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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휘서 Mar 04. 2019

10. 에티오피아에서 뉴스로 세계를 배우다.


 CNN과 BBC 그리고 Al Jazeera를 에티오피아에서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전공이 신문방송학이고 원래 뉴스 읽기가 취미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소비한 뉴스의 대부분은 한국어 뉴스였다. 넘쳐나는 한국어 뉴스가 있기에 영어 뉴스를 외신 채널을 통해서 소비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에티오피아에 온 뒤에는 조금 달라졌다. 뉴스를 볼 수 있는 물리적 시간은 많아졌으나 한국어 뉴스를 소비하기엔 이곳 데이터 사정이 좋지 않았다. 아예 못 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느린 속도가 문제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국 뉴스는 포털 사이트의 제목이나 SNS인 Twitter로만 접했다. 다행히 거주하고 있는 집에 위성 안테나를 갖춘 TV가 있어 자연스레 영어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영어를 잘하는 편이 아니기에 처음에 뉴스를 볼 때는 뉴스 내용의 절반 정도도 겨우 이해했었다. 그래도 영상 뉴스이기 때문에 뉴스의 핵심 내용은 이해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뉴스를 볼 때마다 뉴스를 통해서 배우는 많은 것들이 있어서 좋았다. 우선 한국에서 뉴스를 접할 때는 늘 국내 정치 경제 사회에 관한 뉴스들만 주로 보게 되었다. 사실 어디서나 뉴스는 뉴스 매체들의 소재지 중심의 사건 사고를 다루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영어 뉴스 채널들을 보면서 말 그대로 전 세계 곳곳의 뉴스를 접하게 되니깐 문자 그대로 시야의 확장이 뉴스 시청만으로도 이뤄졌다. 한국에서의 국제 뉴스는 한국 정치 경제 구조와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나라의 사건 사고가 먼저 접하게 되고 다음으론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그러나 영어 뉴스를 보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의 사건 사고들을 매일 접하면서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게이트 키핑은(Gate Keeping) 뉴스에 관심 있는 소비자라면 뉴스 소비에 있어 한 번쯤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미디어에서 다루는 뉴스는 결국 일정한 절차와 편집을 거쳐서 최종 뉴스로 소비자에게 전달되는데, 이때 어떤 뉴스를 전달할지에 대한 결정 구조를 게이트 키핑이라고 한다. 모든 미디어는 각 매체가 추구하는 성격과 성향에 따라 게이트 키핑을 거친 뉴스를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당연히 CNN과 BBC 그리고 Al Jazeera는 이러한 게이트 키핑 구조를 거쳐 뉴스를 생산한다. 그리고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들 매체가 어떤 시각을 갖고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뉴스들을 대중에게 알리는지를 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 국제 사회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뉴스들에 대해서는 위의 매체들은 비중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빠지지 않고 보도를 한다. 방송 매체의 경우에는 활자 매체와는 달리 뉴스 보도는 기본적으로 사실 정보 전달에 중점을 두기에 노골적인 성향을 드러내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 그러기에 중요한 사건 사고들은 어느 매체에서나 접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CNN과 BBC 그리고 Al Jazeera의 게이트 키핑이 없는 것이 아니다. 소속 매체의 국가 사안이거나 개발도상국 관련 뉴스를 전할 때 이러한 게이트 키핑이 보인다. 우선 CNN의 경우 그 자체로 국제 뉴스 채널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는 채널이지만 기본적으로 미국 뉴스 채널의 성격이 드러난다. 그러기에 미국 정치 문제에 대한 뉴스 비중이 타 매체에 비해서 높다. 더불어 현 미국 대통령 Donald Trump와 노골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미디어이기에 이러한 기질이 뉴스에서 드러나기도 한다. 또한 타 뉴스 채널과 달리 대륙 특파원 제도로 뉴스를 커버한다. 즉 주요 선진국 이외에서 벌어지는 뉴스의 경우 현지 뉴스 채널을 통해 영상을 송출하고 가장 인접한 지역에 위치한 특파원이 리포트를 하는 형식의 뉴스가 빈번한 곳이 CNN이다. 의외로 국제 뉴스를 커버하는 데 인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는 게 현재까지 CNN을 시청하면서 느낀 소감이다.


 BBC의 경우 원체 많은 Channel을 운영 중인 영국 공영 방송사답게, BBC World News에서는 영국 정치 뉴스를 CNN만큼 자국 내 정치 상황 보도의 비중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현재 영국이 처한 Brexit 관련 보도에 대한 비중은 있는 편이다. BBC의 경우 CNN 보다 확실히 전 세계 뉴스를 보도하는 인적 자원이 풍부함을 뉴스 구성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특히 긴급 재난 보도에 상당한 전문성을 보인다. 심각한 자연 재난이 벌어지거나 대형사건 사고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BBC는 비교하는 타사들과는 달리 바로 현지 특파원을 보내고 자기네 영상을 송출한다. 그리고 BBC의 경우 뉴스 다양성을 위한 대륙별 뉴스 프로그램들을 따로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뉴스 프로그램들 대부분은 BBC에서 파견한 특파원보다는 현지 채용한 기자들을 중심으로 뉴스가 생산되고 있다. 


 Al Jazeera의 경우 확실히 CNN과 BBC와는 다른 스탠스인게 뉴스 전반에서 보인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중요한 뉴스의 보도는 비슷하게 보도하나 CNN이나 BBC에서 비중 있게 보도하는 뉴스인 미국 및 유럽의 정치 사회 경제 뉴스 비중이 작은 편이다. 그리고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에 대한 보도를 중심으로 해 뉴스의 다양성이 가장 높다고 느껴진다. BBC는 이러한 다양성을 위해 따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Al Jazeera의 경우 매 뉴스 구성에서 이런 다양한 소식들이 포함돼 보도가 된다. Al Jazeera는 근거지가 카타르이기에 중동 뉴스에 대한 비중이 타 사에 비해서 높다. 또한 3사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채널이다. BBC보다는 떨어지지만, CNN보다는 많은 수의 특파원들이 뉴스 현장에서 보도하고 있다. 확실히 서구권 언론과는 다른 비판적 시각의 뉴스 채널이기에 뉴스 구성 자체가 흥미로운 채널이다.


 이런 3사의 뉴스 보도와 더불어 다큐멘터리 및 비 뉴스 프로그램들의 특징도 분명히 있다. 다큐멘터리 편성에서 가장 상업적이고 자본의 영향력을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채널은 역시 CNN이다. 우선 CNN 다큐멘터리는 기본적으로 깊이 있는 탐사 고발보다는 흥미로운 인물 탐사라든지 여행, 패션, 스포츠 등의 관련한 레저 위주의 다큐 프로그램이 압도적이다. 그리고 비 뉴스 프로그램 대부분도 정치 사회 경제의 전문가들을 초청하는 토크쇼 위주의 프로그램이 다수이다. BBC 및 Al Jazeera 다큐멘터리는 확실히 전 세계의 사회 고발 이슈들을 많이 다루고 있다. 비 뉴스 프로그램들의 경우 BBC는 대부분 다큐멘터리가 많다. 토크쇼의 경우에도 조금 더 지엽적이고 전문적인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Al Jazeera의 경우 다큐멘터리 외의 비 뉴스 프로그램으로 토크쇼가 있는데, 전문가와의 인터뷰가 주를 이루지만 시청자의 참여를 끌어내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러한 토크쇼들의 경우 통신 매체의 발달로 Skype를 활용해 전 세계 각 전문가의 의견을 바로 송출하는 포맷이라 흥미롭다.  


 이렇게 3사의 뉴스를 보면서 지금껏 가진 편견들을 많이 갤 수 있었다. 특히 이슬람 문화권에 대한 편견이 심했음을 자각했다. 대한민국이 원체 이슬람 문화와 거리가 있는 문화권이다 보니 이슬람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보다는 선입견에 의한 정보들이 많았음을 뉴스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여성의 히잡 착용이 전 이슬람 국가에 통일된 규정이 아님을 알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억압 정책에 대해서 늘 유감이 있었으나 튀니지나 이집트 그리고 레바논처럼 이슬람 중심 국가에서 많은 여성에게 히잡이 의무가 아님을 뉴스를 통해 배우게 되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의 국제 뉴스들은 지나치게 북미 및 유럽 중심주의가 강해 현재 일어나는 전 세계의 이슈 전체를 커버하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즉 대한민국에서 국제 뉴스를 보려면 외신들을 꾸준하게 참고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이처럼 꾸준한 국제 뉴스 시청은 개인 생각 정리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세계를 배울 수 있었다. 에티오피아에서 얻은 또 다른 기회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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