대에 나는 왜 이렇게 많은 글을 쓰고 있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요?
요즘처럼 ‘손 안의 컴퓨터’가 대중화된 시대에, 초스피드 시대에 무슨 ‘글쓰기’냐고요?
당신은 오늘, 글을 쓴 적이 없다고요?
그럼 다시 질문하겠습니다.
당신은 오늘 몇 통의 이메일을 썼나요?
당신은 오늘 몇 건의 문자 메시지를 작성했나요?
혹시 손목이 아플 정도로 많이 쓰지는... 않았나요?
아하! 이제 아시겠습니까?
당신이 오늘만 해도 수없이 작성한 이메일과 문자가 바로 ‘글쓰기’입니다. ‘텍스트(text)’, 즉 ‘문자로 했으니 ‘글’ 아닌가 말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오늘도 글쓰기를 많이, 아주 많이 하신 겁니다.
이메일과 문자 전송뿐이면 말 안 합니다. 당신은 오늘,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SNS에 글을 얼마나 올리셨나요? SNS 포스팅 또한 글쓰기입니다. 소셜 미디어에 능통한 당신, 알고 보면 굉장히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소셜 미디어에 능통하지는 않아도 페이스북, 블로그 정도 하고 있다면 그 또한 만만치 않은 양의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하루만 하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포스팅한 걸 되돌아보면 그 엄청난 양을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혹시 인터넷 서점을 애용한다면 책 리뷰는 쓰지 않나요? 자주 가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 적립금이나 할인 혜택도 얻을 겸 제품 리뷰를 쓴 적은 없나요? 서비스 불편 이용 신고를 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소비자(고객) 불만 리포트를 작성해서 제출한 적은 없나요? 회사를 다닌다면 보고서 및 기획서 작성을 위한 글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자영업자라면 그날그날 고객의 눈길과 마음을 붙잡아 줄 가게나 업소 홍보 전단지나 광고문도 만들어야 할 겁니다.
자, 어떻습니까?
알고 보면 당신도 요즘, 글쓰기를 많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왜 요즘, 예전보다 더 많은 글쓰기를 하게 되었을까요?
인터넷이 대중화되지 않던 시절, 우리는 글을 지금처럼 많이 쓰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그때는 '전화'가 있었으니까요. 친구와 연인과 또 업무 상 우리는 주로 대면만남을 이용했습니다. '대화' 말입니다. 그리고 만나지 못할 경우, 전화로 소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시절은 '글'보다 '말'이었습니다.
오늘, 당신은 전화를 몇 통이나 했나요? 가족, 친구, 연인, 비즈니스 파트너 등 누구든지 좋습니다. 전화 통화로 주 업무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면 몰라도 아마 압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문자'로 소통했을 겁니다. 난무하는 스팸 전화 때문에 전화가 왔다고 알리는 착신음을 아예 무음으로 해 놓는 경우도 많지요. 나중에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거는 한이 있더라도 당장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집중이 분산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간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번거롭게 전화번호 누르고 신호 기다렸다가 인사 나누고 어쩌고 하는 것보다 문자로 '용건만 간단히', 말입니다.
그런데 전화통화가 줄었다고 해서 소통할 일까지 줄어든 건 아닙니다. 결코 아닙니다. 오늘날, 소통할 일이 줄어서 '용건만 간단히'가 중시된 게 아닙니다. 오히려, 소통할 일은 예전과 비교도 안 되게 많아졌습니다. 성인만 그런 게 아닙니다. 중고등학생, 심지어 유치원생까지 스마트폰 없는 경우가 거의 없지요. 어린아이들도 SNS를 하고, 유튜브를 만들어 올리는 세상입니다. 이는 '관계망'이 이전보다 깊고도 넓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전통적으로 '소셜 관계'를 연고 있는 주변 사람과, 혹은 그런 사람을 통해 맺는 인간관계라고 보면 이제는 '소셜 미디어 관계'가 더해진 것 같습니다. 직접적인 연고 없는 낯선 사람을 통해 또 연고 없는 낯선 사람과 관계를 맺는 '소셜 미디어 관계' 말입니다.
이렇다 보니, 소통 방식의 효율화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적어도 '아는' 사람이기에 담보되는 '배려'와 '이해'의 폭이 줄어든 겁니다. 손바닥 안에서 전 세계로 이어지는 이 거대하고 복잡한 연결망 안에서 우리는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만치 획기적으로 낯선 '관계'에 대면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공통된 정서의 끈이 소거된 완전한 '낯섦'. 우리는 이런 척박한 관계망 속에서 누군가와 소통을 해야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팬데믹 뉴 노멀 시대'라는 예기치 못한 거대한 조류를 맞이했습니다. 이는 지난 인류사에 단 한 번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지 않는 '언택트(untact)'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지 않는 언택트 시대의 화두는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입니다. 사람이 대면하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고 비즈니스가 끝나고 관계가 사라지는 게 아니니까요. 오히려 언택트 프레임 안에서는 더 활발하고 생산적인 소통, 즉 ‘효과적인’ 소통 방식이 요구됩니다.
언택트 시대의 소통-.
당신이 요즘 가장 많이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 현대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접촉하는 '매체'는 무엇일까요? 단연, 유튜브를 주축으로 하는 영상 매체일 것입니다. 당신은 유튜브의 독자인가요, 제작자인 크리에이터인가요? 유튜브란 영상 매체는 영상이라 문자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입장인가요? 영상에도 문자(텍스트)는 대단히 긴밀하게 개입됩니다. 단적으로 말해, 아래 흐르는 자막이나 중요한 내용을 되짚어주거나 강조해주는 '문자'적 개입 없이 오로지 영상만 본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굉장히 어색할 겁니다. 무엇보다 이해하는데 불편함이 따를 겁니다. 영상에서 '문자'는 핵심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전달' 측면에서 대단히 효과적인 기능을 담당합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는 영상 편집에 더해 자막의 구성과 편집에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입니다. 다시 말해, 유튜버도 '글쓰기'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 나온 김에 짚고 간다면, 이 책에서 앞으로 이야기해 나갈 '글쓰기'는 그냥 글을 쓰기만 하는 활동 수준에 그치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 앞에 '잘(well)'이라는 형용사가 붙는,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개념이라고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해 단어를 만들고 구를 만들고 단락을 만드는 수준, 그 이상의 수준이란 말에는 '효과적으로'라는 개념이 추가됩니다.
글을 잘 쓴다.
이 말은 곧 '글을 효과적으로 쓴다'라는 말과 상통한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소설이나 시 같은 순수문학이라면 '효과적으로'이라는 표현 대신 '아름답게'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매일 일상 속에서 '생활 글쓰기'를 하는 당신의 글쓰기를 생각하려 합니다. 매일 엄청난 글쓰기를 하면서도 자신은 글쓰기와 무관하거나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하는 당신의 글쓰기를 돌아보려 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그 글쓰기를 '잘',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그렇다면 글쓰기는 왜 '잘', '효과적으로' 해야 할까요?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