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책 독서의 애환 1
문득, 추리소설이 읽고 싶을 때가 있다.
마지막 한 줄로 앞서 진행된 플롯 전체를 뒤엎어버리는 오 헨리식 반전을 이젠 읽기 어려우므로.
그나마 단편 추리소설에서 그런 짜릿함을 향유해보고 싶은 마음에.
운 좋게도 읽고 싶은 추리소설 '걸작' 단편집이 중고책으로 있어서 얼른 주문했다.
비행기 타고 오는 한국 책들은 박스에서 꺼낼 때 표지를 한 번씩 쓰다듬어 보게 된다.
고향의 온기가 묻었을까 봐. 멀리 오느라 고생했다고.
오랜만에 읽는 추리 소설답게 짙은 커피 한 잔 내려서 손 닿는 데 두고.
야심 차게 첫 페이지를 폈다.
순간, 쿵 내려앉는 심장이라니.
범인은 김여사.
읽기 전에는 욕 할 뻔했다.
이런 사람들 꼭 있는 건 안다.
영화 '식스센스' 같은 거 볼 때 옆사람한테만 말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다 들으라고,
"저 남자가 귀신이야." 하는 사람.
단편을 다 읽고 나서는 궁금해졌다.
이 책의 전 주인은 왜 형광빛의 포스트잇에 이 말을 적어야 했을까.
그다음 책 주인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범인은 김여사가 아니므로.
범인은 김여사.
재미있는 일이다.
'추리소설 걸작선'이라고 제목을 단 이 책 전체보다 더 큰 스릴을 주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