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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서 Mar 11. 2019

11.ET302 추락 사고를 통해 본 에티오피아 항공

 2019년 3월 10일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에서 케냐 나이로비로 향한 에티오피아 항공 302편이 이륙 6분 만에 수도 아디스 아바바 외곽에 추락했다. 기장은 사고 직전 관제탑에 기체 통제가 되지 않음을 보고했고 회항을 신청했으나 추락했다고 관계 당국은 밝혔다. 자세한 사고 원인은 현재 조사 중이다. 35개 국적의 승객 149명과 승무원 8명은 태운 이 사고로 전원 사망했다. 사고 기종인 Boeing 737 MAX 8은 에티오피아 항공에 인수 된 지 4개월 만에 사고가 났다. 승객들의 국적은 32명인 케냐가 가장 많았고 18명의 캐나다, 각 8명의 이탈리아와 중국 그리고 각 7명의 영국과 프랑스 등으로 밝혀졌다. 승객 중 19명이 UN 직원으로 밝혀졌다. 먼저 비극적인 사고에 희생당한 희생자들의 명복과 가족들에게 유감을 표한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에티오피아의 Flag Carrier로 국영 기업이다. 1945년에 설립 돼 1946년부터 상업 운항을 시작한 비교적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이 속해 있는 Star Alliance 소속 항공사이다. 현재 125개가 넘는 목적지에 110여 대의 항공기를 운항 중인 아프리카의 가장 큰 항공사이다. 최근 10년간 사고가 난 Boeing 737 MAX 8을 비롯한 777-200LR과 300ER, 787-8과 9등을 도입했고 Airbus A350-900도 도입하는 등 공격적으로 신 기체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 기체인 Boeing 737 MAX 8의 경우 아프리카 대륙 항공사 중 가장 많은 주문을 넣은 상황이어서 향후 항공사 운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사고 직후 에티오피아 항공은 현재 운영 중인 사고 기체와 동일 기종은 잠정적으로 운영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대한민국 서울(인천)을 직항으로 운영하고 있고 이외에도 많은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북미와 남미를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도 탄탄한 노선망을 가진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항공사의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에티오피아 항공사의 규모는 아시아나 항공보다 크다. 에티오피아 항공의 성공은 개발도상국의 Roll Model로 거론될 정도로 유의미하다. 극심한 외화 부족을 겪고 있는 에티오피아이지만 꾸준한 신 기체 투입으로 경쟁력을 키워왔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신규 취항 노선도 매해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약한 Out Bound를 In Bound로 메꾸며 성장했다. 추가로 이러한 성장 배경에는 에티오피아의 지정학적 위치와 Africa Union 본부 소재지 등의 정치 외교적 관계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고의 희생자를 보면 에티오피아 항공의 성장 배경을 추측해볼 수 있다. 우선 2시간 여의 단거리 노선으로 협동체가 운영됐지만, 탑승객들의 국적은 자그마치 35개나 된다. 목적지인 케냐 국적자가 32명으로 약 20%를 차지한다. 보통 국제선 항공 사고의 경우 출발지나 목적지 해당 국가의 시민들이 합쳐서 평균 50%를 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에티오피아와 케냐 시민들을 합쳐도 30%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출발지 에티오피아 시민의 경우 승무원들을 제외하면 1명이다. 즉 두 국가 모두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이다 보니 항공 수요 자체가 두 국가 자체 Out Bound로는 매우 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그와 더불어 북미 및 유럽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데 에티오피아 항공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이번 사고 승객의 국적 다양성을 통해 추측해볼 수 있다. 실제로 아디스 아바바 공항을 이용하다 보면 아프리카에 있는 공항임에도 인종 구성에서 백인이 다수인 경우가 많고 흑인이 그다음인 경우가 빈번하다. 게다가 아시아계도 상당하다 보니 아프리카 공항답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 주목할 만한 사실은 UN 직원 혹은 관계자가 이번 사고에서 19명이나 희생되었다는 점이다. 탑승객의 10%가 넘는 수치이다. IOM, WFO, UN Refugee Agency, World Bank, UN Environment Agency 등 다양한 UN 관계 기관 직원 혹은 관계자들이 탑승했다. 사건 당일 탑승객 국적을 파악하는 데 혼란을 겪은 이유 중 하나가 이들이 사용한 UN 여권으로는 국적을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사고 기종의 출발지인 아디스 아바바와 도착지인 나이로비는 UN의 아프리카 대륙의 주요 UN 기관들이 있는 도시이기에 이번 사고에 UN 관계자들의 희생이 큰 원인 중 하나이다. 아디스 아바바 공항은 UN 및 AU Staff 그리고 Diplomat 전용 창구를 운영 중일 정도로 이들의 수요가 상당하다. 외교 공관도 에티오피아에 115개가 있는 등 AU 본부가 있는 국가답게 외교 사절이 타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많은 편이다. 참고로 대한민국에는 현재 112개의 외교 공관이 있다. 이러한 에티오피아 항공의 외교 관련 수요는 이번 사고의 UN 관계자들의 희생자 수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 ODA 사업의 순위권에 드는 수혜국이기 때문에 관련 NGO도 많이 진출해 있다. 이러한 현실도 에티오피아 항공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최근 10년 동안 상당히 빠르게 성장한 항공사이다. 개발도상국에서 문제가 될 법한 국영 항공사의 방만 경영에서 벗어나 꾸준한 흑자 경영을 통해 안정기에 들어선 항공사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의 경우 조사 결과를 기다려 봐야겠지만 개발도상국 항공사에서 자주 발생하는 기체 점검 불량이나 노후 기종 운항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기에 에티오피아 항공의 위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 서비스 평가사인 Sky Trax에서 별 4개를 받는 등 서비스도 긍정적으로 평가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항공처럼 갑자기 사고가 2014년 한 해에만 2번 발생하지 않는 이상 에티오피아 항공이 현재까지 이룬 성과는 사고와 상관없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에티오피아 항공이 서울(인천)과 아디스 아바바를 직항으로 연결해 주기 때문에 KOICA 단원으로서 우선으로 이용하게 된다. 에티오피아뿐만 아니라 타 아프리카에 파견되는 KOICA 단원들도 아디스 아바바 환승을 통해 대한민국을 오가는 경우가 많다. 기내 서비스가 한국 국적기에는 비교할 수 없지만, 기본적인 서비스는 수월하게 제공된다. 특히 체크인 수하물을 23kg 2개까지 허용하는 서비스는 여러모로 유용하다. 게다가 인천을 오가는 기체가 신형이기 때문에 기내 자체가 깔끔한 편이다. 당분간 신 기체가 계속 도입되기 때문에 에티오피아 항공의 유럽 및 아시아 권역으로의 취항지는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증가세는 에티오피아 항공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ET 302 추락 사고는 에티오피아에 와서 처음으로 듣게 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에티오피아 항공의 사고였다. 사고 소식이 확인된 지 1시간도 지나지 않아 KOICA 에티오피아 사무소는 비상 연락망을 통해 KOICA 단원 및 사업 관계자들의 소재 파악에 나섰고 다행히 모두 무사했다. 뉴스를 통해 보도된 사고 현장은 그간 항공 사고와는 다르게 참혹한 느낌보다는 사고 충격의 여파로 화재로 인한 재 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현장이어서 더 안타까웠다. 다시 한번 사고로 인해 희생 된 이들의 명복을 빌며 이 사고로 사랑하는 이들을 잃게 된 모든 분들에게 위로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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